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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란 수도 '부산'에서 즐기는 시간여행···'숨겨진 야경명소는?'
스포츠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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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역에 도착해 가장 먼저 들러야 할 곳이 바로 ‘초량 이바구길’이다. 부산역에서 직선거리로 500m도 채 안되는 거리에 있을 뿐만 아니라 이곳은 ‘이바구’라는 길 이름처럼 수많은 이야기꽃이 피어나는 길이기 때문이다. ‘이바구’는 ‘이야기’를 뜻하는 경상도 사투리다. 부산 최초의 해산물 보관창고가 있던 남선창고 터를 출발해 초량 전통 시장을 구경하다 보면 어느새 이곳의 명물인 ‘168 모노레일’ 승강장에 도착한다.
정면으로 가파른 168개의 계단이 끝도 없이 이어진다. 산복도로를 오르는 가장 빠른 길이다. 계단을 타고 오르든 모노레일을 타고 오르든 그건 자유다. 계단이 오히려 빠를 수도 있다. 참고로 2022년 6월10일 오후 3시 기준, 계단을 가장 빠르게 오른 이의 기록은 23.41초다.
모노레일이 도착하는 지점엔 전망대와 함께 왼쪽에 명란브랜드연구소가 자리하고 있다. 명란브랜드연구소는 복합문화공간으로 명란의 역사가 시작된 남선창고와 초량시장 일대의 역사적 스토리를 지역 특화 콘텐츠로 묶어내고 브랜드화 한 곳이다. 지하 1층은 동구의 관광캐릭터 명란삼남매를 활용한 기념품샵, 2층은 명란제품 전시·판매, 3층은 명란 카페테리아, 4층은 아카데미존, 5층은 옥상 루프톱으로 운영되고 있다.

일본의 국민음식 ‘명란’은 사실 한국이 원조다. 19세기 전까지만 해도 일본인들은 명태를 잡지도 먹지도 않았다. 명란을 일본의 국민음식으로 등극케 한 이는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일본인 ‘가와하라 토시오’다. 해방 후 일본으로 돌아간 그는 부산의 명란 맛을 잊지 못하고 일본식 명란 ‘멘타이코(明太子)’을 개발해 일본 전역에 명란 붐을 일으킨다. 그가 바로 일본을 대표하는 명란 기업 후쿠야의 창업자다.
당시 초량시장 입구에 있던 남선창고는 함경도 일대에서 잡힌 명태를 보관하던 곳이었다. 명란브랜드연구소의 가장 큰 매력은 탁 트인 최고의 전망이다. 하늘로 쭉쭉 뻗은 마천루 사이로 빼곡하게 들어선 집들과 저 멀리 부산항과 부산항대교가 한눈에 들어온다. 여기에 명란을 이용한 파스타와 피자를 비롯해 독일식 족발 ‘슈바인 학센’까지 식탁에 오르면 세상 부러울 게 없는 최고의 성찬이다.

본인이 직접 요리에 도전하고 싶다면 연구소 코앞에 있는 이바구충전소를 찾으면 된다. 이곳에 가면 명란 파스타 셀프 쿠킹을 경험할 수 있다. 파스타 한 그릇 값으로 요리도 배우고 맛도 볼 수 있으니 금상첨화다. 초량 이바구길은 쉬엄쉬엄 걷기에 좋은 길이다. 시원스럽게 펼쳐진 풍경과 골목골목에서 피어나는 세월의 향기가 여행자들의 발길을 오래도록 붙잡는다.
아미동 비석마을은 한국전쟁 당시 피란 온 사람들이 판잣집을 짓고 모여 살던 마을이다. 원래 이곳은 구한말 때까지 화장터와 일본인들의 공동묘지가 있던 곳이었다. 비석마을이란 이름도 공동묘지의 비석에서 유래됐다.
비석문화마을 투어의 시작점은 피란생활박물관이다. 피란생활박물관은 비석문화마을의 일부 집들을 보전해 당시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도록 꾸민 공간이다. 마을 입구에는 묘지 기단 위에 벽과 지붕만 올린 집이 덩그러니 서 있다. 모진 세월과 풍파 탓에 뼈대가 앙상하게 드러나 있다. 피란시절 변변한 건축자재가 없었던 탓에 묘지의 석축물은 집의 기초가 되고 상석과 비석은 계단과 주춧돌 담벼락으로 재활용됐다. 집의 크기가 하나같이 한평 남짓한 이유도 묘지위에 집을 지은 탓이다. 묘지가 집이요 집이 묘지다. 산자와 죽은자가 공존하는 기이한 형태다.

