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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오요안나 사망’ 현황 보고에 엉뚱한 부서장 부른 방문진 여권 이사
미디어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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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대주주이자 관리감독기구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가 이사회를 열고 고 오요안나 MBC 기상캐스터 사망 관련 MBC 사장 현황 보고를 비공개로 논의했다. 이날 여권 이사들이 오 캐스터 사망 관련 진행 상황을 듣겠다며 엉뚱한 부서장의 출석을 요구하는 일도 벌어졌다.

18일 오후 서울 마포구 방문진 회의실에서 열린 이사회엔 MBC 안형준 사장, 박미나 경영본부장, 박건식 기획조정본부장이 배석해 오 캐스터의 직장 내 괴롭힘 피해 호소와 사망 관련 회사 측 조치 등에 대한 현황을 보고했다. 안형준 사장의 요청에 비공개로 이뤄진 보고는, 약 1시간가량 진행됐다.

비공개된 현안 보고 자리에선 관련 경과와 진상조사 진행 상황 등에 대한 보고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사들은 MBC 측 대응이 늦은 이유를 묻는 질의, 비정규직 프리랜서 고용 관행 문제가 조사에 포함돼야 한다는 당부 등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 캐스터는 2021년 5월부터 MBC 기상캐스터로 일하다 지난해 9월 숨졌다. 유족은 오 캐스터의 유서와 생전 휴대전화 기록에서 직장 내 괴롭힘 정황을 발견하고 지난해 말 동료 기상캐스터에 대해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

사장 현황 보고에 앞서 여권으로 분류되는 이사들이 오 캐스터 사망 관련 조사 진행 상황을 듣겠다며 아나운서국장 출석을 요구하기도 했다. 김병철·차기환·지성우 등 여권 이사 3인은 ‘사장, 경영본부장, 아나운서국장 출석 요구 안건’을 제안했는데, 오 캐스터의 소속이 보도국인 것을 아나운서국으로 잘못 파악해 ‘아나운서국장’ 출석을 요청했다. 관련해 김병철 이사도 “아나운서국장 요청은 신문기사를 보고 한 거라 실수한듯 하다”며 “만약 안건으로 한다면 아나운서국장이 아니라 보도국장에게 해야한다”고 정정했다.

이에 권태선 이사장 등 야권으로 분류되는 이사들은 “오늘 사장과 경영본부장이 직접 이사회에 와서 관련 현안 보고를 하겠다고 했다”며 같은 목적인 안건을 굳이 추가로 처리할 필요가 없고 ‘아나운서국장 출석 요구’ 부분이 틀렸으니 해당 안건은 철회한 후 필요시 별도 안건으로 다시 요청하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여권 이사들은 받아들이지 않고 ‘투표해서 결정하자’고 주장했고, 결국 표결을 진행해 지성우·김병철 이사(차기환 이사 이사회 불참) 두 명만의 찬성으로 해당 안건은 기각됐다. 이 과정에서 지성우 이사가 “오요안나 사건에 대해 더 이상 묻고싶지 않다고 생각하면 부결하면 된다”고 발언해 권태선 이사장이 “사태와 논의를 굉장히 왜곡하는 얘기”라고 반발하기도 했다.

지 이사는 안건 제안 배경으로 “MBC 경영진은 (직장 내 괴롭힘 사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려는 의사 대신 방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심지어 MBC는 유족이 요청하면 조사하겠다면서 직장 내 괴롭힘 사실을 인지할 경우 즉각적으로 조사해야 하는 근로기준법상 의무 위반을 자인했다. MBC가 직장 내 괴롭힘 관련 조사와 조치를 할 능력과 의사가 있는지에 대해 논란이 더욱 확대됐다”고 했다. 지 이사는 “MBC가 직장 내 괴롭힘을 조사해야 할지, 고용노동부 직권조사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묻고 싶다”며 “차기 이사회때 사건 경위 및 대응 방안을 묻고자 한다”고 했다.

한편 차기환 이사는 이날 이사회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대리인단에 합류한 차 이사는 탄핵심판 변론기일이 진행된 후 열린 방문진 이사회에 현재까지 모두 불참했다. 방문진 이사회는 격주로 화요일에 열리는데, 탄핵심판 변론기일도 매주 화요일, 목요일에 진행되고 있다. 차 이사와 같은 비상임 이사는 매월 조사연구수당, 업무추진비를 고정지급 받고 이사회 출석 시 별도 회의비가 지급된다. 앞서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차 이사의 대리인단 합류에 “내란수괴 윤석열의 대리인을 자처한 차기환이 공영방송 MBC의 공적 책임 실현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단 말인가”라며 “즉각 방문진 이사에서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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