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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은하와 꽃터뷰 #5 제주 꼬마 화가 이수를 품어주는 바다
리빙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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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에 사는 꼬마 화가이자 동화작가 전이수는 함덕 앞바다의 봄바람을 느끼며 푸르게 자라고 있었다. 작가, 청소년, 형, 아들이기도 한 열네 살 이수를 마주하다.

꼬마 화가에서 소년으로, 열네 살이 된 작가 전이수. 여덟 살에 낸 《꼬마악어 타코》를 시작으로 《걸어가는 늑대들》 등의 그림책과 그림 에세이 《마음이 처음 만들어졌을 때부터》 등을 출간했다.
제주도 조천읍 함덕해수욕장 근처에 있는 전이수 갤러리 ‘걸어가는 늑대들’에서는 전이수 작가의 다양한 회화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이수야, 넌 누굴 닮아 그림을 잘 그리는 것 같아? - 우태를 닮았어요.

하하! 그래, 동생 우태랑 많이 닮긴 했지. 우태에 대해서 이야기해줄래?
- 우태는 저와 가장 친한 친구고, 가장 말이 잘 통해요.

우태를 포함해서 동생들이 세 명이라며? 동생들과 너는 각각 다르지? 3가지 우주가 있는 것처럼. - 우리들은 각각 작은 소우주라고 생각해요. 서로가 부족한 걸 채워주면서 조화가 이루어지고요. 꽃들도 각각 색깔이 다르듯이 사람들도 가지고 있는 개성으로 어울림이 되는 것 같아요.

이수에게 그림은 뭘까? 이수는 삶이 다 그림의 소재가 되는 것 같아. 자랑하려고 그림을 그리는 게 아니라, 너의 이야기를 그림으로 하는 것 같았어.
- 살아가면서 느끼는 감정들을 표현하는 것이 예술작품이 되고 공감이 된다고 생각해요. 그림은 제가 표현하는 하나의 언어예요.

엄마보다 키도 더 크고, 달리기도 너무 빨라서 TV에서만 봤던 이수가 정말 많이 컸구나 싶었어. 이제 청소년이 됐는데, 네가 살아오고 꿈꿔온 세상과 실제 사회가 부딪힐 때 마음이 불편하거나 그런 적은 없니? - 불편한 점이 있으면 조금씩 풀어가면 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우린 말을 하게 되고, 그 말로 서로에게 이해를 구하고, 더 나은 쪽으로 결론을 내면 세상은 조금씩 변할 거라 생각해요. 그건 내가 먼저 마음의 소리를 내고, 실천했을 때 한걸음 더 빨리 나아간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이수도 슬프거나 화가 날 때가 있지? 그럴 땐 어떻게 해? 나는 화를 내고 싶을 때 어떻게 해야 할지 지금도 잘 모르겠거든.
- 화가 난다는 건 내가 옳다고 느낄 때, 내 기준에서 이해를 못할 때 일어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그럴 때 생각을 바꾸려고 노력해요. 그러면 마법처럼 가슴에서 일어나는 감정이 수그러들 때가 있어요. 하지만 꽤나 어려워요, 그래서 노력해야 해요. 잘 연습하면 나중엔 화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겠죠?

엄마가 좋은 멘토가 되어주시는 것 같더라. 엄마에게 배운 것 중 나중에 너의 아이들에게도 가르쳐주고 싶은 건 뭘까?
- 사랑.

그럼 아빠는 어떤 분이셔? 아빠를 생각하면 어떤 마음이 들어?
- 아빠가 없을 때 제가 아빠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았어요. 아빠가 없으니까 좀 무섭더라고요. 집에 무슨 일이 생길 때마다 아빠가 해결해주는데 아빠가 없으니까 덜컥 겁이 났어요. 모르는 사이에 보호받고 있었구나 하는 고마움.
가족이랑 다 같이 놀 때, 어떤 놀이가 제일 재밌었니? - 윷놀이요.

제주도의 어떤 면이 좋아?- 제주도는 작은 지구 같아서 좋아요. 조금만 움직여도 숲, 바다, 계곡, 산, 동굴, 들판 얼마든지 이동할 수 있어요. 매일 다른 곳들을 나들이하면서 느껴지는 신비로움이 좋아요.

