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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 "'비속어 논란' 종식 아이디어 있으면 알려달라"
더팩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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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기 비서실장이 29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룸에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이주호 전 교육기술부 장관)와 대통령 소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김문수 전 경기도지사)에 대한 인선 발표를 하고 있다. /뉴시스
[더팩트ㅣ허주열 기자] 대통령실은 29일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 순방 중 비속어를 사용했다는 논란에 대해 모든 것이 불분명해 유감 표명을 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윤 대통령이 '바이든'이라고 언급한 적은 없다면서, 해당 뉴스를 '가짜뉴스'로 규정했다.

김대기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이날 오후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대통령 순방 중 뉴욕에서 발생한 발언 논란과 관련해 비서실장으로 입장이 궁금하다'는 질문에 "저를 위시해서 참모들은 가짜뉴스만은 퇴치해야 하지 않나. 과거에도 보면 선진국은 가짜뉴스를 경멸하고 싫어하는데, 우리는 관대해서 전부터 광우병이나 뭐 여러 사태에서도 있었듯이 저희는 이런 가짜뉴스는 사회를 병들게 하고 국민들을 이간질할 수도 있어서 엄중히 본다"고 말했다.

김 비서실장이 '가짜뉴스'라고 언급한 부분은 윤 대통령이 논란이 된 발언을 하면서 '바이든'이라는 말을 하지는 않았는데, 해당 발언을 한 것처럼 기정사실로 해 보도된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은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비속어 논란 유감 표명을 묻는 취재진에 답하지 않은 채 자리를 떠났다. /뉴시스
김 비서실장은 '일각에선 발언 논란과 관련해 윤 대통령이 한마디를 했으면 지금처럼 정쟁이 심하지 않을 것이라는 비판도 있다'는 말에 "핵심은 두 가지다. 하나는 언론인들이 많이 제기하는 비속어 논란, 저희 쪽에서 말하는 가짜뉴스, 바이든이라는 말은 하지 않았는데 했다는 것"이라며 "비속어 논란에 대해선 제가 대통령께 여쭤보니 본인은 잘 기억하기 어렵고, 상황상으로 바이든은 나올 리 없고, 바이든이 나왔으면 '의회'라고 했을 텐데 왜 바이든이 나왔는지. 나중에 들어보니 너무 불분명하다. 그래서 언론계 대선배들도 그런 불분명한 것을 기사화할 때는 반드시 확인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안 거쳤다. 그것을 핵심으로 본다. (이XX들이라고 보도된) 앞부분 쪽도 대통령은 지금 혼란을 일으키는 듯하다. 잡음, 소음을 없애고 들어보면 그 말이 안 들린다. 그래서 모든 게 불분명해서, 좀 분명해야 의사 표시를 할 수 있는거 아닌가"라고 말했다.

김 비서실장의 발언을 종합하면 논란이 된 발언을 한 당사자인 윤 대통령은 '이XX들'이라는 말을 한 것은 기억이 나지 않고, '바이든'은 분명히 하지 않았다고 참모들에게 이야기를 한 것이다. 또 대통령실은 녹화된 영상에서도 논란이 된 발언은 명확히 들리지 않는다고 확고한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이에 한 기자가 '이 논란이 계속 가는 것도 (대통령실에) 부담이다. 대통령실은 어디까지 생각하고 진상을 밝힌다는 것인가'라고 묻자, 김 비서실장은 "저희도 언젠가는 엑시트(탈출)해야 하지 않겠나. (그런데) 지금 (자막을 넣어 관련 보도를 처음 한) MBC 쪽은 입장 발표가 전혀 없고, 그래서 뭐 시간이 좀 걸려야겠죠. 지금 저희도 (논란을) 빨리 종식시키고 싶지만, 좋은 아이디어 있으면 가르쳐 달라"고 말했다.

김 비서실장은 '대통령실에서 원하는 것은 특정 방송사(MBC)의 사과를 원하는 것인가'라는 질문엔 "가짜뉴스는 다시는 있어선 안 된다는 게 저희 생각"이라며 "지지도 유불리를 떠나서 이것은 우리 사화가 반드시 가져야 할 가치여서 확보될 때까지는 할 예정"이라고 사실상 MBC의 항복을 받아낼 때까지 문제 제기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은 29일 박진 외교부 장관 해임안에 대해 항의 팻말을 내걸었다. 국회는 이날 민주당 단독으로 박 장관 해임안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이날 MBC는 보도자료를 통해 "MBC는 자막을 조작하지 않았다. 당시 뉴욕의 프레스센터에서 다수의 방송기자들이 각자 송출된 취재 영상을 재생해 대통령의 발언이 어떻게 들리는지에 대해 각자 판단을 내렸다"며 "현장 소음이 함께 녹음된 관계로 어떻게 들리느냐에 대한 자연스러운 토론도 현장에서 이뤄졌다.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 소음을 최대한 제거한 후 느리게 듣거나 반복해 듣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어 "당시 '이XX, '국회에서', '바이든', 'X팔리면'이라는 단어가 들렸고 해당 사항에 대한 (순방) 기자단 내의 공감대가 형성됐다"며 "이는 비슷한 시각의 타 매체 기사들만 봐도 MBC만 특정하게 조작하지 않았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무엇을 어떻게 조작했는지 명확한 근거나 설명 없이 'MBC가 자막을 조작했다'는 입장만 반복하는 것에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대통령실이 가짜뉴스의 진원지로 지목하고 있는 MBC는 대통령실의 주장에 정면으로 반박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김 비서실장은 '전문가가 들어도 불분명한 상황에서 가짜뉴스라는 표현도 부정확한 표현이 아닌가'라는 질문엔 "그래서 처음에 뉴욕에서 대응이 15시간이 걸렸다고 할 때도 이게 진짜 그런가 해서 교수, 전문가에게 음성 분석도 요청했다. 그런데 잘 안 나왔다"며 "어떤 신문을 보니 어떤 기자는 100번 들어도 잘 모르겠다고 한다. 사실 그렇다면 발언 당사자에게 확인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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