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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석] 폭로에 또 폭로…막장 드라마 뺨치는 대선판
더팩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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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김건희 녹취록 이재명 녹취록이 정치권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사진은 이재명(오른쪽)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18일 서울 여의도 한 빌딩에서 열린 소상공인연합회 신년 하례식에 참석한 모습. /국회사진취재단
[더팩트ㅣ신진환 기자] 20대 대통령 선거가 49일 앞으로 다가왔다. 자연스럽게 대선 열기가 가열되고 있다. 건전한 정책 경쟁에 불이 붙은 것은 아니다. 상대 진영을 향한 무차별적인 비방이 난무하고 있어서다. 시대는 변했지만 여전히 구태 정치가 재연되고 있다. 대선판 자체가 매우 혼탁한 것은 폭로전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녹취록 파문이 정국을 강타하고 있다. 먼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배우자 김건희 씨의 녹취록이 터졌다. 지난해 7월부터 12월 초 사이 50여 차례 유튜브채널 '서울의소리' 이명수 기자와의 통화 내용 '7시간 43분' 중 일부가 지난 16일 MBC '스트레이트'를 통해 공개됐다.

방송 내용에 따르면 김 씨는 자신을 둘러싼 각종 의혹을 반박하는가 하면, 민감한 정치 현안에 대해서도 거침없이 견해를 밝혔다. 미투 운동이나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에 대해서도 술술 얘기했다. 통화했던 기자를 윤석열 캠프에 영입하려는 의사도 내비치며 캠프 운영에 관여하는 뉘앙스를 풍기기도 했다.

김 씨는 허위 경력 기재 논란에 이어 녹취록까지 공개되면서 대선 정국의 중심에 섰다. 공인인 그는 대중을 피할 수도 없고 피해서도 안 되는 처지다. 하지만 반론도 있다. 사적인 대화에서 자유롭게 했던 말까지 비난받는 것은 지나치다는 의견도 꽤 많다. 가감 없이 자기 생각을 털어놓았는데, 그걸 누군가 폭로한 것이 잘못 아니냐는 시각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음성 파일'도 정치권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굿바이 이재명' 저자 장영하 변호사는 18일 이 후보의 육성이 담긴 160분 분량의 녹음 파일 34개와 전문을 공개했다. 이 후보가 친형 재선 씨와 형수와 통화하며 욕설하는 내용이 다수 포함됐다. 비록 가족 간 일지라도 부적절한 발언임은 틀림없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배우자 김건희(사진) 씨와 유튜브채널 서울의소리 이명수 기자와 통화 내용 일부가 공개된 이후 정치권이 시끄럽다. 사진은 김 씨가 지난해 12월 26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허위경력 의혹 등에 대한 입장문을 발표하는 모습. /남윤호 기자
대선후보와 영부인이 될 수도 있는 배우자는 철저한 검증을 받아야 한다. 따라서 유권자의 올바른 판단과 선택을 돕는 공익성 목적이 강하다면 사적 기록물이나 음성 파일도 공개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런데 사적 영역의 공개에 대해 부적절한 의도나 목적이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김 씨의 녹음 파일을 MBC에 제공한 서울의소리 백은종 대표는 지난 17일 CBS 라디오와 인터뷰에서 '김 씨가 의혹을 다 털고 가게 됐다는 평가가 있다'는 진행자의 말에 "제가 우려하는 부분이다. 저 사람이 진실인 것 같다는 그런 착각을 하게 만드는 그런 마법이 있었다"고 말했다. 김 씨에 대한 백 대표의 인식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김건희 녹취록' 맞불 성격이 짙은 '이재명 녹취록'은 장 변호사가 대중에게 유포했다. 이에 따라 또다시 형수 욕설 논란과 친형 강제입원 의혹이 재점화된 형국이다. 그가 '이재명 저격수'로 불린다는 점에서 어떤 의도가 있지 않겠냐는 주장도 무리는 아닐 듯싶다. 그는 '조폭연루설', 부하 직원과의 부적절한 관계설 등을 제기한 바 있다.

이도 모자라 여야는 상대 진영을 향해 비방을 쏟아내고 있다. 점입가경이다. 그야말로 대선 승리를 위해선 뭐든 할 기세다. 흑색선전은 물론 고발을 무기 삼아 사생결단식으로 다투고 있다. 이번 대선은 막장 드라마와 다르지 않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유권자의 피로도는 날로 쌓이고 있다는 점이다. 유력 대선후보들은 구체성이 떨어지는 표퓰리즘 공약을 내놓으며 국민의 표를 바라고 있는 상황도 안타깝다.

선거철마다 반복되는 구태 정치는 그만 보고 싶다. 과거와 별반 달라진 것이 없기에 벌써 이번 대선의 기대감도 떨어지고 있다. '이놈도 싫고 저놈도 싫다',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국민의 불만이 절로 이해되는 요즘이다. 막장 드라마와 같은 대선은 이제 그만 보고 싶다.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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