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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정부에 건의 쏟아내는 재계
더팩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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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서울상의 회장단이 국세청에 상속세 분할 납부 기간 연장 등 12개 세정·세제 개선 과제를 건의했다. 사진은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오른쪽)과 김대지 국세청장이 지난 10일 간담회장으로 이동하는 모습. /대한상의 제공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재계가 정부를 향해 다양한 건의를 쏟아내고 있다. 경제단체장 중심으로 정부 인사들과의 만남이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재계가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며 실질적 지원을 촉구하는 모습이다.

12일 재계에 따르면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 회장을 비롯한 대한·서울상의 회장단은 지난 10일 국세청장과 간담회를 갖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극복과 기업 활력 제고를 위한 3대 분야 12개 세정·세제 개선 과제를 건의했다. 이 간담회에는 이인용 삼성전자 사장, 공영운 현대자동차 사장, 이형희 SK 수펙스추구협의회 SV위원장, 이방수 LG 사장, 이동우 롯데지주 사장,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등이 참석했다.

구체적으로 '조세 법령 명확화', '기업 현장의 세제 지원 활용 애로 개선', '위기 기업 지원 및 납세 환경 개선' 등 분야에 대해 △조세 법령의 모호성 분쟁 소지 개선 △사전 심사 제도 활용 애로 개선 △상속세 납부 애로 개선 등 과제를 국세청에 건의했다. 기업 현실에 맞는 조세 부과가 이뤄져야 한다는 당부 사항을 전한 셈이다. 특히 상속세 분할 납부 부분에서 기간을 5년에서 10년으로 확대하고, 상장주식의 물납을 허용해달라고 했다. 앞서 재계에서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별세로 인해 유족들이 납부해야 할 상속세가 12조 원에 달하는 등 기업들의 상속세 부담이 지나치게 크다는 의견이 나왔다.

'납세 분쟁 제로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자는 제안도 나왔다. 최태원 회장은 "기업의 성실 납세 풍토 확립을 위해선 세정당국의 도움이 필요하다"며 "공무원과 납세자 간 해석이 달라 소송까지 가는 경우가 적지 않다. 분쟁 예상 사안들을 발굴해 합리적 유권해석을 내리고, 법률개정 필요 사안도 함께 논의하는 '국세청·경제계 납세 분쟁 제로화 TF'를 구성할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같은 날 구자열 한국무역협회 회장은 박병석 국회의장과 면담하고 무역 업계 현황 및 건의 사항을 전달했다. 주요 내용은 큰 폭으로 오른 해상 운임으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을 지원해달라는 요청이다. 구자열 회장은 "수출이 증가하고 있지만, 물동량보다 선박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물류비가 급증하고 해운 선복을 제때 예약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기업들의 물류비 애로 해소를 위해 정부가 관련 예산을 요청하면 긍정적인 검토를 해달라"고 부탁했다.
구자열 무역협회 회장(왼쪽)이 박병석 국회의장과 무역 업계 현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무역협회 제공
구자열 회장은 최근 세계 각국이 핵심 생산 시설을 유치하려 경쟁하고 있는 점도 언급하며 국내 역시 기업 투자 확대를 위해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구자열 회장은 "최근 한미 정상회담 때 우리 기업들의 현지 투자 규모가 화제에 오른 것처럼,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은 핵심 생산 시설 유치를 위해 경쟁 중이다. 국내에서도 기업 투자 확대를 위해 지원해줘야 한다"며 "반도체·배터리 등 핵심 산업에 대해 투자 세액 공제 확대 등을 통해 국내에서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달라"고 당부했다.

또한, 구자열 회장은 10년 넘게 계류된 서비스산업발전법 국회 통과도 요청했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회장은 지난 8일 토론회를 통해 "노사 균형성 회복을 위한 보완 입법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냈다. 개정 노조법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조의 단결권 강화에 맞춰 사용자 측에 불리하게 규정된 제도들도 국제 기준에 부합되도록 함께 보완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동안 경총은 합리적 노사 문화 확산을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부당 노동 행위 형사 처벌 제도 개선 △파업 시 대체 근로 허용 △사업장 점거 전면 금지 등이 담긴 노조법 보완 입법을 정부와 국회에 지속 건의해왔다.

이외에도 최태원 회장은 이달 초 안경덕 고용노동부 장관을 만나 노동 시장 양극화, 대립적 노사 관계, 산업 재해, 새로운 고용 형태 등 경제계 과제를 해결해나가는 데 정부가 적극 나서줄 것을 요청한 바 있다.

경제단체장들은 이달 초 김부겸 국무총리와 만난 자리에서 입을 모아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보완 △탄소중립 이행에 대한 세제 혜택 등 지원 △불필요한 규제 개선 △중소·중견 기업 인력 확보 지원 △중소기업 52시간제 시행 유예 등을 건의하기도 했다.

아울러 재계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면을 정부에 거듭 건의하고 나섰다. 반도체 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 복귀가 절실하다는 것이다. 특히 4대 그룹 총수는 지난 2일 문재인 대통령과 만나 이 문제에 대해 직접 건의했다. 이후 손경식 회장은 김부겸 국무총리와의 간담회에서 "세계 반도체 시장의 동향을 볼 때 우리나라가 지금까지 지켜왔던 우위가 깨질 수도 있다"며 사면을 재차 요청했다.

재계 관계자는 "제도적 보완을 요청하거나, 각종 경제 현안에 대한 협력을 당부하는 재계 목소리를 정부 및 정치권이 경청하는 분위기는 긍정적"이라며 "하지만 건의 사항과 관련한 추후 실질적인 변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허탈감만 커질 수 있어 우려된다"고 밝혔다.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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