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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보보보] 울창한 숲을 가꾸는 기분, 포레스트 셔플
게임메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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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소개할 보드게임은 '포레스트 셔플(Forest Shuffle)'입니다. 내 숲을 만들고 이에 걸맞은 생물 다양성을 구성하는 카드게임입니다. 생물 다양성을 주제로 하는 게임답다고 할까요? 각 카드에 생물 특징이 잘 드러난 세밀화가 그려져 있습니다. 동물이나 식물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흥미가 생길만큼 사실적이고,또 귀엽고 아름답습니다.
포레스트 셔플은 한국어판이 출시되기 전부터 보드게이머 사이에 유명했던 게임이기도 했습니다. 보드게임을 온라인으로 즐길 수 있는 '보드게임 아레나(boardgamearena.com)'에 먼저 즐겼던 사람들의 호평도 꽤 있었습니다. 특히 오는 14일에 확장판인 '포레스트 셔플: 숲의 변두리'도 출시되기에, 시도해보기 좋은 시기입니다.
저 역시도 온라인을 통해서 포레스트 셔플을 먼저 플레이해봤는데요, 모니터로 카드를 봐야하다보니 모든 플레이어 카드가 눈에 다 안 들어온다는 단점이 있었지만, 그래도 충분히 재밌었습니다. 실제로 만질 수 있는 카드로 하는 포레스트 셔플은 어떨지 기대가 되기도 했는데요, 이에 실물 카드로 2인, 3인, 4인 플레이까지 여러 상황에 걸쳐 포레스트 셔플을 즐겨봤습니다.
사실적인 일러스트로 숲 가꾸는 느낌이 물씬
목표는 앞서 말했듯 숲에 나무를 심으면서 다양한 생물을 유치해 가장 높은 점수를 얻는 것입니다. 점수는 다음과 같이 얻습니다. 카드에 표시된 기본 점수, 특정 생물 종류를 모은 추가 점수 획득, 나무와 생물 간의 시너지를 통한 보너스 점수입니다. 점수 획득에 주의를 기울이며 게임에서 겨울 카드 3장이 공개 되기 전까지 부지런히 숲을 잘 가꿔야만 합니다.
게임을 시작하면 내 차례에 두 가지 행동을 할 수 있습니다. 우선 매 차례에 카드 2장을 가져옵니다. 손에 쥘 수 있는 카드는 최대 10장이며, 들고 있는 카드 중 1장을 자신의 숲 영역에 배치할 수 있습니다. 카드 배치 시 카드에 표시된 수만큼 다른 카드를 공터에 자원으로 내놓아야 합니다. 이를 반복하며 자신의 숲을 발전시키면 됩니다.
여기에 '나무와 생물 카드를 배치해 높은 점수를 얻는다'로 압축되는 간단한 규칙에, 카드 조합에 따라 점수가 달라지기에 다양한 전략을 짜볼 수 있습니다. 난이도도 글로벌 보드게임 웹사이트인)인 보드게임긱(BoardGameGeek) 기준 2.18점으로 그리 어렵지 않다고 평가됐는데요, 실제로 몇 가지 아이콘과 카드 기능을 학습하는 정도가 전부인 간단한 카드 게임이기에 입문하기에도 좋습니다.
이렇게 게임을 하다보면 숲이 구성되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됩니다, 나무카드를 앞에 내려놓으면서 커져가는 숲을 바라보고, 생물 카드를 나무 주변에 내려놓다 보면 숲을 가꾸는 느낌이 강하게 들어 절로 뿌듯해집니다.
그러면 본격적으로 플레이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게임 가능 인원은 2명에서 5명이며, 한 판 당 시간은 4~60분입니다. 포레스트 셔플을 처음 접했을 때 떠올려보면, 카드에 담긴 다양한 동식물과 이를 표현한 세밀화 완성도에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정말 카드만 보고 있어도 좋았죠. 보드게임을 좋아하게 된 이유 중 하나는 직접 만질 수 있고, 눈으로 보고 있다는 이 느낌 때문이기도 합니다.
시작은 2인 플레이이며, 소요 시간은 약 1시간이었습니다. 게임을 온라인으로 미리 해봤고 규칙 자체가 꽤 간단하지만, 각 카드에 적힌 기능에 익숙해지고 전략을 구성하는 데 시간이 꽤 걸렸습니다. 게임을 할때 테이블을 가득 메우는 숲과 여러 동물을 보면서 오는 만족감이 컸습니다. 직접 나무를 심는 듯한 느낌. 이 나무들이 숲이 되면서 여러 동물이 숲을 채워주는 느낌이 잘 살아있어 좋았습니다. 첫 판은 비록 졌지만 이런 부분 때문에 다음 플레이도 기대가 되었습니다.
