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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명에 대문짝만하게 박힌 한국 지역 이름…전 세계서 거제도에만 사는 생물


거제도롱뇽의 번식기는 2월부터 5월 사이로, 산지습지와 계곡에서 한 쌍의 알주머니에 약 100개의 알을 낳는다. 이 알은 바나나 모양의 덩어리로 두 줄로 배열되며 3~4주 이내에 부화한다. 따뜻하고 습한 날씨에는 1월 중순에도 모습을 드러낼 수 있고 활동 시기는 11월 말까지 이어진다.
거제도롱뇽은 남방도롱뇽과도 생태적 차이를 보인다. 남방도롱뇽은 거제, 통영, 고성 등 경남 남해안 일대에 분포하지만 거제도롱뇽은 오직 거제도에만 서식한다. 거제도롱뇽이 남방도롱뇽보다 몸이 더 크고 다리가 짧으며 따뜻하고 습한 날씨에 따라 1월부터 11월까지 활동할 수 있는 점 등도 차이점이다. 두 종 모두 분포 지역이 좁아 멸종 위기에 처해 있지만 거제도롱뇽은 특히 극도로 제한된 서식지를 가지고 있어 보호의 시급성이 더욱 크다.
도롱뇽은 생태계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곤충 같은 1차 소비자를 포식하고 조류나 포유류 같은 상위 포식자의 먹이원이 되며 생태계 먹이사슬의 중간자로서 균형을 유지한다. 또한 수생과 육상 생활을 모두 거치는 양서류의 특성상 환경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해 오염이나 교란 정도를 파악하는 지표종으로도 활용된다.

도롱뇽과에 속한 종들은 다른 분류군보다 행동권이 작고 분산 능력이 극히 제한돼 있어 기후변화에 매우 취약하다. 연구에 따르면 기후변화로 인해 도롱뇽의 서식지는 2100년까지 현재보다 89.34% 감소해, 남해와 동해안 일부 지역에만 잔존할 것으로 전망된다.
남방도롱뇽의 경우 2022년 환경부 국가생물종목록에 공식 등록됐지만 서식지 보전이나 복원, 멸종위기종 지정 같은 실질적 보호정책은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남방도롱뇽을 법적으로 보호하고 체계적인 개체수 조사와 맞춤형 보전 계획 수립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또 산간 습지, 계곡 등 서식지를 보호하고 개발 압력으로부터 지켜야 하며 시민들의 인식 제고와 자발적 보호 활동 유도도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정부의 보호 계획에는 생태통로 설치와 로드킬 예방 시설 개선 등이 포함돼 있으나 남방도롱뇽에 대한 구체적인 적용 사례는 아직 보고되지 않았다. 특히 현행 야생동식물보호기본계획에는 남방도롱뇽과 같은 양서류에 대한 직접적 적용 방안이 명시돼 있지 않다는 점도 지적되고 있다.

거제도롱뇽은 지금 인간과 자연 모두의 책임 아래 놓여 있다. 이 고유종의 생존을 위해선 더 늦기 전에 구체적인 보호 조치가 실행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