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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수 소원 이룬 김강민 "신인처럼 떨려…잠도 이루지 못했다"
스포츠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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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마운드에 한 번 서는 게 꿈이었다.”

단순히 깜짝 이벤트가 아니었다. 선수 스스로 누구보다 원했고 기쁜 마음으로 공을 던졌다. SSG 베테랑 외야수 김강민(39)이 지난 22일 문학 LG전에 투수로 나선 순간을 돌아봤다.

김강민은 당일 경기 9회초 1사후 마운드에 올랐다. 첫 타자 정주현에게 홈런을 허용했으나 이후 김재성을 삼진, 김용의에게는 볼넷, 그리고 이영빈을 범타처리했다. 하이라이트는 김재성과 승부였다. 김강민은 최고 구속 145㎞ 패스트볼을 던진 후 몸쪽 141㎞ 패스트볼로 스탠딩 삼진을 만들었다. 전광판에 140㎞대 구속이 찍히자 관중들을 환호를 보내며 김강민을 응원했다.

이날 김강민은 20개의 공을 던지며 0.2이닝 1안타 1볼넷 1탈삼진 1실점을 기록했다. SSG 팬들은 9회초를 마무리하며 더그아웃으로 돌아오는 김강민을 향해 기립박수를 건넸다.

다음날인 23일 김강민은 “신인 드래프트때 내야수로 지명된 뒤에도 투수로 뛰길 고집했다. 하지만 투수로서 내가 인정할 만큼 기량이 나오지 않았다. 그래도 투수는 내 오래된 꿈이었다. 어제 등판한 것도 꿈을 위해서 였다”고 털어놓았다.

실제로 경북고 시절까지 김강민은 투수와 내야수를 두루 소화했다. 프로 입단은 내야수로 했으나 입단 1년차까지는 쉽게 투수를 포기하지 못했다. 신인 시절 퓨처스리그에서 선발투수와 중간투수로 10경기 가량 출전하기도 했다.

그러나 김강민은 2년차부터 내야수를 보다가 결국에는 외야수로 자리를 굳혔다. 이후 팀의 프랜차이즈 스타이자 국가대표팀 외야수로 활약했다. 그래도 가슴 속 깊은 곳에서는 투수를 향한 마음이 강하게 자리했다. 김강민은 “어제 경기는 마치 신인처럼 많이 떨렸다”며 “경기가 끝난 뒤에도 오랫동안 흥분이 가라앉지 않았다. 잠을 쉽게 이루지 못했다”고 미소지었다.

마침내 투수 한을 푼만큼 향후 다시 투수로 나설 생각은 없다고 했다. 김강민은 “어제 경기가 투수로서 내 마지막 경기”라며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면 투수 출신 추신수가 나가면 될 것 같다. 나보다 더 빠른 공을 던질 것 같다”고 동료에게 배턴을 넘겼다. 추신수 또한 아마추어 시절 투수로 빼어난 기량을 펼치다가 마이너리그에서 외야수로 전향한 바 있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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