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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외식 물가 고공행진… 새 정부 들어서도 인상 압박 여전
IT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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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4년 말 정국 혼란기에 도미노처럼 이어진 식품·외식업계의 가격 인상이 물가 상승세를 끌어올렸다. 새 정부가 출범한 이후 물가 안정을 정책 기조로 내세우고 있지만 내수 부진과 중동 리스크 등 대내외 악재가 겹치며 식품업체들의 추가 가격 인상 우려는 여전히 남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6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6월 가공식품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4.6% 상승했다. 이는 2023년 11월 이후 19개월 만의 최고치로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2.2%)의 두 배를 웃도는 수준이다. 외식 물가도 같은 기간 3.1% 올라 3%대 상승률을 유지했다.

가공식품과 외식의 소비자물가 기여도는 각각 0.39%포인트(p), 0.44%p로 두 항목이 전체 물가 상승률의 0.83%p를 끌어올린 셈이다. 농축수산물 기여도는 0.12%p에 그쳤다.

가공식품 73개 품목 중 62개 품목에서 가격이 올랐다. 특히 오징어채(48.7%), 양념소스(21.3%), 차(20.7%), 초콜릿(20.4%) 등에서 상승 폭이 두드러졌다. 김치(14.2%), 커피(12.4%), 맛김(12.0%), 시리얼(11.6%)도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고, 빵과 소시지도 각각 6.4%씩 올랐다.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직후 언급한 라면 가격도 전년 대비 6.9% 상승해 5월(6.2%)보다 상승폭이 확대됐다.

통계청은 “최근 출고가가 인상된 품목들이 소비자 가격에 순차적으로 반영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정부 요청으로 가격 인상을 미뤄왔던 식품·외식업체들은 2024년 말 ‘비상 계엄’ 사태 이후 정국 혼란이 이어지자 줄줄이 가격을 인상했다.

실제 커피믹스 시장 점유율 약 90%를 차지하는 동서식품은 대선 나흘 전 ‘맥심 모카골드’ 가격을 인상했고 이후 6개월 사이 두 차례 가격을 올려 제품 가격이 20% 가까이 뛰었다. 라면업계도 지난 3월부터 농심·오뚜기·팔도 등이 제품 가격을 100∼200원씩 인상했다. 초콜릿 1위 업체인 롯데웰푸드는 8개월 사이 두 차례 가격을 올려 일부 제품 가격을 42%까지 인상했다.

가공식품 물가 상승률은 2024년 11월 1.3%에 그쳤지만, 지난해 12월 2.0%, 올해 3월 3.6%, 4·5월 각각 4.1%에 이어 6월엔 4.6%로 석 달 연속 4%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외식 물가는 1월 2.9%에서 2월 3.0%로 올라선 뒤 5개월째 3%대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주요 프랜차이즈들도 가격 인상에 나섰다. 노랑통닭은 6월 23일 치킨 가격을 2000원 올렸고, 동원F&B는 7월부터 편의점 판매용 덴마크 우유(가공유) 가격을 5% 인상했다. 이디야커피도 7월부터 아이스티 용량을 늘리면서 가격을 300원 올렸고, 베이커리 33종 가격도 300원 인상할 예정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새 정부 출범 이후에는 가격 인상이 다소 잦아들었지만 여전히 안심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수출 대비 내수 의존도가 높은 식품업계는 내수 활성화에 기대를 걸었지만 고환율과 미국발 관세 이슈 등이 겹치며 실적 악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미 주요 식품업체들은 1분기부터 저조한 실적을 기록했다. 원가 상승으로 수익성이 떨어지며 영업이익이 감소한 것이다. CJ제일제당의 1분기 연결 영업이익(대한통운 제외)은 246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8% 줄었고, 매출도 1.8% 감소한 4조3625억원이었다. 롯데웰푸드의 1분기 영업이익은 164억원으로 56.1% 급감했다.

농심과 오뚜기의 영업이익도 각각 7.6%, 21.5% 줄었고 빙그레는 매출이 2.5% 증가했음에도 영업이익은 36.1% 감소한 135억원, 당기순이익은 36.8% 줄어든 116억원에 그쳤다.

지난 2분기 실적 역시 개선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경기동향조사에 따르면 식품업계의 올해 2분기 사업경기 전망지수는 96.1로 1분기(98.0)보다 낮아질 것으로 예측됐다. 다만 일부에선 하반기부터 가격 인상 효과가 반영되며 실적 개선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인건비와 운임·보관료 등 판관비 상승에 더해 환율 상승에 따른 원가 부담까지 겹치면서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며 “내수 부진이 이어지고 있지만, 하반기에는 인상된 가격이 실적에 일부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변상이 기자

differenc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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