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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누구나 기술창업을 할 수 있다
유니콘팩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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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2023년 기준 한국의 기술기반 창업은 전체의 17.9%였다. 유럽의 기술중심 스타트업의 비중이 40% 이상인 것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치다.

서비스 업종에서 핵심기술 없는 창업이 주류가 되는 현상은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의 취약성을 보여준다. 기술이 있으면 특허를 출원하고 신규 진입을 막아 시장에서의 경쟁우위를 확립할 수 있으며 각종 투자유치에도 유리하다.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신규 진입자들의 모방으로 인해 시장이 포화상태가 되면 기업은 장기 생존하기 어렵다.

추후 IPO(기업공개)나 M&A(인수합병) 과정에서도 특허를 보유한 기업들이 그렇지 않은 기업에 비해 더 성공적인 엑시트(투자금 회수)를 한다는 것은 이미 많은 연구에서 검증됐다. 설령 특허가 없는 경우도 유무형의 기술에 기반한 비즈니스모델이 서비스 중심의 비즈니스모델보다 경쟁기업의 모방 가능성이 낮아 생존율이 높다.

한국은 이미 기술 강국이다. 우리나라의 R&D(연구개발) 지출은 GDP(국내총생산)의 5% 정도로 세계에서 1~2위를 다투는 수준이다. 인구 1000명당 연구원 수는 17.2명으로 세계 1위이며 국제특허(PCT) 기준으로 한국의 특허출원수는 중국, 미국, 일본에 이은 세계 4위다.

이러한 기술적 토대에도 불구하고 기술기반 창업이 적다는 것은 우리 창업생태계의 기술사업화 역량이 유달리 약하다는 것을 함의한다. 기술도 있고 기술자도 있으나 기술창업이 없는 기이한 상황이다. 기술창업이 적은 만큼 스타트업의 생존 확률과 성장잠재력이 평균적으로 낮을 수밖에 없다.

프랑스에서 창업을 준비하는 학생들을 컨설팅하며 놀라웠던 점 하나는 기술창업을 주저하지 않는 태도였다. 그들은 이공계 전문지식이 없어도 좋은 아이디어에 부합하는 기술을 협업을 통해서라도 만들어냈다. 대조적으로 한국 학생들에게 왜 기술 없는 창업을 준비하느냐 물으면 '난 문과생이라서 기술이 없다'라고 답하고, 기술이 있는 이공계생 출신들은 창업보다는 안정적인 대기업에 취업하는 것을 선호한다. 왜냐고 물으면 '뭘 팔아야 할지 모르겠다'고 답한다.

요즘 스마트폰 없이 한 달 살기가 가능한 사람이 몇 이나 될까? 이러한 세상을 만든 위대한 혁신가 스티브 잡스(Steve Jobs)는 엔지니어 출신이 아니다. 그는 대학에서 영문학 전공이었으며 이마저도 중퇴다. 그는 단 한 번도 이공계 지식을 체계적으로 교육받은 적이 없다. 초창기 애플의 모든 기술은 그의 동업자인 워즈니악의 작품이다. 에어비엔비(Airbnb)를 비롯한 수많은 미국의 유니콘 기업들도 좋은 사업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과 기술자의 협업으로 시작했다.

창의적인 발상과 시장을 보는 안목이 있는 사람들이 기술을 가진 사람들과 연결될 때의 시너지는 막대하다. 우리 창업생태계의 기술사업화 역량 강화를 위해 해결해야 할 문제는 한 두 가지가 아니겠지만 기술이 없어도 누구나 기술창업을 할 수 있다는 인식의 전환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또한 우리의 창업 정책과 교육이 이질적인 사람들의 결합에 어떠한 도움을 주고 있는지 냉정하게 평가해야 할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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