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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 홍명보처럼…김영권이 꿈꾸는 '서른 세 살 월드컵' [SS 창간37주년특집]
스포츠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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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울산=김용일기자]

(홍명보)”

(김영권)”

축구국가대표 ‘벤투호’ 최후의 보루이자 빌드업 시발점 노릇을 하는 수비수 김영권(33·울산 현대)은 ‘영혼의 스승’ 홍명보 감독처럼 월드컵에서 아름다운 피날레를 꿈꾼다.

‘영원한 리베로’ 홍 감독은 현역 시절 1990년 이탈리아 대회부터 2002년 한일 대회까지 4회 연속으로 월드컵 무대를 밟았다. 한국 축구가 변방의 역사를 허물고 2002년 4강 신화를 달성할 때 그는 주장 완장을 달고 수비를 지휘, 브론즈볼까지 수상했다. 2002년 대회 8강 스페인전 승부차기에서 마지막 키커로 나서 한국의 4강행을 확정 짓는 득점 이후 환하게 웃는 장면은 홍 감독 축구 인생에 빼놓을 수 없는 명장면이다. 그는 수비수임에도 한국 선수 월드컵 사상 첫 단일대회 2득점(1994 미국월드컵) 기록도 세운 적이 있다.
김영권은 스승의 발자취를 묘하게 따르고 있다. 2014 브라질 대회에서 처음 월드컵을 경험한 그는 당시 조별리그 탈락(1무2패)의 아픔을 안았다. 그러다가 4년 전 러시아 월드컵에서 또다시 16강 진출엔 실패했으나 안정적인 수비와 독일전(2-0 승) 결승골로 일약 국민영웅이 됐다. 올 11월 예정된 카타르 대회에서 세 번째 월드컵 도전을 앞두고 있다.
올해 한국 나이로 서른세 살인 김영권은 홍 감독이 2002 대회를 뛸 때와 같은 나이다. 중앙 수비수라는 공통분모가 존재하는 둘은 서로를 이해하는 지점이 맞닿아 있다. 게다가 홍 감독과 김영권은 2009년 U-20 월드컵(8강) 2012년 런던올림픽(동메달)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등 연령별 대표부터 A대표팀을 거치며 사제 연을 맺었다.

홍 감독은 “처음 월드컵에 나가면 ‘뽑혔다’는 기쁨과 자랑스러움이 가득하다. 그런데 두 번, 세 번 나갈수록 무게가 큰 자리라는 것을 느끼고 중압감이 든다. 영권이도 그런 점을 느낄 것”이라고 했다.

김영권은 “과거 월드컵 땐 ‘내가 얼마나 잘 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을 먼저 했다면, 지금은 팀의 목표를 어떻게 달성해야 할지 더 고민한다. 다행히 이번에 벤투 감독 밑에서 4년간 늘 같은 축구를 했기에 시너지가 날 것 같다”고 말했다.
수비진에서 ‘베테랑’의 타이틀은 어느 포지션보다 어깨가 무겁다. 홍 감독은 “난 스리백 중앙에 섰기에 양쪽 스토퍼를 잡아주고 리드해야 할 상황이 많았다. 영권이는 포백 중앙을 책임지는데 경험이 많은 만큼 (과거의 나와) 비슷한 역할을 한다. 이번에 맏형으로 더 해야 할 일이 많을 것”이라고 했다.

이 얘기에 김영권도 “수비는 한 명이 잘해서 되는 게 아니다. 월드컵 첫 대회 직후 ‘조금만 준비해서는 안 되겠구나’라고 느껴서 러시아 대회 앞두고 훈련량을 많이 늘린 기억이 있다. 그래서 더 잘 됐다”며 수비수 모두 혼연일체가 돼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괴물 수비수’ 김민재(페네르바체)와 파트너로 나서는 데에 “민재는 워낙 좋은 선수다. 그래서 내가 뒤에서 더해줄 역할이 있을 것 같다”며 의기투합을 다짐했다.

홍 감독은 “영권이는 청소년 대표 때부터 기본적으로 수비, 패스 능력이 좋았다. 지금은 경기 읽는 시야가 더 넓어졌다. 벤투호 빌드업에 잘 맞는 자원”이라면서 “다만 월드컵은 강한 선수와 겨뤄야 하니 맨투맨을 더 발전시켜야 한다. 또 영권이가 가끔 집중력이 떨어져서 실수가 나올 때가 있는데, 이제 나이가 있으니 잘 쉬면서 컨디션 조절에 더욱더 신경 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영권은 “그래서 평소 안 먹던 영양제도 챙겨 먹는다”고 웃더니 “감독 말씀대로 월드컵은 강자와 맞붙는 만큼 가진 것에 120%를 하지 않으면 밀린다. 요즘엔 나이를 고려해 웨이트트레이닝도 많이 신경 쓴다”고 강조했다.
완벽한 컨디션을 갖추면서 원하는 피날레를 장식하기 위한 선결 조건은 K리그 우승. 올 시즌 홍 감독의 부름을 받고 해외 생활을 청산하고 울산을 통해 K리그에 입성한 김영권은 붙박이 수비수로 뛰고 있다. 현재 울산의 K리그1 선두를 이끌고 있는데, 팀이 바라는 17년 만에 리그 우승을 달성한 뒤 카타르행 비행기에 오른다면 금상첨화다.

홍 감독은 “영권이가 이번 월드컵이 마지막이 될지 모르겠으나 한국 축구가 기대하는 바가 크니 좋은 결과로 마무리했으면 한다. 특히 다른 선수의 모범이 됐으면…”이라고 덕담했다. 김영권은 “먼저 울산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고 카타르에 가야 하지 않겠나. 월드컵은 최고의 무대인 만큼, 최고의 상황에, 최고의 상태로 가고 싶다. 꼭 축구 팬 믿음에 동료들과 보답하겠다”고 웃었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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