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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핵화’ 빠진 북중 정상회담… 中, 북한 관리에 무게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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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만에 북한을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정상회담에서 ‘한반도’와 ‘비핵화’ 언급 없이 북·중 양자 협력만을 강조했다. 두 정상은 북·중 협력 확대와 전략적 공조를 강조하면서 중국의 대북 정책이 ‘비핵화 추진’보다 북한과 관계 관리에 무게를 두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외교부가 지난 8일 평양 북·중 정상회담 직후 배포한 보도자료를 보면 두 정상의 발언 내용은 양국 협력 강화에 초점이 맞춰졌다. 시 주석은 북·중 관계 발전과 관련한 ‘4대 의견’을 직접 제시하며 양자 간 구체적인 사업 내용과 목표를 밝혔다. 특히 ‘외교·법 집행(치안)·군대 등 분야의 교류 강화’가 이날 처음으로 언급됐다.
지난 8일 북한 평양에서 열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환영만찬에 앞서 북·중 정상 내외가 기념촬영하고 있다. 그 뒤로 '조중(북중)친선'이라는 문구가 보인다. /신화통신연합뉴스
지난 8일 북한 평양에서 열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환영만찬에 앞서 북·중 정상 내외가 기념촬영하고 있다. 그 뒤로 '조중(북중)친선'이라는 문구가 보인다. /신화통신연합뉴스

◇ ‘한반도’ ‘비핵화’ 언급 없어… 2019년엔 9차례 언급

그러나 한반도를 의미하는 단어 ‘조선반도’나 ‘반도’는 한 번도 등장하지 않았다. 앞서 2019년 평양 정상회담에선 중국 측 발표 자료에 ‘반도’ 언급이 9차례 나왔던 점과 대조적이다. 9개월 전 김 위원장 방중 당시에도 시 주석은 한반도를 2차례 언급했다. 주로 한반도 평화와 안정 수호가 중요하며 중국이 이를 돕겠다는 내용이었다.

‘비핵화’ 언급도 생략됐다. 정상회담 관련 중국 측 발표문에는 ‘지역의 평화와 발전을 공동 수호한다’는 원론적 표현만 담겼을 뿐 비핵화나 북핵 문제에 대한 언급은 별도로 나오지 않았다. 북한 역시 정상회담 직전까지 ‘핵무력 강화’를 거듭 천명하며 핵보유국 지위를 협상 대상으로 삼지 않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한 바 있다.

앞서 지난 5일 미국 국무부가 지난달 베이징 미·중 정상회담에서 시 주석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방침에 동의했다고 밝히자, 김여정 북한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장은 이에 강하게 반발하며 “핵보유국 지위는 절대불퇴의 한계선이다. 그 어떤 위협이나 타협도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해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북핵 문제는 북·중 정상회담의 핵심 의제가 될 수밖에 없었으나, 시 주석이 마주한 북한은 어느 때보다 강해졌다”며 “북한은 러시아와 군사·경제 협력을 확대하며 관계를 강화했고, 경제 상황도 수년 만에 가장 양호한 수준을 보이고 있으며, 김 위원장은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 참여를 단호히 거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 8일 밤 평양체육관에서 열린 시 주석 환영 공연. /신화통신연합뉴스
지난 8일 밤 평양체육관에서 열린 시 주석 환영 공연. /신화통신연합뉴스

◇ 북핵 해법보다 북한 관리… 달라진 中 우선순위

전문가들은 중국이 북한의 핵무장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은 아니지만, 비핵화 압박보다는 북한 관리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핵 문제 해결 가능성이 사실상 희박해진 상황에서 북한의 체제 안정과 북·중 관계 유지가 중국의 더 현실적인 정책 목표가 됐다는 것이다.

미국의 북한 전문 매체 38노스는 “최근 북한은 커져가는 영향력을 활용해 대만과 일본 문제에 있어 중국을 지원하는 한편, 북한의 핵 보유를 중국이 인정하도록 압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시 주석 방북은 중국이 북한의 변화한 태도에 얼마나 적응할 의향이 있는지를 보여준다”고 했다.

중국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비핵화 문제를 의제에서 사실상 제외한 배경에는 북한과 러시아 간의 밀착을 경계하기 위한 의도가 깔려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북한이 최근 러시아와 군사·경제 협력을 확대하면서 중국의 대북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약화된 만큼, 중국 입장에서는 비핵화 압박보다 북한을 자국 영향권 안에 묶어두는 것이 더 시급한 과제가 됐다는 것이다.

제니 타운 38노스 소장은 미 ABC방송 인터뷰에서 “북한은 그간 중국보다 러시아를 훨씬 우선시해 왔다. 두 나라 관계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최악의 시기에 있다”며 “이에 중국은 북한에 대해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고 했다.

미·중 전략경쟁 측면에서도 북·중 우호 관계는 중국에 중요한 전략 자산이다. 중국은 미국 주도의 국제질서에서 벗어난 중국 중심의 새로운 국제질서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는데 북한이 이를 위한 전략적 파트너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중국 입장에서도 북핵 문제는 여전히 부담 요인이다.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가 미국과 동맹국들의 군사력 증강이라는 결과를 초래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WSJ는 “중국과 북한은 현재의 국제질서가 미국 중심으로 불공정하게 운영되고 있다는 데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중국은 미국의 안보 동맹국인 일본에 대한 군사적 압박에 있어서도 북한의 지지를 얻으려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다만,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이 확대되고 미국 본토까지 타격할 수 있는 장거리 무기 개발이 진전되면서 북한은 중국 입장에서 예측 불가능한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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