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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교 후 처음” 학창시절의 꽃인데…최근 전국적으로 사라지고 있는 학교 문화


학교 관계자는 "교사, 학부모는 물론 학생 상당수가 디지털 범죄와 개인정보 유출 우려로 사진 촬영을 원하지 않았다"라며 "1960년대에 개교한 뒤 처음으로 졸업앨범을 만들지 않는 해가 될 것 같다"라고 밝혔다.
4월은 대개 각 학교가 졸업앨범을 만들기 위해 사진 촬영으로 바쁠 시기다. 하지만 올해는 유독 앨범 제작을 하지 않기로 한 학교가 늘고 있다. 딥페이크 등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범죄가 늘면서 졸업생과 교직원의 사진이 범죄에 악용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지난 14일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각 학교에서 졸업앨범 제작·구매 수요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시기인데 제작 자체를 하지 않는 경우가 전반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라고 매체에 말했다.

사진에는 "최근 A.I. 딥페이크 기술을 활용해 각종 범죄 및 개인정보 유출에 악용되는 등의 부정적인 사례가 많이 생겨 졸업앨범의 제작을 포기하는 학교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라며 "이에 우리 학교에서는 이번 설문조사를 통해 졸업앨범 제작 여부를 결정하고자 한다. 아래 설문조사서의 내용을 보시고, 졸업앨범 대체 사진(학생들에게 졸업기념 학생 개인사진 및 학급 단체사진 등으로 제작하여 졸업장과 함께 전달)으로 제작할지 아니면 기존의 졸업앨범으로 제작할지의 여부를 표시하여 회신해 주시기 바란다"라고 적혀 있다.
그런가 하면 대전의 한 초등학교는 올해 졸업앨범 수요 조사에 '딥페이크 범죄 발생 시 학교에 법적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내용의 동의 여부를 체크하는 항목을 포함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학교 관계자는 "악용 우려로 졸업앨범에 교사 사진을 넣지 않고 있는데 학생 사진에 대한 학부모의 우려가 커져 이를 안내하고 동의를 받는 절차가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서울의 한 중학교 교사도 "졸업앨범은 학생의 70~80% 이상이 동의해야 제작되는데 최근 (제작에 동의한 학생 수가) 절반도 안 돼 조사 기간을 연장하기도 했다"라고 했다.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딥페이크 피해 건수는 2023년 423건에서 지난해 1384건으로 3.3배 이상 늘었다. 이 가운데 10대 피해자가 46.3%(640건)로 절반에 가까운 것으로 확인됐다.
학생뿐만 아니라 교사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지난해 10월 한국교원총연합회 설문조사에서 응답 교원의 93.1%(3294명)가 졸업앨범 수록 사진이 딥페이크에 악용될 수 있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졸업앨범 제작 자체를 중단해야 한다고 답한 교사도 67.2%(2378명)에 달했다.

반면 네이버 맘카페 '동탄2신도시맘 ♣ 동탄투맘 모여요~ [동투맘] ^^ ♣' 회원은 "딥페이크로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는데 아이들 사진이 다 들어간 졸업앨범을 만드는 거 괜찮겠냐. 저는 너무 불안하다. 앨범 가격도 너무 비싸고 범죄에 노출될 수 있는데 그냥 둬도 되는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이에 다른 회원은 "지금이라도 (졸업앨범) 폐기하자고 하고 싶다"라고 댓글을 달기도 했다.
하지만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폭행당하거나 성희롱을 당하는 등 교권이 추락하는 사례가 급증하면서 이러한 졸업앨범 제작 중단 추세는 오래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최근 서울에서는 고3 남학생이 수업 중 게임을 하지 말라는 여성 교사를 다른 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폭행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러한 교권 추락 사건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남학생들이 여성 교사를 폭행하거나 불법 촬영, 딥페이크 성범죄를 저지르는 일은 지난 2년간 전국적으로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가해 학생들에 대한 처벌이 미약하거나 촉법소년이라는 이유로 형사처벌을 피하는 사례들이 늘면서 교사들을 실질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강력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게 시급하다는 요구가 계속 나오고 있다.
지난해에는 부산의 한 고등학교에서 고3 남학생 3명이 수개월간 여교사 8명을 수백 차례 불법 촬영한 사건이 뒤늦게 알려졌다. 지난 1월 7일 JTBC '사건반장' 보도에 따르면 가해 학생들은 서로 다른 피해 교사를 촬영한 뒤 촬영물을 교환하는 등 조직적으로 범죄를 저질렀다.
같은 해 11월엔 울산의 한 중학교에서 3학년 남학생이 담임교사를 포함한 여교사 5명의 신체를 불법 촬영한 뒤 같은 반 친구들과 공유한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또 같은 해 10월 인천 부평구의 한 고등학교에서도 남학생 4명이 여교사의 치마 속을 불법 촬영했다가 이를 목격한 학생의 신고로 적발됐다.

또 교육부가 지난해 1~9월 전국 학교를 대상으로 딥페이크 성범죄 피해 현황을 확인한 결과 학생과 교사 617명이 피해를 겪은 것으로 확인되기도 했다. 피해자 617명 중 학생은 588명, 교사는 27명, 직원은 2명이었다. 이에 교육부는 피해 신고 434건 중 350건에 대해 경찰에 수사 의뢰를 했으며 184건에 대해 기관과 연계해 삭제를 지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