아픈 역사와 달리 좁은 골목은 아기자기한 풍경을 쏟아낸다. 미니어처 세상에 온 듯한 느낌이다. 좁은 골목의 하늘은 더 좁아진다. 2층 3층으로 올라갈 때마다 발코니처럼 바닥면적을 조금씩 넓힌 탓이다. 1층 바닥은 넓힐 수 없으니 2층, 3층을 올려서라도 조금이나마 넓게 쓰고 싶은 마음 때문이다.
산허리에 자리한 비석문화마을은 멋진 풍광이 기본이다. 당시 피란민들에게도 이 같은 풍광은 조금이나마 위안이 되었으리라. 당시 이들의 삶을 생생하게 마주할 수 있는 곳으로 향했다. 바로 최민식 갤러리다. 최민식은 우리나라 1세대 다큐멘터리 사진작가로 죽는 날까지 오로지 ‘인간’이라는 주제로 작품활동에 몰두했다. 한쪽 팔과 다리를 잃고도 신문을 팔기 위해 내달리는 청년에서부터 두 아이에게 젖을 물리고 있는 아낙까지. 당시의 시대상을 생생하게 전하는 사진들이 전시장을 빼곡히 채우고 있다.
천마산로를 따라 남쪽으로 내려가다 보면 천마산 누리바라기 전망대와 부산항 전망대를 차례로 마주할 수 있다. 특히 부산항 전망대는 부산 사람들에게도 잘 알려지지 않은 곳으로 역동적인 부산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다. 부산을 상징하는 대형 건축물과 수많은 교량 그리고 영도를 휘감아 도는 듯한 입체적인 바다 풍경이 보는 이들의 탄성을 자아낸다. 특히 오른쪽 남항대교 건너로 대마도까지 선명하게 볼 수 있는 이곳은 부산의 숨겨진 야경명소이자 해돋이 명소다.
한국전쟁 당시 피란수도였던 부산에는 당시 정부청사와 대통령 관저로 쓰였던 건물들이 잘 보전되어 있다. 당시 임시수도정부청사로 쓰였던 건물은 현재의 동아대학교 석당박물관이다.

원래 경남도청이었던 건물은 한국전쟁 이후 임시수도정부청사로 쓰였다가 전쟁이 끝나고 다시 경남도청이 된다. 이후 1984년 말부터는 부산지방법원과 검찰청 청사로 사용되다 2002년 동아대학교가 건물을 매입해 2009년부터 박물관으로 활용하고 있다. 수리와 복원을 거친 건물은 벽체는 그대로 유지한 채 최소한의 구조보강만 했다. 덕분에 원형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3층 기록실에 가면 당시의 청사의 축소모형과 각종 부재 등을 관람할 수 있다.
석당박물관 인근에 있는 임시수도기념관은 부산시가 한국전쟁 당시 각종 사진 자료와 관련 유물을 전시·운영 중인 공간이다. 정문을 지나 바로 보이는 붉은 벽돌 건물이 ‘임시수도대통령관저’다. 이곳도 원래 경상남도지사 관사였다. 임시수도대통령관저는 2층 건물로 응접실을 비롯해 서재와 거실, 내실 등이 당시 모습 그대로 보전되어 있다.
임시수도대통령관저 뒤편에 있는 건물은 전시관으로 한국전쟁 당시의 생활상을 보여주는 판잣집을 비롯해 각종 사진, 당시 유행했던 생필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특히 건물 기와의 형태도 눈여겨 볼만하다. 일본 강점기에 지어진 건물이다 보니 일본기와인 ‘걸침기와’를 올렸다. 암키와와 수키와가 하나로 된 ‘걸침기와’는 암키와와 수키와를 따로 쓰는 한국기와에 비해 평면적이다.
=부산을 제대로 즐기는 방법의 하나는 ‘요트투어’다. 해운대에 있는 더베이101에 가면 마린시티를 지나 APEC나루공원, 광안대교를 돌아보는 코스를 즐길 수 있다. 이왕이면 야경을 즐길 수 있는 저녁 시간대가 좋다. 부산만큼 야경이 아름다운 도시도 없다. 화려한 도심에 바다의 낭만이 더해지면 메마른 감성도 봇물 터지듯 솟는다. 여기에 와인까지 곁들이면 ‘금상첨화’, 세상 부러울 게 없다.
=부산의 대표 야경명소로 부산의 동서남북을 모두 조망할 수 있는 곳이다. 접근도 쉽다. 전망대 입구에 주차하고 10여 분만 오르면 된다. 넓게 조성된 전망대에서는 광한대교와 오륙도, 태종대, 부산항대교를 파노라마로 감상할 수 있다. 또 봉수대 쪽 전망대에 오르면 반대편인 서면 방면을 조망할 수 있다.
=부산 수영구에 있는 복합 문화공간으로 부산의 핫플레이스이자 야경명소다. 이곳은 원래 고려제강이 1963년부터 2008년까지 45년간 와이어로프를 생산했던 공장이었다. 이후 2016 부산비엔날레를 계기로 문화와 예술이 어우러진 문화공장으로 재탄생했다. F1963에는 도서관과 갤러리, 전시장, 공연장을 비롯해 대형 서점과 식음시설들이 빼곡하게 들어서 있다. 또한 아름다움을 뽐내는 달빛가든과 대나무 숲길인 소리길까지 다양한 힐링공간까지 빈틈없이 갖췄다. 특히 구성이 숭숭 뚫린 하늘색 철판을 두른 건물 외형과 다양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공간은 이곳만이 매력이다. F1963에서 ‘F’는 팩도리(Factory)를 ‘1963’은 공장의 완공 연도를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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