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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 중국 때문? 트럼프가 파나마 운하 통제권 탐내는 이유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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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26년 전에 넘긴 파나마 운하 통제권을 되찾기 위해 군사력 투입도 배제하지 않겠다고 해 파문이 커지고 있다. 트럼프가 지난달 22일(현지 시각) 미국이 파나마 운행 통제권을 되찾아야 한다고 밝힌 이유는 “파나마가 부과하는 수수료가 터무니없다”라는 것이다. 하지만 주요 언론은 트럼프의 진짜 속내는 중국 견제라고 분석한다. 로이터통신은 트럼프가 “파나마 운하가 잘못된 손에 넘어가는 것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말한 것을 언급하며 “중국이 운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경고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1978년 6월 17일 파나마 운하를 바라보고 있다. 미국은 1977년 카터 전 대통령 당시 체결한 조약에 따라 1999년 12월 31일, 파나마 운행 통제권을 파나마 정부에 양도했다. / AP 연합뉴스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1978년 6월 17일 파나마 운하를 바라보고 있다. 미국은 1977년 카터 전 대통령 당시 체결한 조약에 따라 1999년 12월 31일, 파나마 운행 통제권을 파나마 정부에 양도했다. / AP 연합뉴스

트럼프는 지난달 청년 보수단체인 ‘터닝포인트 USA’가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개최한 ‘아메리카 페스트 2024′에 참석해 파나마가 대서양과 태평양을 연결하는 중요한 해상 운송로를 중국 군인들이 통제하도록 허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파나마가 미국 선박에 엄청난 요금을 부과하고 있다”며 본인이 취임한 이후에도 수수료를 낮추지 않으면 미국이 운하 통제권을 “완전히, 신속하게, 의심 없이 반환을 요구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지난 7일 가진 기자회견에서도 “미국은 1900년대 초 모기가 들끓는 늪에 51마일 길이의 수로를 건설하기 위해 막대한 자금과 인력을 투자했다”며 “그럼에도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이 단돈 1달러에 파나마 운하의 통제권을 파나마 정부에 이양했다”고 비판했다. 미국은 1914년에 상업 및 군용 선박의 통행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파나마 운하를 건설했다. 이후 미국은 1977년 카터 전 대통령 당시 체결한 조약에 따라 1999년 12월 31일, 파나마 운행 통제권을 파나마 정부에 양도했다.

트럼프는 또한 파나마 운하를 중국이 장악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지난 몇 년 동안 중국이 전략적 수로를 사실상 장악했으며, 이를 통해 베이징은 워싱턴에 비해 막대한 경제적, 군사적 이점을 얻었다”고 했다. 이어 “우리는 1달러에 그걸 줬지만, 거래 내용은 공평하지 않다”며 “파나마는 다른 나라의 함선보다 우리 함선에 더 많은 비용을 청구하고 있다”고 했다.
미국 독립 기념일인 지난해 12월 31일 파나마시티의 '영원한 불꽃'과 1월 9일 순교자 기념비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는 사람들. / AFP 연합뉴스
미국 독립 기념일인 지난해 12월 31일 파나마시티의 '영원한 불꽃'과 1월 9일 순교자 기념비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는 사람들. / AFP 연합뉴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트럼프의 주장처럼 중국이 파나마 운하를 운영하지는 않는다. 다만, 홍콩계 기업 CK허치슨이 파나마 운하 입구에 있는 두 개의 항구를 관리 중이다. 이에 대해 시장 일각에선 미국의 보안 우려를 제기한다. 워싱턴 싱크탱크인 전략 및 국제 연구 센터의 아메리카 프로그램 책임자인 라이언 C. 버그는 NYT에 “CK허치슨이 파나마 운하를 통과하는 모든 선박에 대한 데이터를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중국은 해운 및 해상 작전을 사용하여 외국 정보를 수집하고 간첩 활동을 수행해 왔다”며 “중국은 군사적 이슈가 없더라도 특정 통제 요소를 행사하거나 행사할 수 있다”고 했다.

물론 트럼프가 주장하는 대로 보안 문제가 있다고 하더라도 미국이 다시 파나마 운하 통제권을 되찾아오기는 쉽지 않다. 호세 라울 물리노 파나마 대통령은 트럼프가 파나마 운하 통제권 반환을 언급하자마자 대국민 연설을 통해 “단 1㎡도 양보할 수 없다”며 “모든 국가에 개방적이고 안전한 운영을 보장한다”며 맞섰다.

트럼프가 군사력 투입을 언급했지만, 이 역시 ‘공허한 협박’에 불과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NYT는 “미국이 국제법을 어기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처럼 행동하고 싶다면 미국이 파나마를 침공해 운하 통제권을 가져올 수 있다”면서도 “아무도 그것을 합법적인 행위로 보지 않을 것이고, 미국 이미지에 심각한 피해를 입힐 뿐”이라고 했다.

한편, 공화당 소속 더스티 존슨 하원의원은 미국 대통령이 파나마 운하를 매수해 미국의 통제 하에 두는 것을 승인하는 내용을 담은 법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존슨 하원의원은 성명을 통해 “트럼프가 파나마 운하를 재매수하는 것을 고려하는 것은 옳은 일”이라며 “운하 주변에 대한 중국의 관심과 우려가 원인”이라고 했다. 더힐에 따르면 해당 법안은 대통령이 국무장관과 협력해 파나마 정부 당국자와 협상을 시작하고, 파나마 운하를 재인수할 권한을 부여하는 내용을 담았다.

공화당은 오랫동안 파나마에 운행 통제권을 양도한 것에 반대해 왔다. 공화당 소속이던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 미국 국민이 파나마 운하의 정당한 소유자”라고 말하면서 “우리가 샀다. 우리가 비용을 지불했다. 우리가 건설했다”는 연설로 대중의 마음을 산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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