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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창익 YTN 이사, 유진 퇴출보다 실질적 정상화 논의
미디어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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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오늘이 언론장악저지공동행동의 제안으로 ‘YTN 정상화’를 위한 연속 기고를 싣고 있습니다. 기고와 관련해 YTN 독립이사(거버넌스위원회 위원장)인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이 반론을 보내와 싣습니다. 보도전문채널을 둘러싼 생산적 논의가 이뤄지길 기대합니다. - 편집자주

미디어오늘에 ‘YTN 정상화’를 다룬 칼럼이 잇따라 실렸다. 한두 번도 아니고 열 차례나 이어졌다. 필자는 모두 달랐지만 YTN에 대한 진단이나 해법은 엇비슷했다. 유진그룹이 YTN의 대주주가 된 것은 윤석열 내란정권의 방송 장악을 위해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가 내린 위법한 결정이었으니,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방미통위)가 유진그룹의 대주주 지위를 박탈해야 한다는 것이다.

내란 극복을 위해 YTN에서 유진그룹을 퇴출시켜야 한다는 게 핵심이지만, 앞뒤가 맞지 않는 주장이다. 유진그룹이 한전KDN과 한국마사회가 갖고 있던 YTN 지분을 낙찰받은 것은 2023년 10월, 방통위의 최다액출자자 변경 승인이 난 것은 2024년 2월의 일이다. 2024년 12월3일 내란 훨씬 이전의 일이다.

방통위 2인 체제가 YTN 최대주주 변경 승인을 한 것은 비정상적이었다. 방통위를 5인 합의제 행정기관으로 만든 건 방송의 공공성·공정성을 챙기자는 입법적 결단이었다. 그런데도 위원 2명만으로 행정처분을 했다면 그 자체로 민주적 정당성, 법적 안정성에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절차적 문제가 있었다고 해서 이게 곧바로 ‘유진 퇴출’로 이어지긴 힘들다는 것이다.

방통위 2인 체제가 의결한 안건만 135건인데, 이게 모두 불법일 수 있을까? 방통위는 2023년 8월부터 적어도 1년8개월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고 정원이 채워지기만 기다렸어야 했나. 이에 대한 법원 판단도 엇갈리고 있다. 대법원 최종 결정이 날 때까지는 판단 유보 상태인 셈이다. 따라서 이 쟁점은 논란 중이라고 하는 게 맞다.

세월이 한참 지난 뒤에 방통위 2인 체제에서의 결정이 위법이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온다고 해도 달라질 건 별로 없다. 방미통위에서 유진그룹의 대주주 자격을 재심사해야 하기 때문이다. 유진그룹이 YTN 대주주가 되는 과정에서 불법행위를 저지른 게 없기에 유진그룹의 대주주 자격을 박탈하는 결정도 쉽지 않을 것이다.
만약 방미통위가 지분매각 명령을 내려 유진그룹이 가진 YTN 주식을 강제로 팔게 한다면, 유진그룹은 소송으로 대응할 것이다. 시가보다 훨씬 많은 돈을 내고 대주주 지위를 얻었고, 그동안 YTN 노조 등에서 엄청난 비난을 들으면서도 버텼던 유진그룹이 쉽게 물러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 소송도 대법원 최종 결정까지 이어지려면 또 몇 년의 시간이 걸릴 것이다.

한참 지난 다음에 법원이 방미통위 손을 들어준다고 해도 문제가 다 해결되는 건 아니다. 유진그룹이 3천4백억 원을 들여 산 YTN 주식의 40%를 누가 사들일 건가 하는 문제가 남는다. 방송광고 시장이 위축되고, 여러 방송사의 적자 폭이 커진 데다 JTBC까지 부도를 당하는 상황에서 보도전문채널을 위해 수천억 원을 쓰면서까지 뛰어들 업체가 있을까?

한전이나 한국마사회 같은 공기업을 떠올릴 수도 있겠지만, 자칫하면 배임이 될지도 모를 위험한 판단을 그 기업 이사들이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또한 특정 공기업에게 수천억 원을 내고 YTN 주식을 사라는 압력을 행사할 수 있는 정치권력은 세상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이런 식으로 언제 끝날지 모를 법률 다툼을 몇 년씩 벌이는 동안 YTN은 시청자의 외면을 받으며 더 망가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뉴스의 품질은 떨어지고 재정 상태는 악화하고 구성원들도 어려움을 겪게 될 수 있다.

