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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 이끄는 리빙 브랜드 #1 부녀가 만드는 가구, 언커먼하우스
리빙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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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커먼하우스라는 리빙 브랜드의 중심에는 가족이라는 키워드가 있었다. 평생 동안 가구를 만들어온 아버지와 딸이 함께하는 브랜드이며 가족의 삶을 투영해 제품을 개발한다. 올해로 5년째 브랜드를 운영하는 이들 가족의 관계는 어느덧 언커먼하우스를 중심으로 단단해졌다.
아버지의 직업에서 우리의 가업으로아버지의 직업에서 우리의 가업으로 언커먼하우스의 정영은 대표는 10년 넘게 다니던 은행을 나와 브랜드를 론칭했다. 출산과 육아 휴직 기간을 거치는 동안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은 뭘까?’ 고민하던 차에 마침 첫 집을 마련하고 집을 꾸미는 재미에 흠뻑 빠졌던 그녀. 집 꾸미기 과정을 기록하던 블로그가 인기를 끌고, 신혼 초 아버지께서 직접 만들어주신 가구들이 주목을 받으면서 창업의 아이디어를 얻었다. “아버지는 저희 자매가 태어나기 전부터 가구를 만드셨지만 가구는 ‘아버지의 일’이라고만 생각을 해왔어요. 글로벌 대기업과 저가 수입산 가구에 밀려 솜씨 좋은 아버지의 가구가 설 자리를 잃게 된 상황에도 이렇다 할 도움을 드리지 못했죠. 그게 마음의 짐처럼 남았는데, 리빙 브랜드 창업을 준비하면서 아버지와 함께 다시 가구 제조업을 시작해보자고 뜻을 모았습니다.”
정영은 대표가 성장한 일산 지역에서 새 출발을 한 언커먼하우스는 올해로 4년째 순항 중이다. 내구성이 뛰어난 월 시스템 선반부터 공예적인 디테일이 느껴지는 사이드보드 등 10여 종의 자체 제작 가구를 선보이고 있다. 올 초엔 자매 브랜드인 ‘언커먼 팩토리’를 론칭해 필터 샤워기와 도자기 라인을 공개하기도 했다. 언커먼하우스의 베스트셀러는 월 시스템 선반인 ‘대물림 시스템’. 빈티지에 매력을 느끼고 브랜드의 진정성과 디테일을 알아봐주는 젊은 부부들 사이에서 특히 인기다. 평생 가구를 다뤄온 아버지의 노하우와 센스 있는 딸의 감각이 통했다는 증거가 아닐까? 브랜드가 성장하면서 언커먼하우스는 가족을 결합하는 단단한 구심점이 되었다. 함께 은행을 다녔던 남편 강희철 씨는 가구 배송과 설치를 담당하는 배송팀의 트러커이자 책임대표로 역할을 바꿨고 정영은 씨의 언니까지 쇼룸 운영에 합류했다. 이제 언커먼하우스는 가족 그 자체다. 가족은 강하니까. 앞으로는 가족의 행복을 밑거름 삼아 로컬 창작자들과 협업을 꽃피우고 한국형 가구 제조업의 미래를 제시하며 ‘가족의 힘’이 이렇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언커먼하우스의 월 시스템 가구 ‘대물림 시스템’. 선반을 고정하는 브래킷 고리와 걸쇠 마감 부분을 직접 개발한 자체 제작 가구다.
쇼룸에서 촬영을 지켜보던 정영은 대표의 큰아이 래언이가 그린 ‘대물림 시스템’.
두꺼운 자작나무 합판에 삼각발 모양의 철제 다리를 결합해 화분을 안정적으로 받쳐주는 플랜트 벤치.
선반과 사이드보드에 진열한 도자기는 언커먼 팩토리와 장재녕 작가가 협업한 제품. 굵은 모래로 빚어내 흙의 질감과 작가의 손길이 느껴진다.
