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24 읽음
[판례.zip] 법원은 왜 P2E 게임이 불법이라 판단했나
게임메카
0
▲ 서울행정법원 로고 (사진출처: 서울행정법원 공식 페이스북)
▲ 게임 내 가상화폐 및 NFT 제공에 대한 게임위 공고 (자료출처: 게임위 공식 홈페이지)
게임위가 사행성 게임과 환전 행위를 강력하게 규제하는 이유 중 하나는 게임법과 게임위 탄생 배경에 있습니다. 2006년 바다이야기 사태를 계기로 성인 아케이드 게임의 사행성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자, 이에 대한 대안으로 게임법이 제정되고 이를 관리할 게임위(당시 명칭은 게임물등급위원회)가 출범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게임위는 사행성 게임에 대해 특히 엄격한 기관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NFT에 대해 소유권이 게임사가 아닌 이용자에 있기에 게임법 상 경품에 해당할 수 있고, 블록체인 특성상 게임 외부에서 자유롭게 거래가 가능하기에 거래가 활성화되면 사행적으로 이용될 우려가 높다고 판단했습니다. 아울러 NFT를 바다이야기 사건 당시 환전 수단으로 사용됐던 점수보관증과 비슷하다고도 판단했죠.
▲ 게임위가 밝힌 파이브스타즈 등급분류 취소 사유 (자료제공: 스카이피플)
▲ 인형뽑기 경품지급 기준 안내 포스터 (사진제공: 게임위)
② NFT가 사행성을 조장하는가

게임이 '경품을 제공하여 사행성을 조장한 경우'에 해당하면 등급분류를 받을 수 없습니다. 여기서 사행성이란 우연한 방법으로 결과가 결정되고 그 결과로 재산상 이익 또는 재산상 손실을 초래하는 성질을 말합니다.

법원은 사행성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에 대해 해당 게임의 이용목적, 이용방법과 형태, 이용 결과에 따라 금전 또는 환전 가능한 경품을 지급하는지 여부, 그 정도와 규모 및 실제로 경품을 현금으로 환전해 주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쉽게 말하면,



이 사행성 조장 여부를 가리는 판단 기준입니다. 예를 들어, 게임에서 우연히 획득한 점수에 따라 5,000점, 1만 점 단위로 점수 보관증을 교부하고, 이 보관증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보관증에 기재된 점수에 해당하는 금액만큼 환전해준다면 이것은 경품을 제공하여 사행성을 조장한 경우에 해당합니다.

반면 온라인 공간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게임머니를 지급하는 것은 경품을 제공해 사행성을 조장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례가 있습니다. 한 온라인 포커 게임을 서비스하던 게임사가 2주 동안 일일 랭킹 1위를 기록한 이용자에게 게임머니인 가넷을 지급한 사건에서 법원은 해당 회사가 제공한 가넷은 게임이 작동하는 온라인 공간에서만 사용할 수 있고, 충전된 가넷은 현실에서 유통되거나 현금으로 환전할 수 있다고 판단할 수 있는 아무런 근거가 없는 점을 고려해 경품 등을 제공해 사행성을 조장한 경우라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다시 파이브스타즈 사건으로 돌아오면, 법원은 NFT가 외부 거래소를 통해 쉽게 거래·유통되는 점을 감안해 NFT 환가성 및 재산상 가치가 인정된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리고 우연성 역시 인정된다고 보았는데요, 여기에는 파이브스타즈에서 제공하는 '24시간 자동모험기능'이 바탕에 있습니다. 단순히 스테이지를 선택하여 실행하는 것 외에 유저 개입이 필요없고, 유저가 설정한 캐릭터 성격, 배치 등과 무관하게 24시간 동안 계속 모험이 진행되며 일정 확률로 아이템을 획득한다는 점을 근거로, 우연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대하여 게임사는 게임 중 극히 일부에 해당하는 24시간 자동모험기능을 놓고 사행성을 판단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사행성 여부는 게임 전반에 걸쳐 판단되어야 하므로 일부 기능에서 사행성이 확인된다면 게임 전체에 그 영향을 미친다고 보아야 할 뿐더러 실제 이용자가 이 기능만을 목적으로 게임을 이용하는 것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으므로, 사행성을 부정할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 24시간 자동모험기능은 게임위에서도 문제로 지적한 바 있습니다 (자료제공: 게임위)
4. 이번 판결에 관련해 논란이 계속되는 이유

정리하자면 이번 사건에서 법원은 파이브스타즈가 게임법에서 금지하는 경품을 제공했고, 24시간 자동모험기능을 통해 우연한 방법으로 쉽게 환전이 가능한 아이템을 제공하여 사행성을 조장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헌법재판소에서도 게임법 상 경품 제공에 대한 비슷한 판결을 냈는데요, 2020년 12월 23일 경품 등의 제공을 통한 사행성 조장을 원칙적으로 금지한 게임법에 대한 헌법소원 사건에서 이 법률로 인해 게임 사업자들의 직업수행의 자유가 다소 제한되는 면이 있으나, 그에 비해 게임 사행화를 근절함으로써 게임산업을 진흥하고 건전한 게임문화를 확립하여 얻는 공익이 훨씬 크다고 판단했습니다.

물론, 사법부 판단이 완전 확정된 것은 아닙니다. 파이브스타즈에 대한 이번 판결은 아직 1심이고, 게임사가 항소한다면 추후 결과가 바뀔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리고 가상화폐를 지급하는 P2E 게임 무한돌파 삼국지 리버스에 대한 등급분류 취소 적법성을 가리는 판결도 31일에 선고됩니다. 따라서 관련 판결을 좀 더 지켜볼 필요도 있죠.

앞서 제기된 신중론에 대한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습니다. 현재도 게임 아이템과 같은 게임 내 재화가 게임 내에서만 활용되는 것이 아니라 아이템 거래 사이트를 통해 현금으로 활발하게 거래되고 있는데, 이를 NFT화하였다고 해서 사행성을 조장한다고 볼 수 있냐는 의견입니다. 그리고 상위 매출을 기록하는 게임 상당수가 방치형 RPG인데, 방치형 게임에서 아이템을 획득했다고 하여 이를 우연히 얻었다고 판단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도 있습니다. 또, 게임산업 발전과 성장의 동력이 되는 새로운 기술을 이용한 게임의 국내 서비스를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비판도 있죠.

파이브스타즈 사건에 대해서도 법원 측은 현재 NFT 기술이 여러 분야에서 활발하게 이용되고 있고, 특히 게임 분야와 관련하여 전 세계적으로 NFT 내지 가상화폐(또는 암호화폐)와 결합한 게임이 개발, 확산되고 있는 상황을 인정했습니다. 다만 앞서 이야기한 기술 내지 개념은 기존에 없던 것으로 기술에 대한 이해는 물론 법적성격, 규제방법 등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 현실이며, NFT가 결합된 게임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어 전문적이고 기술적인 영역인 게임의 사행성에 대해서는 게임위 판단이 존중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며 NFT 게임 허용 여부에 대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국민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게임의 사행적 운영을 막는 것은 중요합니다. 그러나 게임법 제1조는 '이 법은 게임산업의 기반을 조성하고 게임물의 이용에 관한 사항을 정하여 게임산업의 진흥 및 국민의 건전한 게임문화를 확립함으로써 국민경제의 발전과 국민의 문화적 삶의 질 향상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게임법이 게임산업 기반을 조성하고 산업을 진흥할 수 있도록 점진적으로 현실과 업계 추세를 반영하는 방향으로 개정하는 것을 고려해볼 시점이 아닐까요?
0 / 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