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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두산 이영하, 배영수 코치 말 속에 답있다[SS 포커스]
스포츠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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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장강훈기자] 8월들어 상승세를 타는 듯하던 두산이 다시 주저앉았다. 타선에 해결사가 보이지 않으니 투수력으로 버텨야하는데, 앞이 헐겁다. 두산 김태형 감독이 이영하(25)의 분전을 기대하는 이유다.

이영하는 8월 두 차례 등판에서 4이닝 동안 4사구 10개를 내줬다. 지난 4일 삼성을 상대로 볼넷 6개와 몸에 맞는볼 1개를 내주고 1이닝만 소화한 게 컸다. 지난 13일 잠실 SSG전에서도 4회초 급격한 제구 난조로 아웃카운트를 한 개도 잡지 못하고 강판했다. 8월 두 경기에서 2패 평균자책점 18.00으로 참담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김 감독은 부진 원인을 멘탈로 보고 있다. 마운드 위에서 자신감이 없다는 얘기다. 그는 “삼성전에서 볼넷을 남발한 게 트라우마로 남은 것 같다”고 말했다. 흔들리는 멘탈은 다른 사람이 잡아줄 수 없다. 멘탈 코치를 운영하는 팀도 있지만, 어쨌든 스스로 해결해야 할 문제다. 김 감독은 “볼이 늘면 표정에서부터 자신감이 떨어진 게 드러난다”고 말했다. 타자와 싸울 수 없는 상태여서는 마운드에 계속 세워둘 수 없다.
한때 팀 마무리 중책을 맡았을 정도로 위력적인 공을 던지는 투수였다. 시속 150㎞에 육박하는 빠른 공에 종으로 떨어지는 슬라이더만으로도 타자를 제압했다. 선발로 전환한 뒤 투구 각을 높이기 위해 노력했고, 긴 이닝을 소화하기 위해 커브 장착을 시도했다. 결과적으로는 두개 다 실패다. 이런저런 시도를 하느라 갖고 있던 강점을 잃었다. 과욕으로 보는 시선도 있지만, 그만큼 잘하고 싶은 욕심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문제는 실패를 통해 얻은 게 있느냐는 점이다. 실패했다고 좌절하기보다 원래 가졌던 강점을 극대화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이영하에게 필요한 것은 새로운 것이 아닌 갖고 있던 것을 찾는 것이다.

두산 배영수 투수코치는 의미있는 얘기를 했다. 그는 “데이터분석 장비가 발전한 게 역효과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야구에 과학을 접목하는 속도가 빨라졌고, 실제로 메이저리그에서 성과를 내는 선수가 증가하자 너도나도 데이터분석에 의존한다는 얘기다. 배 코치는 “나도 현역 때는 투피치였다. 속구, 슬라이더로도 선발 투수를 했다. 물론 다른 구종도 던졌지만, 언제든 타자를 요리할 수 있는 구종은 속구, 슬라이더였다”고 말했다.
그는 “슬라이더라는 큰 범주로 보면 투피치가 맞다. 그런데 슬라이더에 구속차를 주면 세 가지 구종으로 만들 수 있다. 커터처럼 짧고 빠르게 꺾이는 구질과 구속은 느리지만 크게 휘는 공, 속도는 그 중간 정도이지만 휘는 타이밍이 다르게 던지면 타자 입장에서는 헷갈릴 수밖에 없다. 단순히 ‘투피치’로 규정할 수 없는데, 볼 회전을 바탕으로 슬라이더로 통칭하면 투수는 ‘아, 나는 속구, 슬라이더밖에 못던지는 투피치 투수이구나’라고 생각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종으로 떨어지는 고속 슬라이더는 배트 중심을 비껴갈 결정구가 된다. 대신 속구 타이밍에 배트를 내밀면 히팅 포인트 앞에서 걸릴 가능성이 높다. 한번씩 힘 빼고 느린 슬라이더를 던지면 타자는 헷갈릴 수밖에 없다. SSG 김광현이 최근 이런 투구를 하고 있다. KT 소형준도 좌타자를 상대로 바깥쪽 높은 코스로 ‘밀려들어 가는 슬라이더’를 의도적으로 던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영하에게 필요한 것은 새구종이 아닌 마운드 위에서의 여유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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