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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온을 향한 걸음,강화도 평화 아트투어
트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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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다섯 스텝만 밟았을 뿐인데,
평화에 성큼 다가섰다.
작은 걸음 속 커다란 편안함이 깃들었다.

춤으로 여는 하루
몸풀기 워크숍

오전 8시30분, 합정역 2번 출구. 관광버스에 오르자 참여자들의 손엔 물과 간식 그리고 미션북이 주어졌다. 이른 아침, 꼬르륵 보채던 배가 달콤한 간식으로 잠잠해졌다. ‘늘 평화 아트투어’에서 맛본 첫 번째 소소한 평화다.
출발한 지 1시간쯤 지났을까. 강화도 ㅊ에 도착했다. 돈대 안 정자, 이섭정 2층에선 환영의 의미로 강화도 지역민의 아프리카 댄스 공연이 펼쳐졌다. 둥둥, 음악 소리에 그의 팔과 머리가 흔들린다. 두 다리가 빠르게 이섭정의 바닥을 훑는다. 환영 인사치곤 꽤 격렬한데, 그 춤사위에 마음이 절로 들뜬다. ‘몸풀기’보단 ‘마음풀기’에 가까웠던 시간. 다른 날엔 공연 대신 가벼운 요가 또는 스트레칭이 진행되기도 한다고.
고요함과 평화가 동의어일 수 있다는 걸 알게 된 건 염하강 철책길을 반쯤 걸었을 무렵이었다. 기다랗게 늘어선 철책길을 걷는 동안 지켜야 할 규칙이 있었다. NO 휴대폰, NO 대화, NO 촬영. 현대인에겐 단순하고도 가장 어려운 금지들. 강화대교 아래에서부터 6·25 참전용사 기념공원까지 ‘피스 워크’가 시작됐다(걷기 코스는 계절에 따라 일부 수정될 수 있다).
세 가지가 결여된 산책은 고요했다. 말소리도 셔터음도 없었다. 말이 없으니 생각이 늘어났고, 찍지 않으니 보게 됐다. 남과 북을 가르는 철책 너머로 염하강이 흘렀다. 남과 북, 좌와 우, 흑과 백…. 세상엔 얼마나 많은 두 개의 이념들이 보이지 않는 철책으로 가로막혀 있을까. 강물은 6·25 참전용사들의 넋을 기리고 추모하는 의미에서 조성된 6·25 참전용사 기념공원까지 이어졌다.
“걷는 동안 떠올랐던 평화에 대한 생각을 아크릴 판에 적어 보세요.” 진행자의 말에 펜을 들어 오래 고민하지 않고 적었다. ‘걷는 동안 근심이 없는 상태’. 밑에 한 줄을 더 추가했다. ‘가름이 없는 세상’. 피스 워크의 흔적이 두 줄의 문장으로 남겨졌다.
연미정에 오르는 길이 어쩐지 버겁게 느껴진 건 과했던 점심 식사 탓이었다. 강화 주민들의 찐 맛집 ‘주연통삼겹’의 김치찌개는 마지막까지 숟가락을 놓기 어려운 맛이었다.
휴우, 정자에 도착해 길게 한숨을 내쉬니 미지근한 여름 바람이 분다. 어디선가 새소리가 들리는 것도 같고. 미션북을 뒤적여 일정표를 확인하니 ‘평화의 소리 담기’ 시간이다. “휴대폰 음성 녹음 또는 동영상 촬영 기능을 활용해 나에게 평화를 주는 소리들을 채집해 봅시다.” 모두의 귀가 예민해졌다. 소리에 집중하니 듣지 못한 것들이 들린다.
20분 뒤, 정자에 모여 녹음한 소리들을 공유하는 자리를 가졌다. 바람, 바다, 발걸음, 새, 휘파람, 노부부의 대화. 각자의 휴대폰엔 저마다의 평화가 담겨 있었다. 그리곤 하나 둘 셋! 녹음한 소리들을 동시에 재생하자 오케스트라처럼 평화의 소리들이 한데 어우러져 입체적으로 연미정을 휘감았다. 이토록 듣기 편안한 ASMR이 또 있었나.
평화전망대 2층에서 짧은 강의가 열렸다. 주제는 ‘스마트폰으로 인생숏 촬영하기’. 깨알 꿀팁들이 쏟아졌다. 촬영 전 카메라의 렌즈를 깨끗이 닦아 주기, 카메라 격자 기능을 활성화시켜 수평, 수직, 구도 등을 잡는 데 활용하기 등등. 이론만으론 부족하니 실전에 나섰다.
평화의 ‘평’ 자가 들어간 사진 또는 ‘평화’를 상징하는 사진을 촬영해 단체 채팅방에 올리는 미션이 주어졌다. 무엇을 찍을까. 6·25 전쟁 당시 촬영된 사진도 좋겠고, 북한 사람들의 가정집을 그대로 재현해 놓은 공간도 좋겠는데.
이리저리 배회하다 결국 프레임에 담긴 건 북한 땅을 배경으로 세워진 ‘그리운 금강산 노래비’였다. 노래비 앞 기둥의 버튼을 누르니 유명 가수들이 부른 통일 관련 노래들이 재생됐다. 기념비 너머로 북한 땅이 선명히 보였다. 프레임에 담긴 사진보다 더 애틋한 풍경이 눈앞에 있었다.

