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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완성하는 순간 터지는 ‘도파민’, 그 손끝의 희열은 기계가 대신할 수 없죠”
투어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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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어코리아=김교환 기자 생성형 AI 확산으로 직업 지형이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세계경제포럼은 2027년까지 전 세계 일자리의 23%가 변화할 것이라 전망했고, 골드만삭스는 생성형 AI로 인해 최대 3억 개 일자리가 자동화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국내 역시 예외는 아니다. 한국산업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전체 일자리의 약 13.1%, 약 327만 개 일자리가 AI로 인해 사라지거나 중대한 영향을 받을 위험에 놓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AI가 창작을 대신하고 자동화가 생산을 대체하는 시대, 그렇다면 ‘손으로 만드는 직업’은 사라질까. 울산에서 가죽 공예 교육을 이어오고 있는 비다가죽학원 김민혜 원장은 그 질문에 단호히 고개를 젓는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오히려 사람의 손에서 완성되는 가치는 더 또렷해집니다” 그는 공예 교육과 창업 현장에서 체감한 생존 전략을 차분히 풀어냈다.
김민혜 원장의 원래 전공은 미술이었다. 조그만 화실을 운영하다가 이를 정리하고, 우연히 원데이 클래스로 반지갑을 만드는 수업에 참여하면서 가죽 공예를 처음 접했다. 그때가 2015년이었다. 당시 대학원 진학을 준비하던 시기였지만, 오후 4시에 시작한 작업에 몰입해 새벽 1시까지 이어갈 만큼 흥미를 느꼈고, 그 과정 자체에서 큰 재미를 발견했다. 여기에 가죽 공예가 수익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접하면서 본격적으로 이 분야에 발을 들이게 됐다.

처음부터 거창한 목표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손으로 작업하는 것을 좋아했고, 서양화를 전공해 작가 활동을 이어오던 경험이 있어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분야로 느꼈다. 또한 아이들보다는 성인을 가르치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 회화와 달리 공예는 작품 활동 이후에도 실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는 결과물이 나온다는 점이 매력으로 다가왔다. 이러한 실용성과 재미에 이끌려 창업 과정을 신청해 배우기 시작했고, 그 과정을 통해 가죽 공예의 길로 들어서게 됐다.

Q. 창업 당시와 지금을 비교하면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무엇인가요?

2016년 창업 당시에는 울산에 가죽 공방이 많지 않아 단순 체험형 원데이 수강생이 대부분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공방도 늘고 경쟁도 생기면서, 취미 체험보다는 전문가 과정이나 창업을 목표로 배우려는 수강생들이 많아졌습니다. 저 역시 작은 공방에서 시작해 현재는 국비 훈련기관으로 운영하고 있는데요. 장기적으로 배우며 창업을 준비하는 수강생이 늘었다는 점이 가장 큰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취미부터 창업까지, 목적에 맞춘 단계별 교육

Q. 비다가죽학원의 교육과정은 어떻게 되나요?

저희 학원은 목적에 따라 다양한 교육 과정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먼저 취미 과정은 원하는 제품이나 가방을 직접 만들어보고 싶은 분들을 위한 수업입니다. 전문가 과정은 패턴 설계부터 제작까지 전 과정을 배우며, 창업이나 전문 활동을 목표로 하는 분들이 주로 수강합니다. 또한 정규 과정이 부담스러운 분들을 위해 특정 가방이나 제품 하나를 완성하는 단품 수업도 운영하고 있는데, 이 과정은 평생교육 바우처를 통해 많이 활용되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카드지갑, 장지갑, 클러치 등 소품을 제작하는 원데이 클래스와 국비 지원 가죽공예 과정(기초부터 심화 단계까지)도 마련돼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학교, 관공서, 문화센터, 장애인 기관 등에서 요청이 들어오면 강사진이 직접 찾아가는 단체 출강 수업도 함께 진행하고 있습니다.