넌 정말 행복한 아이라고 느껴져. 그런데 네가 생각하는 행복은 뭐니?
- 카르페 디엠. 지금 저희 홈스쿨링 학교 이름이에요. 지금을 즐기라는
이수의 작품 ‘위로’ 앞에서 마주한 백은하, 전이수 작가.
전시 입장료의 모든 수익을 제주 미혼모 보호 시설, 국경없는의사회와 아프리카 친구들에게 기부하고 있다.
갤러리 담벼락은 이수와 동생 우태가 적은 시로 빼곡하다.
갤러리 곳곳에서 이수가 작업 중인 벽화가 발견된다.
‘나랑 같이 자연에서 뛰어놀자ʼ를 비롯해 비교적 작은 크기의 작품 위주로 전시된 갤러리 1층.
어머니는 어떻게 이런 아들을 만들었을까? 그러나 이수의 작품과 어머니의 수필을 접하고 나니 어머니는 이수를 만든 게 아니라, 이수가 자신을 발견하고 발휘하도록 판을 벌이고 넉넉하고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주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요즘 나는 잔소리 자동화 프로그램이 장착된 것처럼 아이에게 잔소리를 한다. 그런데 그 잔소리가 어쩌면 그리 똑같을까? 옷은 뱀 껍질처럼 바닥에 두지 말고 바로 빨래 통에 넣어라, 가방에서 물통 먼저 꺼내놓으라고 했지, 영어는 감 떨어지지 않게 매일 하는 거야, 먹고 난 과자봉지 바로 치워…. 그러던 어느 날 아이 양말이 전부 사라졌다. 아이와 나는 여기저기 양말을 찾아 다녔지만 못 찾았고, 아이는 결국 내 양말을 며칠 신고 다녔다. 어느 날 아이가 학교에 가고, 잘 안 쓰던 서랍에서 그간 벗어놓은 양말들을 발견했다. 빨래 통에 가져다두기가 그렇게 귀찮았더냐! 던져둔 것마저 잊었던 게냐! 나는 그 풍경을 보는 순간 더는 잔소리를 안 하기로 했다. 백 번을 이야기해도 달라지지 않는데 뭘, 그냥 같이 웃고 행복하자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나서 앉아 동시를 썼다. ‘양말아, 양말아 너를 찾아서 기쁘구나… 빨래통에도 없고 옷장에도 없더니, 매일 사라지던 신비한 양말들아, 드디어 만났구나, 너무 반갑다…’. 아이가 귀가하면 보라고 테이블 위에 올려뒀다. 아이는 깔깔깔, 엄마의 태도에 안심하며 웃었다. 그리고 이수 어머니를 만나자마자 이 양말 이야기를 하니, 그녀는 훨씬 더 엄청난 이야기를 했다.

“유담이는 머리를 한 달 동안 안 감았어요. 신었던 양말 서랍장에 벗어 넣는 거랑 한 달 머리 안 감는 거랑 비교해보세요(웃음). 근데 유담이는 멀쩡해요. 제가 가끔 한 번씩 얘기는 해줘요. “머리에서 냄새가 나는 것 같은데?”,“조금 지저분해 보이네?”라고요. 그랬더니 어느 날 유담이가 “냄새를 좀 감출 수 있는 방법이 뭘까?” 되묻더라고요. 그 말에 제가 엄청나게 큰 핀을 머리에 꽂아줬어요. 사람들이 이걸 보느라 냄새를 못 맡을 것 같다고 하면서요. 그래서 가끔씩 유담이가 하얀색 큰 핀을 꽂고 다녀요”.

헉! 어머니, 근데… 가르쳐줘야 하지 않을까요? 어릴 때부터 청결을 유지하는 습관도 필요하고…. -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이상, 본인이 원하는 대로 해도 저는 상관이 없다고 생각해요. 아이들은 서서히 스스로를 알아가요. 제가 가장 중점적으로 생각하는 건 인성. 마음이 제일 중요하기 때문에 마음에 대한 공부를, 감정 조절하는 연습을 저랑 많이 하고요. 다른 것들은 제가 아이들을 펼쳐놨을 때, 그곳에서 아이들이 놀랍게도 무언가를 찾아내요.

