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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한 귀리의 반란이 시작된다, 싱가포르 귀리우유 '오트사이드'
마시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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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우유라고 하면 왠지 어려울 것 같다고? 그렇지 않다. 사실 우리는 이미 오래전부터 대체우유, 즉 ‘두유’를 마시고 있었으니까. 달라진 점이 있다면 이제는 콩 뿐만 아니라 아몬드, 현미, 쌀, 귀리 등 다양한 재료가 새롭게 우유로 탄생한다는 거랄까?
보통 사람들이라면 맛있는 음료를 마신 경험으로 충분히 만족하곤 한다. 하지만 베네딕트의 생각은 달랐다. 그에게는 남들보다 유난히 섬세한 미각이 있었고, 수년간 글로벌 식품기업에서 쌓아 올린 사업적인 감각이 있었다. 결국 그는 자신의 30대를 걸고, 하나의 실험을 하기로 한다. 자신이 직접 귀리로 우유를 만들어보기로 결심한 것이다.
고립은 누군가에겐 기회가 된다. 그는 팬데믹으로 집에서 머무는 동안 무려 50개가 넘는 시음 버전을 만든다. 주변 동료, 가족들에게 나눠주니 “끔찍한 맛이다라는 평가가 돌아왔다. 그럼에도 그는 귀리를 짜보고, 굽고, 볶아보면서 더 나은 맛을 위한 연구에 계속해서 매진한다.
2021년 12월, 베네딕트는 자신의 브랜드를 드디어 세상 밖에 공개한다. ‘오트사이드(Oatside)'의 탄생이다. 하지만 그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세계란 걸 그때는 알지 못했다.
마치 인테리어를 하려고 하는데, 업체에서 보내준 시안들에는 내가 원하는 게 없는 상황과 비슷하달까? 그럴 땐 큰돈을 들여 일일이 맞춤 제작을 하거나, 내가 포기하는 방법만이 남는다. 결국 오트사이드는 전자를 선택한다. 오직 오트사이드를 위한, 풀스택 전용 공장을 직접 짓기로 한 것이다.
문제는 돈이다. 공장을 지으려면 못해도 200억이 필요했다. 이렇다 할 제품조차 없는 초짜 사장은 수많은 투자자에게 찾아가 문을 두드렸다. 훗날 그는 이 시절이 가장 어렵고, 힘들었다고 이야기한다. 그중 미국의 한 사모펀드에서 답변이 왔다. 2,200만 싱가포르 달러(우리돈 202억 가량)를 오트사이드에 투자하겠다는 내용이었다. 공교롭게도 그곳은 학창 시절 그가 인턴으로 일했던 곳이었다고 한다.
오트사이드를 컵에 따르면, 질감이 매우 진하고 진득하다는 걸 알 수 있다. 그 이유는 특별한 제조과정에 있다. 보통 귀리를 익힐 때는 찌는 방식을 이용한다. 그게 가장 빠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트사이드는 오히려 귀리를 찌지 않고 통으로 굽는 방식을 선택했다. 맛과 향을 위해, 전용 공장에서 로스팅 과정을 추가로 더한 것이다. 이렇게 하면 본래 귀리가 가진 특유의 고소한 맛이 더욱 살아났다.
때문에 밍밍하다는 평가를 받는 다른 귀리우유와는 다르게, 오트사이드는 특유의 크림처럼 진득한 느낌을 만들게 된다. 200억을 들여 만든 자체 공장 덕분에 오히려 남들이 쉽게 따라할 수 없는 큰 격차를 만들고 시작하게 된 셈이다.
그래서일까? 아직 돌도 채 지나지 않은 오트사이드지만, 벌써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대만을 넘어 한국에도 진츨했다. 어쩜 코로나 시국에 이렇게 빠른 속도로 여러 국가에 진출을 할 수 있었냐는 물음에 그는 “(코로나로 인해) 요즘 사람들이 영상통화를 통한 비즈니스에 친숙해진 덕분”이라며 웃어넘긴다.
어쩌면 위기에도 굴하지 않고 좋은 면을 발견하는 것이 오트사이드의 가장 강력한 경쟁력이 아닐까? 여전히 대체우유 시장은 쑥쑥 자라나는 풀들처럼 성장하고, 그 가운데 오늘도 수많은 경쟁사들이 생겨난다. 그 모든 어려움을 이겨내고 훌쩍 자라 있을 오트사이드의 미래가 더욱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