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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춧가루 아무리 넣어도 안 된다...봄동겉절이는 '이것'이 정답입니다
위키트리속이 꽉 차지 않고 바닥에 낮게 엎드린 모양, 결이 부드럽고 단맛이 도는 배추. 바로 봄동이다. 겨울을 지나며 차가운 기운을 견딘 덕에 조직이 단단하면서도 아삭하고, 특유의 은은한 단맛이 살아 있다. 이 봄동을 가장 싱그럽게 즐기는 방법이 바로 다진 마늘을 듬뿍 넣은 겉절이다.
봄동겉절이는 ‘시간’을 오래 들이지 않는 요리다. 절임과 숙성을 거치는 김장김치와 달리, 갓 무쳐 바로 먹는 것이 매력이다. 그래서 재료 하나하나의 신선도와 손질이 중요하다. 먼저 봄동은 겉잎의 시든 부분을 떼어내고 밑동을 잘라낸 뒤 한 장씩 분리해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는다. 잎 사이에 흙이 남기 쉬우므로 물에 잠시 담갔다가 흔들어 씻으면 좋다. 물기를 충분히 빼는 것도 중요하다. 물기가 많으면 양념이 묽어져 맛이 싱거워진다.

이제 양념을 준비한다. 고춧가루 3큰술, 액젓 2큰술, 매실청 1큰술, 설탕 1작은술, 다진 파 2큰술을 기본으로 한다. 그리고 이 겉절이의 핵심인 다진 마늘 1큰술을 넣는다. 다진 마늘은 단순한 향신료를 넘어 맛의 중심을 잡는다. 봄동의 단맛과 어우러져 깊이를 더하고, 액젓의 비릿함을 눌러주며 전체 맛을 또렷하게 만든다. 너무 많이 넣으면 매운 기운이 앞설 수 있으니 분량을 지키는 것이 좋다.

다진 마늘을 넣은 봄동겉절이는 맛뿐 아니라 건강 면에서도 매력적이다. 봄동에는 비타민 C와 식이섬유가 풍부해 면역력 강화와 장 건강에 도움을 준다. 여기에 마늘의 알리신 성분은 항균·항염 작용을 돕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환절기 감기 기운이 돌기 쉬운 시기에 제철 채소와 마늘을 함께 섭취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보양이 된다.
보관은 길게 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겉절이는 시간이 지나면 수분이 빠지고 숨이 죽어 맛이 떨어진다. 가능하면 무친 당일, 늦어도 이틀 안에 먹는 것이 가장 좋다. 냉장 보관할 때는 밀폐 용기에 담되, 위에 남은 양념을 한 번 더 얹어 공기 접촉을 줄이면 변색을 늦출 수 있다.

김치통을 열어 오래 묵은 김치를 꺼내는 대신, 그날그날 채소를 무쳐 먹는 일은 계절을 가까이 두는 방식이기도 하다. 납작하게 퍼진 봄동 한 포기, 칼끝에서 퍼지는 마늘 향, 붉게 물드는 고춧가루. 짧은 조리 시간 속에 봄의 맛이 완성된다. 입안 가득 번지는 아삭함과 은은한 단맛, 그리고 다진 마늘의 또렷한 향이 어우러진 한 접시는 계절이 바뀌고 있음을 가장 먼저 알려주는 신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