‘스트롱파이어’의 식탁 위엔 피자 대신 색색의 드로잉 펜이 놓였다. 스트롱파이어는 강화읍에 있는 화덕피자집이다. 평소엔 피자 굽는 냄새가 매장을 가득 채우지만 워크숍, 강연 등이 열리는 커뮤니티 공간으로도 활용된다고.
곧 강화도의 천연직물인 소창으로 제작된 포스터에 나만의 평화 심볼을 그려 보는 시간이 시작됐다. 포스터 위에 펜으로 슥슥 그리기만 하면 돼서 어린 아이들도 어렵지 않게 따라할 수 있다. 누군가의 포스터엔 고래가, 또 다른 포스터엔 피스 마크가, 나의 포스터엔 평소 좋아하는 영화 캐릭터들이 새겨졌다. 무념무상. 마음을 비우고 드로잉에 집중하니 무거웠던 고민들이 가벼워졌다. 역시, 덕질이 최고의 평화다.

미션만 참여하면 식사 걱정 끝!
늘(NLL) 평화 아트투어 저녁 식사 쿠폰

담백한 베트남의 맛
카페 들

‘늘 평화 아트투어’에선 미션북의 존재감이 두드러진다. 투어 에티켓, 일정표, 프로그램 안내사항 등이 적혀 있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미션북 안 소소한 미션들(OX 퀴즈, 숨은 그림 찾기 등)을 완료하면 강화도의 로컬 식당과 카페에서 사용할 수 있는 저녁 식사 쿠폰이 제공되기 때문. 인당 8,000원의 쿠폰은 강화읍에 위치한 식당과 카페에서 자유롭게 사용 가능하다.
저녁을 가볍게 먹고 싶다면 베트남 샌드위치 반미를 판매하는 ‘카페 들’로 향하자. 우리밀로 직접 구운 건강빵으로 반미를 만드는데, 고기와 야채, 계란 등도 모두 국내산을 사용한다. 담백하고 깔끔한 맛의 비결이다. 베트남식 건강 스무디 ‘신또’, 코코넛 밀크 커피 등도 함께 맛볼 수 있다.
주소: 강화군 강화읍 향나무길22번길 11 영업시간: 화~일요일 10:00~20:00(월요일 휴무) 전화: 032 933 7992 가격: 반미 오리지널 6,500원, 아보카도 신또 6,500원
버스를 타고 6·25 참전용사 기념공원, 평화전망대 등 강화도의 명소들을 둘러보며 평화의 감각을 찾아가는 아트투어 프로그램. 강화 지역민들의 공연, 소창 포스터 드로잉 등 다채로운 아트 체험을 곁들여 즐길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합정역에서 오전 8시30분에 출발해 오후 8시 즈음 돌아오는 원데이 투어로, 11월27일까지 매주 토·일요일에 진행된다. 네이버 예약 페이지에서 사전예약 후 이용할 수 있다. 세부 진행 내용은 월별 상이하며 정원은 20명까지. 참, 5,000원이란 저렴한 참가비도 투어의 매력 포인트 중 하나다.

합정역 출발→몸풀기 워크숍→철책길 피스 워크→점심 식사→평화의 소리 담기→나만의 평화 아카이빙→나만의 평화 심볼 만들기→저녁 식사→합정역 도착

글·사진 곽서희 기자 취재협조·공동기획 강화군 www.ganghwa.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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