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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가치 10조원 코헤시티, 韓 노린다… 韓 1위 안랩도 ‘벌벌’
IT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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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글로벌 보안 거인이 한국 시장을 노린다. 기업가치 10조원에 달하는 코헤시티가 한국 시장 공략에 본격 나섰다. 글로벌 기업들에 잠식당하고 있는 국내 보안 시장에서 국내 기업들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전망이다.
지난해 말 베리타스 데이터 보호 부문과의 통합을 완료한 코헤시티가 한국 시장 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코헤시티는 이번 통합으로 포춘 100대 기업 중 85% 이상을 고객으로 확보한 세계 최대의 데이터 보호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거듭났다. 합병된 기업 가치는 70억달러(약 10조원)에 달한다.

코헤시티 코리아는 15일 서울 송파구 베리타스코리아 사무실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최첨단 기술을 앞세운 시장 공략 전략을 발표했다.

조원영 코헤시티 북아시아 대표는 "베리타스는 30년간 데이터 보호 시장을 선도해 왔다"며 "이제 데이터 보호뿐 아니라 데이터 시큐리티, 그리고 보호된 데이터의 AI 활용이라는 세 가지 축에서 시너지를 창출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매일 증가하는 사이버 위협 속에서 데이터 시큐리티는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며 "기업의 방대한 데이터를 AI에 활용함으로써 고객에 더 큰 가치를 제공하겠다"고 덧붙였다.

코헤시티는 이번 간담회에서 양자컴퓨팅 공격에도 대응 가능한 '넷백업 11.0'을 공개했다. 양자 안전 암호화(Quantum-Proof Encryption) 기능은 현재는 물론 미래의 양자컴퓨터 위협까지 방어할 수 있는 기술이다. 또한 엔터프라이즈용 지식 검색 어시스턴트 '코헤시티 가이아'는 기업의 백업 데이터에서 AI 기반 인사이트를 추출해 데이터레이크 구축 비용을 절감할 수 있게 해준다.

"10조 vs 1000억"... 글로벌 기업과 국내 기업 간 '압도적 격차'

글로벌 보안 기업들은 코헤시티처럼 '조 단위' 매출과 기업 가치를 바탕으로 압도적인 자본력으로 국내 시장까지 공략하고 있다. 팔로알토네트웍스는 지난해 80억달러(약 11조4200억원) 매출, 포티넷은 59억달러(약 8조4200억원), 크라우드스트라이크는 39억달러(약 5조5700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시가총액 측면에서도 팔로알토네트웍스는 160조6000억원, 크라우드스트라이크 134조1000억원, 포티넷 106조4000억원 등 '100조 클럽'이 형성돼 있다.

반면 우리나라 보안 기업 중 매출 1조원을 넘긴 곳은 단 한 곳도 없다.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1000억원 선을 넘어선 곳이라고 해봐야 안랩(2606억원)과 윈스(1015억원) 정도에 불과하다. 시가총액 측면에서도 안랩 9914억원, 아톤 1438억원, 윈스 1411억원 등 1조원을 넘지 못하는 실정이다.

압도적인 규모 차이는 연구개발(R&D) 투자와 마케팅 역량의 격차로 이어진다. 10조원 규모의 글로벌 보안 기업은 수천억원을 R&D에 투자할 수 있는 반면, 우리 기업은 제한된 자본으로 기술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글로벌 기업들의 M&A 전략은 더욱 공격적이다. 시스코는 사이버보안 전문기업 스플렁크를 28조원에 인수했고, 포티넷은 클라우드 보안 기업들을 연달아 인수하며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코헤시티 역시 베리타스 인수로 기업 규모를 확대했다.

반면, 국내 보안 시장은 2023년 기준 1708개의 기업이 존재하며 그 수는 전년 대비 7.2% 증가했다. 각자도생하는 국내 기업들은 글로벌 기업과의 기술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앞서 우리 정부는 2023년 '정보보호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 전략'을 발표하며, 2027년까지 예산 1조1000억원을 투입해 한국 사이버보안 유니콘 기업을 육성하겠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하지만 이 정도 규모로는 10조원 이상의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리나라 보안업계 한 관계자는 "조 단위 규모의 보안 기업이 한국 시장에서 본격적으로 진출하고 있는 모습이다"라며 "글로벌 기업과 경쟁하려면 기술력과 자본력이 필수인데, 현재로선 국내 기업들이 이들과 맞서기는 역부족이다"라고 말했다.

홍주연 기자

jyhong@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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