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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학PD 5주기, 무엇이 달라졌나
미디어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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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2월4일 CJB청주방송 이재학PD가 “억울해 미치겠다”는 유서를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그는 13년간 청주방송 프리랜서로 일하다 동료의 열악한 임금에 문제 제기한 뒤 해고당했다. 그의 죽음으로 방송사 비정규직 노동자의 목소리는 세상 밖으로 나왔다. 그 후 5년이 지난 지금, 방송가는 또 다른 프리랜서였던 기상캐스터 오요안나씨의 죽음을 마주했다.

이재학PD가 떠난 이후 세상은 달라지는 것처럼 보였다. 2021년 MBC 방송작가 2인이 중노위에서 최초로 근로기준법상 노동자성을 인정받았다. 같은 해 법원은 이재학PD의 노동자성을 인정했다. 남성만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성차별 문제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넣었던 유지은 대전MBC 아나운서는 그해 11월 프리랜서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이후 춘천MBC, YTN, ubc울산방송, 광주MBC, KBS강릉, CBS경남 등에서 ‘무늬만 프리랜서’ 노동자들의 노동자성 인정과 부당해고 판결이 이어졌다. 하지만 대다수 방송사는 불복 소송에 나서거나 또 다른 차별을 강요했다.

2020년 12월 방송통신위원회는 방송사별 비정규직 인력 현황 및 근로 실태 파악을 위한 자료 제출과 처우 개선 방안 마련을 162개 지상파 방송국의 재허가 공통 조건으로 부과했다. 이 같은 역사적 변화에 비정규직을 상대로 한 불합리한 노동조건이 드러날 것이란 전망이 나왔으나 방송사가 방통위에 제출한 현황과 개선 방안은 끝내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고, 윤석열 정부 들어 재허가 조건은 아예 사라졌다.

이재학PD 5주기를 맞은 지금, 현실은 5년 전과 그대로이거나 더 후퇴한 것처럼 보인다. 사회적 신뢰가 자산인 방송사에서 사용자 책임을 회피하는 고용 행태가 반복된다면 해당 방송사의 뉴스가 신뢰받기 어렵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MBC는 철저한 진상조사로 이번 사태에 뿌리내린 구조적 문제를 성찰하고 정부와 국회는 방송계 전반에 만연한 비정규직 노동의 악습을 도려내기 위해 적극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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