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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항공 참사’ 블랙박스, 충돌 4분 전부터 기록 정지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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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항공 참사 2주째인 11일 오전 무안국제공항에서 열린 추모길 걷기행사에서 참가자들이 사고 현장 인근 철조망에 검은 리본을 달고 있다. /연합뉴스
제주항공 참사 2주째인 11일 오전 무안국제공항에서 열린 추모길 걷기행사에서 참가자들이 사고 현장 인근 철조망에 검은 리본을 달고 있다. /연합뉴스

제주항공 사고기의 블랙박스인 비행기록장치(FDR)와 조종실 음성기록장치(CVR) 둘다에 충돌 전 마지막 4분간의 기록이 저장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항공 운항 전문가들은 사고기가 조류와 충돌한 이후 양쪽 엔진이 고장 나 기체가 전원 셧다운(공급 중단) 상태에 빠지면서 기록이 끊겼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11일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원인을 조사 중인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항철위)는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에서 사고기 FDR과 CVR을 분석한 결과 항공기가 로컬라이저에 충돌하기 약 4분 전부터 두 장치 모두에 자료 저장이 중단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항철위는 사고 조사 과정에서 자료가 저장되지 않은 원인을 확인할 계획이다.

사고기는 지난달 29일 오전 9시 3분쯤 무안공항 활주로 끝단의 로컬라이저가 설치된 콘크리트 둔덕과 충돌하며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당일 오전 8시 57분 무안공항 관제사는 사고기에 조류와의 충돌(버드 스트라이크)을 경고했다. 기장은 2분 뒤인 8시 59분에 조류 충돌로 인한 메이데이(조난 신호)를 외친 후 복행을 통보했다.

항철위 설명에 따르면 블랙박스에는 기장이 메이데이를 선언한 무렵부터 고도를 높였다가 착륙을 시도할 때까지의 상황을 담은 자료가 남아 있지 않았다. 이들 장치에 기장의 메이데이 선언 순간이 기록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항공기 블랙박스는 전원이 공급되지 않을 경우 기록이 중단되는데, 사고기에는 이럴 때 비상용 배터리 역할을 하는 보조장치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기의 전파 기반 항공기 추적 시스템(ADS-B) 역시 8시 58분 50초를 끝으로 정보 송출이 끊긴 것으로 확인됐다. 항철위는 사고 순간을 재구성하기 위해 무안공항 관제 기록과 사고 순간을 담은 영상물은 물론 현장 잔해 부품 등도 분석을 이어가고 있다.

앞서 사고 현장에서 CVR은 외관상 온전한 상태로, FDR은 전원과 자료저장 유닛 간 커넥터가 분실돼 분석이 어려운 상태로 수거됐다. CVR은 김포공항의 자체 시험분석센터에서 자료를 인출해 음성파일로 변환한 뒤 지난 4일 녹취록을 작성한 결과 충돌 4분 전부터 저장이 중단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항철위는 NTSB와 협의해 교차 검증을 진행하기로 하고, 지난 6일 FDR을 워싱턴의 NTSB로 보내면서 CVR도 함께 보냈다. NTSB 측은 두 장치를 분석한 결과 마지막 4분의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는 점을 확인하고 이날 오전 항철위에 알려왔다. 분석 과정에는 항철위 조사관 2명이 입회했다.

이들 조사관은 오는 13일 오후 FDR·CVR과 분석 자료 등을 들고 귀국할 예정이다. 항철위는 “향후 현장조사 완료 시점을 포함해 필요한 경우 유가족 등을 대상으로 공개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정보를 제공할 계획”이라며 “공정하고 투명한 사고 조사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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