‘유진 퇴출’을 외치며 싸우는 것은 노조의 선택이겠지만, 그게 YTN 정상화를 의미할 수는 없다. 그래서 법적 다툼은 그대로 진행하더라도, YTN 정상화를 위한 실질적인 방안도 함께 모색해야 한다. 사장과 보도책임자 모두 공석인 데다, 노조는 한 달에 한 번씩 파업을 반복하는 상태에서는 정상화가 불가능하다.

YTN 정상화는 미룰 수 없는 시급한 과제다. 현실가능한 방안이 뭔지 공개토론이라도 했으면 좋겠다. 미디어오늘이 주최해도 좋고, YTN 노조가 주최해도 좋다. YTN의 오늘과 내일에 관해 공개토론이라도 해보자. 유진그룹의 대주주 지위 문제, 방통위 2인 체제의 문제점, 사장 선임 절차 등 뭐든 좋다.

YTN 정상화가 ‘유진 퇴출’이라는 구호만으로 가능한 일이 아니라는 것은 분명하다. 진짜 정상화를 위해서는 사장을 제대로 뽑는 것부터, 정치권력이나 자본권력으로부터 독립성을 확보할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는 것까지 꼼꼼하게 챙길 게 많다. 저널리즘 책무도 놓치지 않아야 한다. 이 좋은 시절에도 구석으로 내몰리기만 하는 약자, 소수자, 청년의 삶도 제대로 챙기는 의미 있는 언론으로 발돋움해야 한다.
특종이 전부는 아니겠지만, 보도전문채널답게 보도 역량도 키워야 한다. 탐사보도, 국제뉴스, 지역뉴스 등에서 특별한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서울을 빼고는 전국 어디서도 들을 수 없는 라디오도 키워야 하고, 내일은 어떻게 먹고 살지에 대한 고민도 챙겨야 한다.

나는 직업인권운동가다. 전업 인권운동을 시작하던 1992년부터 지금까지 공직을 맡은 적도 없고, 당적을 가진 적도 없다. 내가 만든 단체는 1999년 창립 이래 지금껏 정부나 기업의 지원을 사양하고 독립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미 프레시안에서 3년, 한겨레에서 6년 동안 사외이사로 일하기도 했다. 한겨레에선 노조 추천 사외이사였다. 이런 경험을 살펴 YTN의 발전을 돕고 노조와 협력하며 새로운 길을 함께 찾고 싶었다. 그러나 모든 대화는 거부당했고 노조는 “진보의 가면”을 썼다거나 “유진의 하수인”이라는 비난을 퍼부었다. 언론사의 주요 구성원들이 대화와 토론을 거부하고 비난만 일삼은 건 놀라운 일이었다.

지금 YTN 구성원들에게 필요한 것은 무의미하고 불필요한 싸움을 반복하는 게 아니라, YTN 정상화를 위해 구체적인 노력을 해나가는 것이다. 작은 차이를 극복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보도전문채널을 시청하는 대한민국 국민과 세계인에게 양질의 언론서비스를 제공하고, 제대로 평가받으며, 스스로 지속가능성을 구체적으로 입증해야 한다. 그래서 더더욱 YTN에 주어진 가장 중요한 과제는 ‘정상화’다.

나와 동료 이사들은 ‘정상화’를 위해 모든 양보를 다했다. 법률과 이치에 맞지 않아도 양보를 거듭했다. 사장추천위원회 구성을 위한 노사협상에서도 그랬다. 늘 대화를 촉구했으며 언제든지 만나서 이야기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알렸다. 그러나 노조는 내내 묵묵부답이었다. 대화와 토론을 거부하는 노조의 행태는 낯설기까지 했다. 하지만,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YTN의 기반을 스스로 허물어뜨리는 바보 같은 짓은 그만둬야 한다.

급변하는 방송 환경에서 사실상 불가능한 ‘유진 퇴출’이라는 구호에만 매몰될 수는 없다. 지금 이 중요한 시기를 놓치고, 여태 그랬던 것처럼 몇 년 동안 허송세월한다면, YTN에도 먹구름이 드리우게 될 것이다. JTBC의 위기는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YTN도 정상화가 미뤄지면 그만큼 시청자의 외면을 받게 되고 경영 부실도 심화될 것이다. 더 심각한 위기가 닥치기 전에, 지금이라도 무릎을 맞대어 논의하고, 회사 정상화를 위해 함께 노력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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