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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산 자락 비구니 도량 '운문사와 석남사'
트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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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산 자락 청도 방면의 운문사와 울산 방면의 석남사는 이름난 비구니 도량이다. 이들 사찰이 명성을 얻게 된 건 암(雌)산의 정기를 지녔다는 가지산의 운명 아닌 운명. 가지산에서는 10년을 수행한 비구승도 여자의 유혹에 넘어가 파계하고 만다는 것인데 그야말로 믿거나 말거나 한 이야기다. 비구니 도량 특유의 정갈한 매력으로 많은 이들을 이끄는 운문사와 석남사로 당일 여행을 떠나보자.
운문사

소리가 아름다운 천년고찰, 운문사

신라 진흥왕 21년인 560년, 대작갑사라는 이름으로 창건했다니 1460여 년간 한국 불교의 전통을 이어온 천년고찰이다. 오랜 역사답게 규모 또한 매우 큰 편. 조선 숙종 당시 중건한 것으로 추정되는 대웅보전을 비롯해 작업전, 미륵전, 만세루, 관음전 등 17동의 전각이 경내에 자리한다. 대웅보전, 삼층석탑, 금당 앞 석등, 석조여래좌상, 사천왕석주, 원응국사비, 동호 등 보물로 지정된 중요 문화재도 곳곳에 자리해 대사찰의 면모를 뽐낸다. 운문사가 비구니 전문강원이 된 건 1958년. 1987년 승가대학으로 명칭을 바꾸고 승려 교육과 경전 연구에 힘을 쏟고 있다.
운문사 경내로 들어가는 문은 범종루와 함께 있다. 2층 범종루에는 불전사물이라 하는 대종, 법고, 운판, 목어가 자리한다. 오래전부터 운문사는 소리가 아름다운 절로 알려졌다.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에서는 운문사의 새벽 예불을 예찬했고, 새벽 예불이 힘들다면 저녁 예불이라도 봐야 한다고 했다. 예불은 불전사물을 치는 것으로 시작한다. 불전사물이 울리면 물에서 땅, 하늘을 비롯해 이승과 저승의 중생 등 소리가 닿는 이들에게 부처님의 말씀이 전해진다. 모든 사물이 깨어나는 것이다. 운문사 유튜브 채널에서는 운문사 비구니승이 전하는 저녁 예불을 감상할 수 있다.
처진 소나무를 시작으로 오른쪽으로 돌면 대웅보전, 왼쪽으로 돌면 만세루 등지를 지나며 운문사 경내를 감상할 수 있다. 운문사의 보물은 몇 걸음을 떼기가 무섭게 나타나고 나타나 발걸음을 느리게 한다.
느리게 걷고 싶은 곳은 운문사 담장 밖에도 있다. 운문사 매표소에서 운문사까지, 걸어서 20분가량 걸리는 ‘솔바람길’이라는 이름의 솔숲이다. 솔바람길에는 울울창창한 소나무가 빼곡히 들어서 있다. 솔숲 사이로 난 길을 바람 맞으며 걸으면 몸과 마음이 자연의 색으로 물드는 것만 같다. 솔바람길을 놓치지 않고 제대로 걷고 싶다면 ‘운문사 주차장’ 말고 ‘운문사 공영주차장(경북 청도군 운문면 운문사길 144)’에 차를 대면 된다.

운문사 주소: 경북 청도군 운문면 운문사길 264 운문사요금: 입장료 2,000원, 주차료 2,000원
신라 헌덕왕 16년인 824년, 도의국사가 호국을 염원하며 지은 사찰이다. 사찰이 품은 문화재는 그리 많지 않으나 사하촌과 마주한 일주문에서 석남사 경내까지 10분여 동안 이어지는 숲길은 유명 사찰이 부럽지 않다. 숲길 한쪽으로는 맑은 계곡의 물줄기가 쉴새 없이 흘러 산사로 향하는 발걸음을 가볍게 한다.
석남사는 6.25 전쟁 당시 폐허가 됐다가 1957년 비구니 인홍 스님이 주지로 부임하며 일신했다. 석남사가 비구니 도량으로 탈바꿈한 것도 이때부터. 정조 15년인 1791년에 세운 극락전을 포함해 대웅전, 강선당, 조사전 등의 당우가 자리했다.
비구니의 섬세한 손길이 닿은 석남사 경내는 정갈하다. 대웅전 뒤에는 500여 년 전 간월사에서 옮겨 왔다는 엄나무 구유 등이 남아 있다. 천명대중을 공양할 때 쓰였다는 엄나무 구유는 길이가 630cm, 폭이 72cm에 이른다.
석남사에서 가장 중요한 문화재는 대웅전을 돌아들어가 계단을 오르면 보이는 도의국사 부도다. 호국염원을 바라며 석남사를 지은 도의국사는 이곳 부도에 사리로 잠들었다. 부도는 보물 제369호로 지정됐다.
석남사주소: 울산 울주군 상북면 석남로 557요금: 입장료 2,000원, 주차료 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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