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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인생곡(97)] 백영규 '슬픈 계절에 만나요', 울컥한 이별곡
더팩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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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영규의 슬픈 계절에 만나요는 애수 띤 가사와 멜로디, 그리고 그의 쓸쓸한 음색이 조화를 이뤄 탄생한 히트곡이다. 가을과 겨울 시즌이면 어김없이 7080 세대의 추억을 소환하는 명곡으로 평가받는다. /채널넘버식스 제공
[더팩트ㅣ강일홍 기자] 백영규는 '낭만을 부르는 목소리'로 가요계에 각인돼 있다. 인생곡 '슬픈 계절에 만나요'는 애수 띤 가사와 멜로디, 그리고 백영규의 쓸쓸한 음색이 조화를 이뤄 탄생한 히트곡이다. 가을과 겨울 시즌이면 어김없이 7080 세대의 추억을 소환하는 명곡으로 평가받는다.

'귀뚜라미 울음소리에 가슴깊이 파고드는데/ 들리지 않는 그목소리에 스쳐가는 바람소리뿐/ 바람결에 보일것 같아 그님 모습 기다렸지만/ 남기고간 뒹구는 낙엽에 난 그만 울어버렸네/ 사랑인줄은 알았지만 헤어질줄 몰랐어요/ 나 이렇게도 슬픈 노래를 간직할 줄 몰랐어요/ 내마음에 고향을 따라 병든 가슴 지워버리고 슬픈계절에 우리 만나요 해 맑은 모습으로'(백영규 '슬픈 계절에 만나요' 가사 1절)

'슬픈 계절에 만나요'는 80년 현대음향에서 발매한 솔로 2집에 실린 곡이다. 혼성 듀엣 물레방아에서 활동하다 79년 솔로 독립 후 듀엣 시절 불렀던 곡들을 다시 녹음했다. '슬픈 계절에 만나요'는 솔로 가수로 새출발한 뒤 음악적 노선과 정체성을 찾게 해준 곡이기도 하다.

싱어송라이터로 직접 작사 작곡한 이 노래는 서정적인 가사와 짙은 고독감이 배어 있는 음색이 젊은 음악팬들에게 어필하며 빠르게 인기곡으로 부상했다. 당시 알려진 비하인드 사연도 궁금증을 자극했다. 그가 '슬픈 계절'의 의미에 대해 특정 주인공을 설정한 것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백영규는 데뷔 40년을 넘긴 요즘도 여전히 늦은 밤까지 곡과 가사를 쓰고, 새로운 무대를 꾸미고 기획하는 창작활동에 여념이 없다. /채널넘버식스 제공
그는 자신을 스타덤에 올려놓은 이 곡에 대해 이렇게 언급했다. "이별을 했기 때문에, 현실에서는 더이상 만날 수 없으니까, 죽어서라도 다시 만날 수 있기를 기원하는 심경을 담은 거죠. 슬픈 계절은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아닌 제5의 계절이고요."

여성 코러스와 함께 애잔한 분위기를 연출한 이 곡은 하루 평균 160여통의 팬레터를 날아들만큼 소녀 팬들의 감성을 자극하며 폭발했다. 라디오 방송과 전국 음악다방에서 쉴 새 없이 흘러나왔고, 그해 연말 MBC 10대 가수상 남자 신인 가수상을 안겼다.

백영규는 76년 언더그라운드에서 솔로 포크 록 음악 가수로 활동했다. 2년 뒤 한국외대 재학 중 대학가요제 출전을 계기로 그룹 물레방아 멤버로 정식 데뷔했다. 이후 '순이 생각' '슬픈 계절에 만나요' '잊지는 말아야지' 등의 인기곡을 잇따라 히트시켰다.
백영규(사진 왼쪽)는 한국외대 재학 중 대학가요제 출전을 계기로 그룹 물레방아 멤버로 정식 데뷔했다. 이후 순이 생각 슬픈 계절에 만나요 잊지는 말아야지 등의 인기곡을 잇따라 히트시켰다. /KBS
70~80년대 전성기 때는 슈퍼스타급 가수로 인기를 누렸다. 가왕(歌王)으로 불리는 조용필보다 계약금이 높았던 적이 있고, 그의 노래를 영화화한 '슬픈 계절에 만나요'에 직접 출연해 당시 최고의 미녀 배우였던 장미희와 호흡을 맞추기도 했다.

이 영화에는 지금은 고인이 된 선배 가수 고 박상규도 출연했다. 2013년 KBS 2TV '여유만만'의 '7080 추억 속으로 그땐 그랬지' 특집에 출연한 백영규는 "원래는 노래 제목만 영화에 빌려 쓰기로 했는데 감독의 강력한 요구를 뿌리치지 못해 얼떨결에 출연하게 됐다"고 밝힌 바 있다.

백영규는 데뷔 40년을 넘긴 요즘도 여전히 늦은 밤까지 곡과 가사를 쓰고, 새로운 무대를 꾸미고 기획하는 창작활동에 여념이 없다. 고향 인천을 소재로 한 '추억의 신포동'과 '성냥공장 아가씨', 그리고 코로나19 의료인들에게 바치는 노래 '천사'를 발표하기도 했다.

곧 발매를 앞둔 신곡 '사람이 그립다'는 아날로그시대에서 디지털시대로 변해가는 사람들의 정서에 포커스를 맞췄다. 참신한 신인 여가수 고아라와 호흡을 맞춘 가운데 물레방아 이후 혼성 듀엣의 멋진 하모니가 신비스럽게 어우러진다는 점에서 기대를 모으고 있다.

eel@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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