펼쳐놓는다는 게 어떤 건가요? - 이를테면 제가 집 안을 너무 꼼꼼히 깨끗하게 치우면 찾을 수 있는 게 없어요. 오히려 안 치운 상태에서 아이들이 발견을 해요. 이수 같은 경우는 너저분한 이불더미와 베개, 떨어진 과자 부스러기, 이런 것들이 자기 눈에는 어떠한 형태로 보인대요. 어떤 할아버지가 앉아서 무언가를 두드리고 있는 모습으로 보인대요. 그런 걸 보고 종이를 들고 와서 막 드로잉을 해요. 싹 치워버리면 아이들이 찾아낼 수 있는 건더기가 없는 거예요.

본래 저도 늘어놓는 편이었는데 정리 정돈에 대한 강박이 좀 생겼어요. 그래서 아이에게 끊임없이 지적을 하는데, 마음 한편으로는 이 정리가 뭐라고, 아이에게 무의식적으로 ‘너는 틀렸어!’ 하는 이미지를 계속 줄까 걱정돼요.
- 테이블이나 바닥이 좀 어질러져 있으면 어때요. 이수가 그림을 그리다가 붓이랑 물감을 막 던져두고 저쪽 가서 다른 뭔가를 하는데 이수 아빠가 얘기를 하는 거예요. 정리를 다 해놓고 다른 걸 하라고요. 그래서 제가 맞섰어요. 이수만의 흐름을 흐트러뜨리지 말라고요. 이수는 저 장소에서 자기의 리듬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거지 다 끝난 상태가 아니다. 그다음 날 작업 중이던 세계에 자기 몸만 쏙 들어갔을 때 그 편안함! 그걸 왜 해치려 하느냐고요. 거기에 뻥튀기가 있든 음료수가 있든 그냥 가만 내버려두라고, 건드리기 시작하면 이 아이의 창의력은 떨어진다고요.
한글을 배워가는 단계에서 썼던 동생 우태의 시는 짤막한 문장으로 찡한 감동을 준다. 과학자가 꿈인 우태의 올해의 목표 중 하나는 시집을 내는 것이라고.
담벼락에 그린 이수의 그림 ‘자유로워진다는 것은’.
집 안에서의 규칙도 있지 않나요? 이거 해, 저거 해 안 하는데도 아이들이 움직이나요? 그리고 약속한 걸 안 지키면 어떻게 하세요? - 가족회의 때 각자의 일을 정해요. 예를 들어서 아침식사를 유담이가 하면, 아침 설거지는 우태가, 점심엔 이수가, 이런 식으로요. 못 지키는 때도 있겠죠. 그러면 다음 가족회의 때 이야기해요. 불만도 그때 같이 나누고요. 그럼 스스로 고치겠다고 본인이 말을 먼저 하고, 지키게 돼요, 일일이 다그칠 필요가 없어요.

명령이나 지적을 안 하면서 어떻게 아이 넷을 키울까, 대단하세요. - 가장 강한 무기는 항상 부드러운 말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아이들한테 저는 늘 가장 부드럽게 이야기를 해요. 어떤 문제는 시간을 두고 기억해뒀다가 차를 마시면서 얘기하기도 하고, 누군가 거짓말을 했을 때, 저금통 돈이 사라졌을 때 같은 급한 일이 생기면 긴급회의도 열고요.
그럴 땐 따끔하게 혼내시나요? - 아이한테도 배움이 되고, 문제도 해결 되면서 무엇보다 아이를 손상시키지 않아야 하잖아요. 저는 이럴 때 동화를 즉흥적으로 만들어서 아이들한테 진짜인 것처럼 막 얘기를 해줘요. 애들은 진짜인 것처럼 계속 이야기를 듣는데, 마무리는 권선징악이 되기도 하고, 살짝 무섭게도 끝나요. 해피엔딩으로 끝났을 때에는 스스로 반성을 하는 기색인데, 무섭게 끝나면 “엄마 나 어떻게 하지?” 하고 오히려 자기 죄를 다 고백해요(웃음). 어떻게 해야 되냐, 도와달라고 하면 제가 몇 가지 해결 방안을 선택하도록 도와주고요.