정영은 대표 부부와 두 아이에 아버지까지, 언커먼하우스 3대는 쇼룸과 제작소가 위치한 일산 인근에 살며 수시로 소통한다.
가족의 삶에서 비롯되는 가구
언커먼하우스는 빠르게 소통하지만 느리게 나아간다. “창업 초기 단계의 스타트업에겐 민첩한 소통, 피드백, 수정이 필요하죠. 저희는 가족이라 허심탄회하게 소통하면서 상황을 생동감 있게 받아들이고 즉각적인 대응을 할 수 있어 좋아요.” 은행원 커플에서 사장님 부부가 된 남편 강희철 씨는 가족 간 활발한 소통이 브랜드 운영의 효율성을 높여준다고 이야기했다. 요즘 언커먼하우스 가족의 주된 소통 주제는 아이방 가구다. 작년 가을 새로운 집으로 이사한 정영은 대표 부부는 아이방에 놓을 가구를 개발하고자 몇 달째 시제품을 만들고 사용하기를 반복하며 연구를 이어가는 중. 아이들이 편하게 쓸 수 있으면서도 거실이나 안방에 어울릴 만한 가구를 올 상반기 중 선보일 예정이다.
지금까지도 언커먼하우스의 가구들은 모두 정영은 대표 가족의 일상에서 비롯됐다. 현관 근처에 두고 쓸 아담한 서랍장, 화분을 모아두기 좋은 튼튼한 벤치 등 생활 속에서 필요한 가구 디자인을 의뢰하면 아버지 정명희 고문이 시제품을 제작한다. 그다음 6개월~1년간 집 안에서 직접 사용해보며 수정, 보완을 거쳐 제품을 완성하는 시스템을 고수하다 보니 출시 과정이 긴 편이라고. 집 안에서 직접 가구를 사용하고 길들이는 동안 가족의 추억이 쌓여가고 고객들에게 전달할 풍부한 사전 지식까지 확보된다. 유행을 따라 쉽게 바꾸는 가구가 아닌, 오래도록 곁에서 함께 나이 드는 ‘애착 가구’를 만들고 싶은 언커먼하우스. 정영은 대표에게 아버지와 함께한 지난 4년에 대한 소감과 앞으로의 소망에 대해 물었다.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 하면 생각나는 모습은 가구 공장을 운영하는 바쁜 와중에도 가족을 우선으로 두고 딸들을 알뜰살뜰 챙기시는 모습이에요. 이제 같은 공간에서 일을 하며 부모님을 마주하니, 더 애잔하고 먹먹하달까요? 딸의 이름을 걸고 나가는 가구 하나하나를 세심하게 다뤄주셔서 항상 감사해요. 앞으로도 오래오래 아버지와 함께 일하고 싶어요.”
가구 공장들이 밀집한 경기도 고양시 문봉동에 자리한 언커먼하우스의 쇼룸.
언커먼 샤워 헤드를 든 정영은 대표와 책상에 모인 가족들.
40년간 가구 제작에 몸 담아온 정영은 대표의 아버지 정명희 고문. 언커먼하우스의 모든 가구는 그의 검수를 거쳐 세상에 나온다. 그는 언커먼하우스가 국내 고급 가구 브랜드로 인정받고, 나아가 세계적인 브랜드들과 당당하게 경쟁할 수 있기를 바란다.
정영은 대표의 남편 강희철 씨는 ‘국내 로컬 중소 제조기업의 부흥’을 꿈꾼다. 언커먼하우스가 일산, 파주 지역 로컬 브랜드로서 표본이 되고, 주변의 작은 브랜드와 예술가들을 지원하며 동반 성장하기를.
정명희 고문은 주 전공인 조각 기술을 살려 가구의 손잡이를 직접 만든다.
기획 심효진, 김의미, 박민정 기자, 임지민(프리랜서) 사진 이지아, 정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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