다만 이때부터 처음 플레이하는 사람(보통 '초회플 플레이어'라고 합니다.)과 여러 번 플레이해본 사람의 실력 차이가 예상보다 많이 벌어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카드 각각의 정보와 함께 카드 간 조합을 알고 있기에 이를 바탕으로 상대방을 견제하거나, 효과적으로 점수를 올릴 수 있는 빌드를 만들 수 있습니다. 다만 초회플 플레이어가 너무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만들면 다신 같이 안 놀아줄 수도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습니다. (보드게이머는 한 사람한 사람이 너무 소중합니다.)
서로 많이 플레이해본 사이라서 서로 봐주는 일 같은 건 없었습니다. 옆에서는 카드 간 콤보를 적절하게 이용해서 숲에 동물들을 순식간에 늘렸습니다. 저 역시도 초반부터 나무 카드를 깔 때마다 손으로 카드를 한 장씩 가져오는 기능을 가진 꾀꼬리 버섯 카드를 내렸습니다.
초회플 플레이어는 이상하게 게임하는 내내 카드가 이상하게 들어왔는지 나무만 자꾸 들어온다고 하소연했습니다. 그러다가 끝내 단풍나무 군체와 묘목으로 숲을 마무리했죠. 그에 비하면 저와 동료 보드게임 개발자는 어떤 생물로 숲을 구성할 것인가에 대한 계획 아래에서 준비한 티가 많이 났습니다. 저는 일단 나비와 곤충을 확보하느라 애를 썼다면, 다른 플레이어는 새와 박쥐를 중심으로 진행했습니다. 어떠한 카드가 손에 들어오는 건 어디까지나 운에 달렸으나, 그 운을 어떻게 잘 관리하느냐도 플레이 요소이자 재미이기도 합니다.
이 정도까지 플레이를 하고 보니 여러 의미로 확장판이 빨리 나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카드 구성이 넉넉하지 않다는 느낌도 들고요. 그래도 같이 한 이들이 재미있어 하고, 어떤 사람은 실제 인터넷 구매까지 하는 것을 보고 확실히 잘 만들어진 게임이라 느꼈습니다.
포레스트 셔플은 사실적인 아트와 쉬운 룰, 카드 게임이라는 낮은 진입장벽이 장점입니다. 아울러 게임을 플레이하며 건강한 생태계를 갖춘 숲을 구성하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어 좋았습니다. 다만 카드를 계속 내려놓으며 숲을 이뤄야 하다보니 좁은 곳에서 하기 좋은 카드 게임인데도 비교적 큰 테이블이 있어야 하는 특이한 보드게임이기도 합니다. 숲 속에서 동물이 자신만의 영역이 필요한 것처럼 자리가 많이 필요합니다.
카드 간 시너지를 고려해야 하기에 점수 계산도 다소 복잡해서, 게임 진행 중 내가 어느 정도 점수를 기록하고 있는지 직관적으로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앞서 이야기했던 점수 계산 앱이 있다는 점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앞서 이야기한 단점에도 게임을 함께 플레이한 많은 이들이 정말 즐거워했습니다. 저야말로 몇 번씩 리플레이했음에도 또 해보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룰 설명도 어렵지 않고, 무엇보다 카드가 예뻐서 숲을 가꾸는 일이 즐거웠습니다. 포레스트 셔플을 한 마디로 압축한다면 '내 숲과 생태계를 만들어낼 수 있는 접근성 좋은 예쁜 게임'입니다.
포레스트 셔플에 대해 보드게임 정보 사이트인 '보드게임긱'에서는 2인 플레이를 베스트로 뽑았고, 3인 플레이도 추천했습니다. 이에 대해서 생각해보니 2인 플레이는 숲을 꾸리는 재미가, 3인 플레이는 플레이어 간 상호작용이 돋보이는 최소 인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4인 플레이부터는 조합을 구성하는 것이 많이 빡빡해지고, 내가 생각하는 생태계를 꾸리는 재미도 많이 떨어지긴 합니다. 숲을 구성하는 재미를 느끼고 싶다면 2인을, 플레이어끼지 주고받는 상호작용이 있는 편을 선호한다면 3인 이상 플레이를 추천드립니다.
우치 평범한 보드게임 개발자. 보드게임 회사 '포푸리' 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보드게임 플레이로그로 인스타그램을 운영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