Q. 원장님만의 교육 철학은 무엇인가요?

제 교육 철학은 ‘제대로 배워야 제대로 가르칠 수 있다’는 생각에서 출발합니다. 저 역시 처음 가죽 공예를 배울 때 체계적인 교육을 받지 못해 부족함을 많이 느꼈습니다. 학원을 운영하면서도 서울을 오가며 약 8년 동안 기초부터 특수피, 명품 복원, 염색, 도금, 리폼까지 꾸준히 배우며 기술을 쌓았습니다. 배움에 투자한 시간과 비용이 제 경쟁력이자 수강생들에게 책임 있는 교육을 제공할 수 있는 기반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죽 공예는 가방마다 적용되는 기술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단기간에 전문가가 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저는 수강생들에게 단순히 만드는 법만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추도록 돕는 데 집중합니다. 창업을 목표로 하는 수강생을 배출하더라도 두렵지 않은 이유도 바로 그 점입니다. 제 기술과 교육의 깊이가 학원의 가장 큰 무기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제가 충분히 익히고 검증한 내용만 수강생들에게 전달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래야만 교육자로서 부끄럽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초기에는 수강생이 만들고 싶다는 가방을 제가 먼저 샘플로 제작해 본 뒤 수업을 진행하기도 했는데요. 그때는 돈은 안 되는데 무척 바빴던 시절이기도 했습니다.(웃음)

보람은 결국 ‘사람’에게서 온다

Q. 이 일을 하면서 가장 보람 있었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이 일을 하며 느끼는 보람은 거창한 순간보다 일상 속에서 자주 찾아옵니다. 예전에 수업을 듣고 떠났던 수강생들이 다시 찾아와 도움을 요청할 때, 또 함께 만든 가방을 1년이 지나도 여전히 잘 사용하고 있다고 말해줄 때 큰 뿌듯함을 느낍니다. 울산 시내에서 저희 학원에서 만든 가방을 들고 다니는 분들을 우연히 마주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수강생들의 작품 완성도가 높아 주변에서 주문까지 이어질 때도 보람을 느끼고요. 무엇보다 가장 큰 보람은 사람에게서 오는 것 같습니다. 오랜 시간 함께 배우는 장기 수강생들이 많고, 그분들과의 신뢰가 쌓여 있다는 사실 자체가 이 일을 계속하게 하는 가장 큰 힘입니다.
기계가 대체할 수 없는 ‘디테일과 감성’

Q. AI와 자동화가 확산되는 시대에 수공예 직업의 경쟁력은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AI와 자동화가 확산되는 시대일수록 수공예의 경쟁력은 더 분명해진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세상에 하나뿐인 나만의 제품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입니다. 공방에 오시는 분들도 제작 과정은 힘들어하시지만, 완성되는 순간의 ‘도파민’을 잊지 못해 계속 배우러 오시는 것 같습니다. 손으로 하나하나 만들어 퀄리티 있는 결과물이 나왔을 때 느끼는 희열은 기계가 대신할 수 없는 영역이라고 봅니다.

또 수공예는 좋은 가죽을 사용해 디자인부터 형태까지 자신의 취향에 맞게 제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단순히 브랜드 제품을 소비하는 것과는 다른 만족이 있는 것이죠. 실제로 에르메스같은 명품 브랜드도 가치가 높은 제품일수록 여전히 수작업 비중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결국 사람의 손에서 나오는 디테일과 감성이 수공예의 가장 큰 경쟁력이라고 생각합니다.

Q. 기계 생산 제품과 핸드메이드 제품의 본질적 차이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기계 생산 제품과 핸드메이드 제품의 가장 큰 차이는 내구성과 제작 방식에서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어떤 재료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천연 가죽을 중심으로 인위적인 소재를 최소화해 제작한 제품은 훨씬 오래 사용할 수 있습니다. PVC나 합성 소재는 시간이 지나면 갈라지거나 찢어지기 쉽지만, 좋은 가죽은 사용하면서도 형태를 유지하고 오히려 멋이 더해집니다.

