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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모도, 한 해의 마침표 같은
트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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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청량한 숨소리, 석불 좌상의 웅장함,
노천탕의 따스함으로 물든 날.
여기에 황홀한 일몰은 덤이다.
석모도에서 올해 여행에 마침표를 찍었다.

10분의 고통, 그리고 극락
보문사

올해 마지막 여행을 위해 강화군 석모도로 향했다. 그곳에서 한 해를 추억하고, 더 나은 앞날을 위해 기도하기 위함이다. 몽환적인 일몰은 덤이다.
첫 목적지는 낙가산 아래 보문사다. 보문사는 우리나라 3대 해상 관음기도 도량(부처나 보살이 도를 얻는 곳) 중 하나다. 신라 선덕여왕 4년(635년) 회정대사가 금강산에서 수행하던 중 관세음보살을 친견하고 강화도로 내려와 창건했다. 보문사는 일주문, 극락보전, 나한전, 오백나한, 삼성각, 와불전, 마애석불좌상, 법음루, 범종각, 사리탑, 봉향각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일주문을 지나면 경사가 꽤 가파른 길이 나온다. 그리 길지는 않으나 등산 느낌이 난다. 옆으로 올곧게 솟은 소나무가 친구가 돼 주고, 몇 발자국 더 내디디면 400년 넘은 은행나무가 여행자를 반긴다. 힘들더라도 너무 앞만 보지 말고 가끔은 뒤를 돌아보기를. 발아래는 서해가, 배경으로는 보문사가 있음을 실감하게 된다. 마침내 극락보전 앞에 선다. 법당 내부 상단에 아미타부처님과 대세지보살, 관세음보살이 모셔져 있는데 그 장엄함이 대단하다. 반면 전각 출입문의 꽃무늬 문살은 아기자기하면서 소박한 멋을 더해 준다. 안팎으로 조화와 균형을 이룬 것 같다.
석실과 오백나한, 너비 13.5m, 높이 2m의 와불을 모시고 있는 와불전도 빠트릴 수 없는 공간. 천연 동굴을 이용한 석실의 경우, 신라 선덕여왕 4년에 회정대사가 처음 건립하고 조선 순조 12년(1812)에 다시 고쳐 지은 석굴사원이다. 보문사가 자연을 활용하는 또 다른 방법이다. 와불전의 대형 와불도 눈길을 사로잡는다. 2009년 3월에 조성된 이 와불은 열반하는 부처의 누워 있는 모습으로 손의 모양, 불의의 주름 등이 사실적으로 표현돼 있다. 와불은 사진으로 남길 수 없으니 마음에 잘 새겨야 한다.
이제 사찰의 하이라이트 ‘마애석불좌상’을 만나러 갈 시간이다. 사찰과 가까워지면 멀리서부터 이곳이 눈에 띈다. 얼핏 보면 상당히 높고, 먼 곳에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막상 걸어 올라가면 금세 목적지에 닿는다. 보통의 성인이라면 첫 계단부터 마지막 계단까지 쭉 올라가면 10분 내외로 도착할 수 있다. 중간에 쉬면서 바다 풍경을 감상하고, 인증숏을 남기더라도 왕복 30~40분이면 충분하다. 낙가산 중턱 눈썹바위 아래에 도착하면, 마애석불좌상이 서해를 보살피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이 좌상은 1928년 배선주 주지스님이 보문사가 관음 성지임을 나타내기 위해 금강산 표훈사의 이화응 스님과 함께 낙가산 눈썹바위 아래에 조성했다. 높이 920cm, 너비 330cm에 달하는 거상으로 그저 우러러보게 된다. 특히, 좌상 앞에서 정성을 담아 기도하면 이루어지지 않는 소원이 없다고 해 많은 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고. 경건한 마음을 한아름 품고 내려오면서 석모도와 서해의 아름다움을 다시 눈에 담는다. 막상 이 순간을 마주하면 한 번 더 오거나 해가 질 때까지 기다리고 싶을 것이다. 이곳에서 내려다보는 일몰 풍경이 한없이 궁금해질 테니까.
보문사 주소: 강화군 삼산면 삼산남로828번길 44
영업시간: 매일 09:00~18:00 전화: 032 933 8271
입장료: 성인 2,000원
석모도는 아담한 규모의 섬이지만 곳곳에 볼 게 많다. 게다가 최소 이틀을 머물러야 할 이유가 있어 하루 정도는 숙박하는 게 좋다. 바다는 석모도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으니 숙소는 숲이 어떨까. 선택하기도 어렵지 않다. ‘석모도 자연휴양림’이라는 답이 있으니까.
