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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집 안 짓는다"...공사 안 하는 건설사들에 '3년 뒤' 벌어질 심각한 상황

"이젠 집 안 짓는다"...공사 안 하는 건설사들에 '3년 뒤' 벌어질 심각한 상황

주택 공급 3대 선행 지표 인허가·착공·분양 모두 급감

주택 공급 3대 지표가 일제히 급감한 것으로, 인허가의 경우 특히 주택 수요가 많은 수도권(-24.9%)이 지방(-21%)보다 감소 폭이 컸습니다. 업계에선 주택공급 부족 경고등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인허가는 토지 확보가 끝난 사업장에서 주택 공급을 위해 진행하는 마지막 행정 절차입니다. 인허가 이후 시행사와 건설사들이 착공·분양·입주 등을 진행하는데, 이게 완료되기까지 4년 안팎 걸립니다.
이 때문에 인허가 물량은 3~4년 뒤 주택 공급량을 가늠하는 지표로 쓰입니다. 인허가 물량이 20% 넘게 줄었다는 것은 4년 후 주택 공급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뜻합니다.
"고금리와 원자재값 급등 부담스러워"...착공과 분양 실적은 반토막

주택 분양 실적은 1~2월 기준 전국 1만945가구로 전년(4만4233가구) 대비 75.3% 급감했습니다. 최근 10년 평균(2만4387가구)에 비해서도 55.1% 줄었습니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분양 경기 침체와 공사비 급등 여파로 건설사들이 인허가 신청을 낼 생각을 하지 않고, 인허가를 받아도 착공이나 분양을 미루는 사업장이 많다"며 "사업을 연기해 기간이 늘어나면 비용이 올라가지만, 섣불리 공사를 시작했다가 감당할 수 없는 손실이 생기면 기업 존립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어서 모두가 조심하는 상황"이라고 했습니다.
이렇게 주택 공급이 부진한 것은 치솟은 공사비와 높은 PF 대출 금리 때문에 건설사들이 몸을 사리고 있기 때문으로 해석됩니다. 시멘트, 철근 등 주요 건설자재 가격은 2년 전에 비해 크게는 50% 이상 급등했고, PF 대출 금리는 10%가 넘습니다.

주택 인허가나 착공 지표는 단기간 개선될 가능성은 낮습니다. 원자재 값 상승세가 진정될 가능성이 크지 않기 때문입니다. 레미콘과 건설 업계는 올해 수도권 레미콘 가격을 현재 ㎥당 8만300원에서 8만8700원으로 10.4% 인상하기로 했습니다. 전기요금 급등으로 철근 가격도 들썩이고 있습니다.
여기에 글로벌 고물가로 급등한 금리가 내려갈 여지가 없을것으로 예상되며 건설사들은 여전히 자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여집니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작년 말 레고랜드 사태 이후로 건설비 조달에 필요한 PF(프로젝트파이낸싱) 시장이 경색되면서 자금 조달 여건이 급격히 악화됐다"고 했습니다. 결국 향후 몇 년간 신규 주택 공급이 줄어들 가능성이 큽니다.
건설사 집 안 지으니 새우 등 터지는 건자재 업계... “내일이 없다”

주거용 건물과 관련한 기업들의 1분기 실적이 떨어졌고, 실적 방어에 성공한 시멘트 등 기업들은 당장 다음 분기 실적 악화를 우려하고 있습니다.
2023년 5월 20일 건자재업계에 따르면 KCC글라스의 1분기 매출은 3786억6400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8.5%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149억4800만원으로 52.5% 감소했습니다. 원자잿값이 오른 데다 부동산 시장 침체로 창호 수요가 줄은 게 원인입니다.
LX하우시스의 올 1분기 매출액은 840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4% 줄었습니다. 해외 부문이 성장해 영업이익이 크게 증가했지만, 국내 시장에서의 부진이 이어지면서 매출액의 증가까지는 이끌지 못한 것입니다.

이에 대해 한 건자재 업계 관계자는 "건설사들이 주택 등 신규 수주를 줄이기 시작하면 우리 업계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면서 "가구 업체들이 1분기 적자를 본 이유도 국내 시장 비중이 워낙 높은데 주택 매매량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그는 이어 "기존 시장이 B2B(기업 간 거래)였다면, 최근에는 인테리어나 리모델링 등 개인 고객을 타깃으로 하는 B2C(개인 간 거래)에 집중하면서 신규 시장 발굴에 적극 나서는 게 업계 전반적 분위기"라고 덧붙였습니다.
백재승 삼성증권 연구원은 "2~3월 주택 거래량의 회복이 나타난 점은 다소 고무적이나, 급매물 소진 과정에서의 일시적 현상일 수 있어 부동산 시황 회복을 단언하기 어렵다"면서 "원자재 가격 하락이 일정 수준 수익성 회복 요인이 될 순 있지만 한샘 등 기업 실적의 온전한 회복을 위해서는 부동산 거래량 정상화가 훨씬 더 중요해 아직은 기다림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유진기업은 2023년 1분기 연결 기준 매출이 3478억원으로 2022년 동기 대비 14.9% 상승했고 163억원의 영업이익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습니다. 동양은 매출이 2034억원으로 24.7% 늘었습니다. 2022년에는 4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으나 올해는 75억원의 이익을 기록했습니다.
한일시멘트는 지난 1분기 연결 기준 매출이 3871억원으로 2022년 같은 기간보다 36.2% 증가했습니다. 같은 기간 273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면서 흑자로 돌아섰습니다. 아세아시멘트도 매출이 2655억원으로 34.9% 늘었고 영업익은 159억원으로 330% 급증했습니다.

다른 시멘트 업계 관계자는 "1분기 실적이 좋을 수 있는 것은 2022년 시멘트 가격을 두 번이나 올렸고, 유연탄 가격도 조금 내린 탓"이라면서 "하지만 최근부터 원자잿값은 계속 오르고 있고, 이 때문에 앞으로 실적도 긍정적으로 볼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라고 했습니다.
김준영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시멘트 산업은 주요 수요처인 건설업황에 민감한 산업"이라면서 "신규 착공으로 인한 물량이 증가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장기적인 전방산업이 회생되지 않는 한 판매량 부담이 지속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전문가들, "이대로면 3년뒤 집값 폭등" 우려했다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도 80.6을 기록하며 25주 만에 80선을 회복했습니다. 이 지표는 주택 수요와 공급의 상대적 우위를 0~200 사이 숫자로 지표화한 것으로, 클수록 수요가 많다는 뜻입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지금처럼 수요가 회복되는 상황에서 주택 공급이 위축되면, 안정세를 찾던 집값이 다시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전문가들은 꾸준한 공공 주택 공급을 조언하고 있습니다. 한 전문가는 "LH(한국토지주택공사) 등 공공 부문이 더 적극적으로 주택을 공급하며 민간 부문의 공급 공백을 채울 수 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다른 전문가는 "착공 물량이 줄면 통상 3년 후 입주 물량이 감소하는데, 입주 물량이 줄어들기 시작할 때 대응하면 이미 늦다"며 "3기 신도시 입주도 최소 5년 이상 남았기 때문에 부동산 시장 불안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어 대응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해당 글을 접한 누리꾼들은 "건설업이 무너지면 다른 산업도 줄줄이 무너진다", "건설업계 여러모로 힘들겠다", "이렇게 가다간 3년뒤에는 집값이 또 폭등하겠네요", "더 지을생각 말고 지금 있는 집 값이나 내려갔으면" 등의 반응을 보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