또 봉제 방식에서도 차이가 있습니다. 미싱은 실이 서로 맞물리는 구조라 한 부분이 풀리면 연속적으로 뜯어질 수 있지만, 손바느질은 두 개의 바늘로 교차해 엮는 방식이기 때문에 한 땀이 손상돼도 전체가 쉽게 무너지지 않습니다. 이런 구조적 차이 때문에 핸드메이드 제품이 더 견고하고 오래 사용할 수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이러한 장점은 어디까지나 좋은 재료와 올바른 제작 방식이 함께했을 때 비로소 발휘된다고 생각합니다.
기술 경쟁력 + 제도 활용이 해답

Q. 앞으로 공예 교육은 어떻게 변해야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앞으로 공예 교육이 살아남으려면 무엇보다 ‘제대로 된 기술’을 기반으로 운영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시설이나 장비보다 중요한 것은 결국 공방장의 실력과 교육의 깊이라고 봅니다. 기술이 탄탄해야 수강생들도 계속 배우러 오고, 장기적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 하나는 접근성을 높이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공예 교육은 재료비와 수업료가 높아 쉽게 시작하기 어려운 분야인데, 그렇다고 무작정 가격을 낮추면 교육의 질이나 시장 구조가 무너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수업료는 유지하되 국비 지원이나 바우처, 평생교육 프로그램 같은 제도를 활용해 더 많은 사람들이 부담 없이 배울 수 있도록 방향을 잡아왔습니다. 앞으로의 공예 교육은 기술 경쟁력을 기본으로 하면서도, 시대 상황에 맞는 제도와 시스템을 함께 활용해 대중성과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실력 없는 창업은 오래가기 어렵다

Q. 공방 창업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가장 현실적인 조언은 무엇인가요?

가장 현실적으로 드리고 싶은 조언은, 무턱대고 시작하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누구나 ‘내가 하면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지만, 공방은 교육이나 기술을 기반으로 운영되는 공간이기 때문에 내가 막히지 않을 만큼의 실력을 갖추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합니다. 모르는 것이 있다면 창업 후에도 계속 배우는 자세가 필요해요. 이는 절대 부끄러운 일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런 과정이 공방의 경쟁력을 만든다고 봅니다. 또 창업 전에 자신의 방향을 분명히 정해야 합니다. 주문 제작 중심으로 갈 것인지, 교육 중심으로 갈 것인지에 따라 시장 조사와 운영 방식, 입지 전략이 모두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저는 교육을 중심으로 운영하면서 출강과 프로그램을 병행해 안정성을 확보해 왔습니다.

그리고 현실적으로 가장 강조하고 싶은 것은 임대료입니다. 공방은 음식점처럼 유동 인구가 많은 1층이나 대로변이 꼭 필요한 업종이 아니기 때문에, 월세가 비싼 곳을 선택하면 그 부담이 결국 운영을 흔들게 됩니다. 월세가 높아지면 수강생을 사람으로 보기보다 매출로 보게 되고, 그 순간 교육의 방향도 무너지기 쉽습니다. 충분한 기술을 갖추고, 운영 방향을 명확히 정한 뒤, 고정비를 낮춘 구조로 시작해야 오래 버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Q. 개인적인 목표나 꿈은 무엇인가요?

장기적으로는 공방을 조금 더 확장할 계획입니다. 지금까지 배출한 수강생들 중 일부가 강사진으로 함께하고 있는데요. 앞으로 그분들을 더 성장시켜 수업 운영을 맡기고 저는 전문가 과정 중심의 교육에 집중하고 싶습니다. 강의실이 늘어나고 운영이 안정되면, 그동안 미뤄왔던 석사 과정에도 도전할 생각입니다. 미술 전공자로서 학문적인 기반을 더 탄탄히 다지고 싶다는 목표가 계속 있었기 때문입니다. 또 하나의 꿈은 제 이름을 건 브랜드를 런칭하는 것입니다. 에르메스처럼 세계적인 브랜드를 만드는 것은 쉽지 않겠지만, 공방을 운영하며 제 디자인을 꾸준히 발전시키고 시장 반응을 확인하다 보면 언젠가는 의미 있는 브랜드를 선보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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