석모도 자연휴양림
이곳은 휴양관과 숲속의 집, 두 개 콘셉트로 구성돼 있다. 휴양관은 콘도형으로 4인실과 10인실이 준비돼 있고, 상봉산 전망대, 산책로, 상봉산, 휴양림 쉼터 등이 있다. 자연 속에 숙소가 쏙 들어가 있는 형태다. 바다가 살짝 보이는 것도 휴양관의 장점이다. 알뜰살뜰 다양한 매력이 모여 있어 충분히 하루 머무를 만하다. 다음은 독채형인 숲속의 집이다. 과장 조금 보태서 마치 샌프란시스코의 동네를 보는 것 같다. 어깨를 맞댄 형형색색의 주택들처럼 숲속의 집도 원색의 숙소들이 자연과 조화를 이루고 있다. 숲속의 집은 6명부터 22명까지 수용할 수 있는 객실이 있으며, 족구장 같은 시설도 갖추고 있어 여러 명의 모임도 거뜬하다. 석모도 수목원이 코앞에 있는 것도 강점이다.
석모도 수목원
석모도 수목원
자연휴양림에서 푹 쉬고, 다음날 아침에는 석모도 수목원을 천천히 살펴보는 게 좋겠다. 이 수목원은 계곡부의 오염되지 않은 자연환경 속에 있는데, 고산습지원, 장미터널, 아이리스원, 소사나무군락지, 생태체험관 등이 있다. 양옆의 산 사이에 수목원이 나 있는 모양인데, 자연이 빚은 천연 터널을 걷는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
석모도 자연휴양림
석모도 자연휴양림 예약 신청: 매월 1일 오전 9시부터 익월 말일까지(온라인만 가능)
전화: 032 932 1100 요금: 산림휴양관 4명 5만2,000원부터, 10명 9만7,000원부터, 숲속의 집 6인실 10만원부터, 8인실 12만원부터
석모도 여행의 큰 강점 중 하나는 온천이다. 온종일 수목원과 해수욕장, 보문사를 속속들이 보기 위해 열심히 돌아다녔을 터. 쌓인 피로를 바로 풀 수 있다면 다음날 여행도 거뜬하다. 사계절 내내 온천은 훌륭하나 겨울 노천탕은 더 빛을 발한다. 찬 공기와 뜨끈한 물의 상반되는 매력을 느낄 수 있으니까. 여기에 석모도 미네랄 온천은 일몰이라는 보너스까지 따라온다.
바닷가와 인접한 석모도 미네랄 온천은 실내탕과 노천탕, 황토방, 옥상 전망대, 족욕탕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곳의 물은 460m 화강암 등에서 용출하는 51도 고온으로 칼슘과 칼륨, 마그네슘, 염화나트륨 등이 풍부하게 함유된 미네랄 온천수라고 한다. 인위적 소독, 정화 없이 매일 천연 온천수 그대로 사용한다. 게다가 미네랄 성분이 풍부해 관절염, 근육통, 소화기능, 외상 후유증 치유에 도움이 되며, 의학적 효능 연구 결과 아토피 피부염 등 피부병 치유에도 효과가 있음이 확인됐다.
다만, 현재(2022년 11월 기준)는 코로나19 등 여러 사정으로 인해 노천탕만 이용할 수 있다. 실망은 말자. 이 석모도 미네랄 온천의 가장 큰 매력은 노천탕에서 나오니까. 이곳에서 바라보는 바다와 일몰 풍경이 상당히 인상적이다. 우리는 그저 래시가드 또는 수영복(온천복 대여 가능)만 챙겨와 따스한 물에 몸을 맡기면 충분하다.
노천탕의 일몰도 봐야 하니 결국 석모도 겨울 여행은 최소 1박 2일이 필요하다. 하루는 보문사 마애석불좌상 주변에서, 또 다른 날은 온천에서 여행을 마무리해야 한다. 겨울 여행의 장점은 일몰이 이르다는 점. 오후 8시나 돼야 해가 저무는 여름과 달리 오후 5시30분이면 이미 해가 뉘엿뉘엿 지고, 하늘은 주황빛으로 물든다. 따뜻한 노천탕에 편하게 누워 자연이 그린 화려한 그림을 즐기고, 해가 완전히 진 오후 6시 이후에 석모도의 맛있는 밥상과 강화 쌀막걸리를 편하게 즐기면 된다. 여행의 하루를 마무리하는 완벽한 공식인 셈이다.

