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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풍향계] ‘생방송 업무보고’ 리허설 하는 공공기관장… “대통령이 보실라”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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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이 8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중앙동에서 열린 2026년 소방청 업무보고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이 8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중앙동에서 열린 2026년 소방청 업무보고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산업통상부 산하 A 공공기관 사장은 요즘 회의실에서 ‘깨지는’ 연습을 매일 하고 있는 것으로 10일 전해졌다. 다음주 장관에게 업무보고를 해야 하는데 이때 기관 운영과 관련해 질책을 당하거나 곤란한 질문을 받게 되는 상황을 가정해 어떻게 대응할 지를 리허설 하는 것이다. 전에는 하지 않던 일이다.

정부의 구조조정 대상으로 언급되고 있는 B 공공기관 사장은 간부들과 함께 업무보고 ‘예상 질문’을 뽑고 ‘모범 답안’을 찾고 있다고 한다. 이 기관 관계자는 “이번에 제대로 답을 못하면 ‘퇴출 리스트’에 오를 수 있다는 생각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했다. 유례가 없던 일이다.

이런 상황이 벌어진 이유는 올해부터 공공기관장이 소관 부처 장관에게 신년 업무보고 하는 회의 전체가 생중계 되기 때문이다. 앞서 중앙부처 장관들이 이재명 대통령에게 업무보고 하는 회의는 이미 생중계 된 바 있다. 일부 공공기관장을 이 대통령이 직접 ‘깨는’ 장면이 그대로 국민에게 전달됐다. 한 공공기관 임원은 “공공기관장이 장관에게 업무보고 하는 회의를 ‘대통령이 직접 보신다’고 생각한다면 긴장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공공기관의 업무보고가 외부에 공개되는 경우는 없었다. 소관 부처 장관이 공공기관장에게 보고를 받는 경우도 있었지만 국장급 공무원이 공공기관 실무진의 보고를 듣는 정도로 마치는 경우도 많았다고 한다.

하지만 작년 말 국무조정실은 모든 중앙부처에 ‘공공기관의 부처 대상 업무보고를 전면 공개하라’는 지침을 내려보냈다. “정책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라”는 이 대통령 지시에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소관 부처 산하 모든 공공기관장이 한 자리에 모여 장관에게 업무보고를 하는 방식이 도입됐다. 또 전체 내용이 생중계로 모든 국민에게 공개되거나 녹화를 통해 국민에게 전달된다.

이재명 정부는 공공기관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국무회의에서 “일부 기관은 무엇을 하는 곳인지 의문이 든다”고 말하면서 통폐합 대상이 이미 상당수 추려진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이번 업무보고도 대통령이 유의해서 보시지 않겠느냐”며 “찍히지 않는 게 목표”라고 했다.

다른 공공기관 관계자는 “지난달 대통령 업무보고는 부처가 전면에 나섰지만, 이번에는 공공기관장이 직접 발표하고 장관과 국장들의 실시간 질의에 응답해야 해 부담이 훨씬 크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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