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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폭염' 여야, 탈원전 공방…기후위기 대응은 뒷전
더팩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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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정치권은 전력수급난을 두고 탈원전 공방을 벌이고 있다. 지난 2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환승센터 인근의 도로에서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모습. /이동률 기자
[더팩트ㅣ박숙현 기자] 폭염이 기승을 부리면서 정치권에도 불똥이 튀었다. 전력 공급에 대한 국민 불안이 커지자 야권이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책임을 돌렸고, 여권은 '가짜뉴스'라며 논란을 사전 차단, 전력 수급 안정 행보에 나섰다. 정치권이 헐뜯기식 공방에서 벗어나 폭염 취약계층 대책에 관심을 돌리고, 기후변화에 따른 장기적인 대응책 마련에 손을 맞잡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22일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오후 4시 55분 기준 최대부하는 9만16MW(메가와트)로, 정부가 올해 여름철 전력수급 관리에 들어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최대부하는 전력수요가 가장 많이 집중될 때의 전력을 의미한다. 안정적인 전력공급을 위해 최소한 확보해야 할 전력 예비율은 11%로 떨어졌다. 통상 10~15% 수준을 적정 예비율로 본다.

전력 수급 불안에 대비해 정부는 원전 3기의 재가동 시점을 앞당겼다. 신월성 1호기는 당초 계획보다 5주 정도, 화재로 정비받던 신고리 4호기는 1주일 정도 앞당겨 가동했다. 월성 3호기는 23일부터 전력생산을 재개한다. 이를 두고 야권은 정부의 무리한 탈원전 정책과 안이한 전력 수요 예측이 수급 불안을 초래했다고 비판했다. 가동 중지된 원전을 빠른 정비로 미리 가동해 충분한 전력을 확보할 수 있었음에도 그렇지 않아 전력 수급 불안 사태가 야기됐고, 이에 부랴부랴 원전 재가동 시점을 앞당겼다는 것이다. 정부가 원전의 경제성을 낮추기 위해 정비 기간을 길게 잡고 재가동 승인을 지연시켰다는 지적까지 나왔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전력난이 탈원전 정책과 관련 없으며 전력 수급에도 문제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은 2080년까지 단계적인 것이며, 투입된 원전도 계획에 맞게 정비한 후 재가동한 것일 뿐 무리하게 조기 가동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산업부도 "중장기 전력수급계획과 여름·겨울철 단기 전력수급계획은 수립목적, 전망방식, 입력전제 등에 차이가 있다"며 수요 전망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입장이다.
여당은 전력 수급 불안 상황과 탈원전 정책을 연계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반박하고 있다. 22일 서울 서초구 한국전력 신양재변전소를 방문해 전력 공급 상황을 점검하는 송영길 대표(오른쪽). /국회사진기자단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이날 서울 서초구 한국전력 신양재변전소를 찾아 전력 수급 상황을 점검했다. 그는 "많은 국민이 블랙아웃(대규모 정전) 현상을 우려하고 있으나 현재 전력 예비율이 9% 정도로 문제가 없고 추가 예비 전력도 보장돼 있다"며 전력난 불안을 달랬다. 송 대표는 또 "(문재인 정부 에너지 정책이) 장기적으로는 탈원전이지만 에너지 전환정책으로 표현하는 것이 적절하다"고도 했다.

이에 대해 임승호 국민의힘 대변인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전력 수급난과 탈원전 정책을 연결 짓는 게 과도하다고 주장할 수는 있지만, 근거가 뒷받침돼야 한다. 실제로 공공기관에 에어컨을 자제하라고 공문을 내려보내고, 원전 가동이 지연됐던 건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정치권이 폭염 취약계층과 기후위기 대응에 머리를 맞대는 모습이 필요해 보인다. 12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만찬 회동을 위해 들어오는 송 대표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오른쪽). /남윤호 기자
정치권이 '탈원전' 공방을 벌이는 가운데, 폭염으로 인해 노인, 빈곤층 등 취약계층은 폭염 온열질환에 집중적으로 노출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올해(5월 20일~7월 17일) 신고된 온열질환자는 총 436명이며, 열사병 추정 사망이 6명이다. 폭염 재난 위기경보가 주의로 상향 조정된 지난 12일 이후 사망한 3명 모두 50대 이상 연령대였다.

정부는 현재 독거노인지원센터를 통해 노인 가구에 냉방용품을 지급하고 전국 경로당에도 월 10만 원의 냉방비를 지원하며, 노인 가구를 방문해 상황을 점검토록 하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상향 조정으로 무더위 쉼터 운영 등에 차질이 생기고 있어, 더 촘촘하고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에 관심을 쏟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송 대표는 지난 16일 이와 관련해 "방역에 방해 안 되는 선에서 취약계층에 대한 폭염 쉼터를 보다 확충해야 한다"고 정부에 당부하는 선에 그쳤다.

폭염의 근본적인 원인이 온실가스 배출로 인한 기후변화인 만큼 정치권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후위기 대응에 머리를 맞대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정치권에서는 2050 탄소중립을 외치고 있지만, 사실 NDC(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 상향도 하지 않고 있다. 탄소중립을 목표로 했으면 그에 맞는 정책을 빨리 내놓아야 한다.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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