석모도 미네랄 온천 주소: 강화군 삼산면 삼산남로 865-17 운영시간: 월·수~일요일 07:00~21:00(11~3월 20:00까지), 화요일 휴무 전화: 032 930 7053
요금: 성인 9,000원
여행에서 즐기는 맛있는 식사는 직장인들의 점심만큼 특별한 것 같다. 매일 기다려지는 시간이니 말이다. 석모도에서는 꽃게탕을 비롯한 해산물 밥상은 한 번쯤 맛봐야 한다. 석모도로 들어가기 전부터 꽃게탕 전문 식당은 곳곳에서 보인다. 오늘 점심 또는 저녁 식사에 한 번은 꽃게탕을 먹어야 할 것 같은 분위기가 이미 조성돼 있다. 보문사 앞에도 꽃게탕, 해물칼국수, 회무침 등을 판매하는 식당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춘하추동
어디를 가도 괜찮으나 이번엔 춘하추동이라는 이름에 이끌렸다. 꽃게탕과 간장게장, 밴댕이회무침, 낙지볶음 등을 판매하는 곳으로, 토속적인 실내는 보문사와 왠지 모르게 잘 어울린다. 대표 메뉴인 꽃게탕은 국내산 꽃게를 활용하며, 콩나물과 팽이버섯, 미나리, 두부, 단호박 등을 넣어 얼큰하면서도 구수한 맛을 낸다. 2인분도 충분히 많은 양의 꽃게가 들어 있어 쉼 없이 속을 파먹게 된다. 여기에 온기를 가득 머금은 솥밥이 맛의 방점을 찍는다. 꽃게의 진한 맛이 밴 국물에 따끈한 밥 한 수저 크게 떠먹으면 석모도의 맛을 제대로 즐긴 셈이다. 든든하게 배를 채우면 보문사 탐방도 거뜬하다.
카페 아라미르
온종일 돌아다니려면 중간중간 쉬는 것도 중요하다. 여행에서 카페를 자주 가게 되는 이유다. 석모도에서는 일단 바다를 바라볼 수 있거나 관광지 근처면 더 좋겠다. 석모대교 근처에 오션뷰를 보유하고 있는 카페가 몇몇 있다. 카페 아라미르도 그중 한 곳인데, 시설의 편의성과 접근성, 맛 등을 고려하면 꽤 괜찮은 선택지다.
리조트 내에 있는 시설이라 일단 깨끗하고, 좌석도 여유롭게 준비돼 있다. 테라스 좌석이 있는 것도 눈길을 끈다. 테라스에서 푸른 바다와 석모대교, 섬돌모루도, 이름 없는 무인도 등을 두루 마주한다. 음료를 마시기 전부터 이미 만족도가 올라간다. 커피와 라떼, 스무디, 차, 아이스티 등의 마실 거리와 각종 빵과 케이크, 구움과자 등이 있다. 오션뷰 카페임에도 가격이 수긍할 만한 정도이며, 강화군민 또는 투숙객은 20% 할인받을 수 있다. 쉬는 날 없이 운영하는 것도 장점이라 비교적 한가한 평일에 방문하면 석모도 바다를 온전히 소유할 수도 있다.
솔레카페
다음은 솔레카페, 석모도 미네랄 온천과 맞닿아 있는 곳이다. 온천 이후에 시원한 음료와 달콤한 간식을 먹기에 최적인 공간이다. 아기자기한 소품과 화사한 꽃 덕분에 앤티크한 분위기가 매력적이다. 메뉴도 다양하게 마련해 놨다. 커피, 라떼, 쉐이크, 차, 수제 에이드, 수제 차 같은 음료와 다쿠아즈 크로플, 젤라토 등의 디저트가 있다. 또 간단하게 먹고 마실 수 있는 무알콜 맥주와 한입 피자도 있어 자전거, 오토바이 여행을 하는 이들은 요긴하게 활용할 수 있다. 게다가 강화도는 고구마가 유명한데, 이곳에서 꿀고구마 메뉴를 주문하면 맛볼 수 있다. 샛노란 속의 고구마가 그렇게 달다. 우유가 들어간 강화 쑥 라떼, 고구마 라떼 등과 궁합도 좋다.
솔레카페
춘하추동 주소: 강화군 삼산면 삼산남로 823 영업시간: 매일 09:00~20:00
가격: 꽃게탕 6만원(2인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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