부모를 포함해 어른들은 대체로, 아이들은 어릴 때 버릇을 고쳐줘야 한다는 강박이 있잖아요. 아이들에게 부모가 가져야 할 가장 중요한 태도는 뭘까요?
- 어머니는 다른 의견이 있으실 것 같아요. 아이한테 예의를 갖추는 거요. 부모가 자녀를 내 소유, 가족이니까 함부로 대할 때가 많아요. 저는 아이들에게도 ‘가장 가까운 사람한테 가장 예의 있게 해야 된다’고, 편안한 것과 예의는 다르다고 가르쳐요. 예의는 ‘상대가 나한테 했으면 하는 걸, 내가 그 사람한테 해주는 것이다’라고요. 사람을 예의 있게 대한다는 건, 나이가 많고 적고를 떠나서 그 사람의 마음을 다치지 않게 하는 거니까요.

아이가 넷이라 북적북적하겠는데요. 아침을 어떻게 시작하나요? - 저희는 늘 아침마다 ‘하루 열기’를 하거든요. 오늘 어떻게 어떤 마음으로 보낼 건지 이야기를 하면서 하루를 여는 거죠. 생각을 하게 되니까 하루를 그냥 흘려보내지 않게 돼요. 저녁에는 ‘하루 닫기’ 시간도 있어요. 이땐 아이들이 막 서로 먼저 얘기하려고 해요. 불만도 많고, 또 자기 좀 칭찬해달라고 자랑도 많이 하면서 이야기가 오가요.

우태와 이수가 하는 홈스쿨링은 학기마다 정해진 과목이랑 시간표가 있는 건가요? - 1년 단위의 큼직한 계획은 있어요. 책을 낼 거야, 두꺼운 책 한 권을 읽을 거야 하는 등. 그리고 매일 아침에 계획을 짜요. 미술, 수학, 토론, 과학, 영어, 마임, 기타, 목공, 쓰레기 줍기와 같은 모든 활동이 다 들어가요. 수업뿐 아니라, “어제는 내가 조금 짜증을 많이 냈는데, 오늘은 감정 조절을 해볼게. 나 하루 지켜봐줘” 이렇게도 하고요. 어제 유담이가 그랬어요. 아이들은 요즘 아빠와 ‘악의 평범성’에 대해 토론을 하고 있고, 저랑은 아침마다 한자를 다섯 자씩 공부해요. 한자를 가르치는 이유는, 하루에 조금씩, 꾸준히 해나가는 힘을 알려주고 싶어서요. 매일 다섯 자를 배워도 시간이 지나면 또 까먹겠지만. 저는 그래요, “급할 거 없어, 우리 학교는 시간이 많아.”

아이들을 보면서 뿌듯하지만 힘들기도 하시죠? - 그래도 아이들보다는 제가 더 많이 살았고 아이들의 절제력보다 제가 더 절제력이 강하기 때문에 제가 조절을 해야지요. 아이들이 성인이 되기 전까지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이제 길어봐야 진짜 10년도 안 되는데, 제 것을 찾다가 이 시간을 놓쳐서 후회를 하고 싶진 않아요. “그때는 그때 행복했고, 지금은 지금 행복해”라고 말하고 싶어요.

아이들은 원래 대단하다고. 이수만이 아니라 모든 아이가 다 천재인데 부모가 일찌감치 창조성의 성장판을 막고 닫아버린다고. 아이에게 예의를 갖춰 대하면 세상 모든 것을 존중하는 진짜 품위와 사랑을 아는 사람으로 자란다고…. 이수 어머니와의 인터뷰는 내게 이렇게 남았다. 엄마로부터 사랑을 배우고 사랑을 표현하는 따스하고 자유로운 ‘행복 소년’ 이수. 존중받은 만큼 상대를, 동식물을, 지구환경을 존중하고 사랑하는 소년. 이수와 어머니가 있어 제주는, 지구는 더 아름다워질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수가 엄마에게 쓴 글의 부분을 옮긴다.
바람소년들ʼ, 백은하 作.
‘고마워, 늘 엄마의 손’, 백은하 作.

‘다른 일을 하다가도 엄마를 꺼내어
생각할 때면 마음이 따뜻해져. 엄마가
되는 것은 쉽다지만 아이가 엄마를 생각할
때마다 항상 웃음 짓게 하는 엄마가 되는
것은 쉽지 않다고 생각해…’.

기획 김의미 기자 글·콜라주 사진 백은하 사진 이지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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