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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 중동 분쟁 길어질수록 인도가 떠는 이유
조선비즈
미국의 이란 공습 이후 국제 유가는 급등했다. 브렌트유는 한때 배럴당 82달러를 넘어서며 올해 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고, 서부텍사스산원유(WTI)도 70달러대를 유지 중이다. 문제는 인도가 세계 3위 원유 소비국이라는 점이다. 인도는 하루 약 500만 배럴의 원유를 수입하는데 이 가운데 상당량이 중동을 거쳐 들어온다. 특히 인도 원유 수입 물량의 절반이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되면서 불안은 더 커지고 있다.
인도 중앙은행(RBI)은 국제 유가가 연간 10% 상승하면 인도 물가가 30bp(0.3%P) 오르고 경제 성장률은 약 15bp(0.15%P) 하락할 수 있다고 추정했다. 배럴당 10달러 상승이 1년간 지속되면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상수지 적자가 약 0.4%포인트 확대되고 성장률은 0.2~0.25%포인트 낮아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란은 전 세계 원유 공급의 약 5%를 차지하는데, 공급이 완전히 중단될 경우 유가는 약 20% 상승할 수 있으며 호르무즈 해협이 장기간 봉쇄되면 유가가 배럴당 108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이 같은 지정학적 긴장은 인도 항공사들에도 직격탄이 되고 있다. 블룸버그는 “중동 지역 갈등 고조로 영공이 잇따라 폐쇄되면서 대규모 결항과 우회 운항이 발생했고, 중동 현지 항공사를 제외하면 인도 항공사들이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다”고 전했다. 인도 항공사들은 지난 일요일 하루에만 350편 이상의 운항을 취소했다.
인도 항공사들의 부담은 구조적으로 더 크다. 이들은 이미 지난해 파키스탄과의 단기 분쟁 이후 파키스탄 영공을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이란 상공을 우회해 운항해 왔는데, 이번 사태로 중동 전역을 피해 가야 하는 상황까지 겹치면서 비행시간이 크게 늘어났다. 당초 이란을 거쳐 우회했을 때 미국행 항공편은 이미 2시간 30분 이상 추가 소요됐었는데, 중동 전체를 피해 갈 경우 이보다 더 긴 시간이 필요하다.
더욱이 인도 항공사들의 중동 노선 의존도는 높은 편이다. 중동은 유럽·북미로 향하는 환승 허브이자 인도 교민들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이기 때문이다. 3월 국제선 일정 전체가 중동 노선에 노출된 스파이스젯을 비롯해 에어인디아 익스프레스는 60%, 인디고는 41%가 중동 관련 노선이다. 실제로 지난 2일(현지 시각) 인도 증시에서 스파이스제트와 인디고의 주가는 8~9%대 급락했다.
국제선 운항은 인도 루피화 약세에 대한 자연스러운 환헤지 수단 역할을 해왔다는 점에서도 타격이 크다. 유가 상승과 항공 차질이 동시에 이어질 경우, 인도 경제가 받는 압박은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