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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시장은] 탈달러화 움직임 속 비트코인 주목하는 美
더리브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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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는 다양한 국내외 요인이 호재로 작용할 수 있지만, 이에 못지않게 리스크를 초래하는 변수들이 존재합니다. 뉴스와 증권사 리포트 분석 등을 통해 지금 국내외 시장은 어떤 상황인지 그리고 어떤 변수가 작용하고 있고 어떤 영향을 미칠지 살펴보고자 합니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시작되면서 강달러 기조가 이어질 거란 관측이 우세했지만 국내를 제외하고는 의외로 주춤한 모습이다. 반면 금과 비트코인 가격은 치솟았다.

달러는 그간의 과도한 무기화와 신뢰도 하락으로 이전보다 영향력이 줄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신흥국들은 경제 제재 등을 대비해 대안 화폐에 주목했다. 전통 안전자산인 금과 신흥 자산인 비트코인이 각각 새롭게 전성기를 맞게 된 배경이다.

특히 비트코인은 달러 중심 체제 속 대안이 될 특징을 갖췄다. 각국이 비트코인을 안전자산으로 검토하는 이유다. 하지만 미국도 이를 가장 전략적으로 활용하려는 조짐이다. 비트코인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태도는 이전과는 180도로 달라졌다.

불확실성 속 금·비트코인 가격↑

지난해 말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강달러 기조가 강화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보면 달러 강세 기조는 주춤해졌다. 일본 엔과 중국 위안의 경우 달러 대비 상대적으로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반면 원화는 달러 대비 약세가 지속되고 있다. 글로벌 시장이 트럼프가 시사한 관세 정책에 대해 예상보다 강하지 않다는 평가를 내놓기 시작하면서부터 달러는 약세로 돌아섰지만 원·달러 환율은 지난 10일부터 13일까지 4거래일째 1450원대다.

국내에서 달러 강세가 두드러진 배경에는 수출 중심 경제와 경기 악화 등이 있다. 관세 정책에 따른 불확실성과 경기 악화로 국내는 2-3차례 금리인하가 예상된다. 반면 미국은 금리인하 횟수를 줄일 거란 관측에 미국으로의 자금 쏠림 현상이 심화될 전망이다.

불확실성 증가로 금값은 오름세다. 국제 금 시세는 소폭 하락했지만 지난 12일 기준 국내 금 1돈 시세는 52만4063원으로 전일 대비 0.8% 올랐다. 비트코인도 이달 초 9만4000달러대를 기록했다가 8만달러대로 내려갔으나 언제든 다시 탄력을 받을 수 있다.

달러 대신 커진 안전자산 수요

유진투자증권이 발간한 최근 보고서는 2001년 9.11 테러를 기점으로 미국이 달러 무기화 정책을 개시하면서 오히려 달러가 예전만한 힘을 쓰지 못하게 됐다고 분석했다. 탈달러화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얘기다.

미국이 경제 재재를 본격화하면서 대안책을 세우기 시작한 국가들을 중심으로 달러 의존도를 축소하려는 경향이 나타났다. 또한 글로벌 금융위기 후 미국 정부 부채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종전과 같은 수요가 줄어든 대신 안전자산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대표적인 안전자산이 금인데 추가로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게 디지털 자산이다. 미국부터가 달러에 가치가 고정된 스테이블 코인을 현재 2000억 달러 이상 발행했다. 스테이블 코인은 법정화폐를 담보로 발행돼 이에 비례하는 준비금을 보유해야 한다.

다른 국가들도 유동성이 높고 최후의 결제 수단으로 인정되는 금 보유 규모를 늘리는 한편 자산 다각화 측면에서 디지털 자산도 늘릴 계획이다. 과거에는 준비자산으로서 금에 한정됐으나 디지털 자산인 비트코인이 하나의 선택지로 고려되고 있다.

비트코인 전략적 활용 검토 나선 美
1944년 브레튼우즈 체제 붕괴 이후 달러는 기축 통화가 됐지만 금은 여전히 최종 결제 수단이자 유동성이 매우 높은 자산으로 선호된다. 불확실성이 커진 시장에서 공급량 자체가 제한적인 금 가치가 계속 유지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다만 전략적으로 미국이 보다 주목하는 건 비트코인이다. 비트코인은 희소성이 있고 가치저장 수단이 되는 특성을 갖춰 디지털 금으로 불린다. 금처럼 채굴 가능한 양이 제한돼있는데다 블록체인에 의한 영구 보존 및 높은 보안성을 가져 안전자산으로 인정될 지가 논의되고 있다.

아직 비트코인의 역사는 15년 가량에 불과해 안전자산으로 인정되는 데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하지만 이달 들어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과거와 다르게 비트코인을 SBR(전략적 준비금)로 승인하면서 그 위상이 어떻게 달라질지 주목된다. 미국은 이를 달러 지위를 유지하는 데 적극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민간 가상자산인 비트코인 보유를 공식화해 스테이블 코인 활성화에 이용하는 한편 주춤했던 금융 리더십을 확보하는데도 활용할 수 있다. 아울러 비트코인 보유는 부담이 커진 미 국채 상환에 도움이 될 수 있으며 인플레이션 헤지(hedge) 수단으로서도 쓰이는 잠재력을 갖춘 자산으로 평가된다.

김은지 기자 leaves@tleav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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