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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켓이슈] 합법인듯 불법인 불꽃놀이…해수욕장은 '탄피밭'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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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한지은 기자 = 본격적인 더위에 활기를 찾은 해수욕장.

피서객으로 북적이는 모래사장 곳곳에 회색 파편이 널려있습니다. 정체는 바로 폭죽 탄피.

지난 20일 인천 을왕리해수욕장에서 이 폭죽 탄피를 줍는 자원봉사가 진행됐습니다.

얼마나 많길래 단체로 봉사까지 나왔는지 직접 주워봤는데요.

쪼그려 앉아 모래사장을 들여다보자 수많은 탄피가 한눈에 들어왔습니다.

무릎 펼 새 없이 한참 모래를 헤집고 다녔는데요.

봉사자 20여명이 2시간 동안 수거한 탄피는 무려 1만1천489개.

폭죽 한 발당 하나씩 떨어지는 탄피, 연속 8발이 나가는 폭죽을 터뜨리면 탄피가 8개 나오는 셈입니다.

잘게 찢기거나 뾰족하게 부서진 형태로, 손이나 발에 찔릴 위험이 있습니다.

이 탄피는 조각조각 분해되면서 미세 플라스틱이 되는데요.

함께 탄피를 주운 박용화(32) 시셰퍼드 코리아 활동가는 "찢어진 탄피들이 더 잘게 부서지고, 그렇게 바다로 흘러 나간 것들이 결국엔 물고기나 우리 인간들에게 돌아온다"고 지적했습니다.

바다에 위협이 되는 폭죽 탄피, 해수욕장에서 폭죽을 터뜨리는 건 애초에 불법입니다.

2014년 제정된 해수욕장의 이용 및 관리에 관한 법률(해수욕장법)은 허가받지 않은 해수욕장 불꽃놀이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위반 시 1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되죠.

그런데 이 불꽃놀이, 하는 건 불법이지만 파는 건 불법이 아닙니다.

해수욕장 인근 상권에서는 버젓이 폭죽 제품을 판매, 판촉도 하고 있는데요.

폭죽 판매점을 운영하는 김종남(53) 씨는 "저녁에 젊은 층이 폭죽을 많이 사 간다"며 "우리도 생계가 달린 문제"라고 호소했습니다.

법 규정과 엇박자인 현장 상황. 시민 입장에서 받아들이기 쉽지 않죠.

해수욕장에서 만난 나재민(20) 씨와 이수민(20) 씨는 "불법인지 몰랐다"며 "알았다면 (불꽃놀이를) 안 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해양수산부는 해수욕장 내 폭죽 판매는 금지했지만, 인근 상권까지 규제하기는 무리가 있다고 설명하는데요.

관리 인력 부족, 피서객과의 마찰로 불꽃놀이를 막기도 쉽지 않다고 합니다.

실제 법이 시행된 이래 과태료를 물린 사례는 고작 700여건.

실효성이 떨어지는 조항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이에 해수부는 일괄적인 규제를 풀고, 지자체가 여건에 따라 관리하도록 법 개정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는데요.

그런데 소음·민원을 이유로 생겼던 금지 조항이 이렇게 없어져도 괜찮을까요?

여러 논란이 예상되는데, 우선 안전관리에 사각지대가 생길 수 있습니다.

올해 초 브라질에서 폭죽에 맞은 30대 여성이 숨지는 사고가 있었는데요.

2016년 부산 송도해수욕장에서는 행인이 폭죽에 맞아 각막을 다쳤고, 2013년 을왕리해수욕장에서는 16연발 폭죽이 터지면서 8명이 화상을 입었습니다.

지난 1월 광주에서는 폭죽 불티가 옮겨붙으면서 근린공원 잔디밭에 불이 났고요.

일부 해수욕장에서 불꽃놀이가 전면 허용되면 사고가 생길 위험도도 커지죠.

또 모래사장에 떨어지는 탄피가 늘어날 가능성이 큰데요.

환경단체는 "단속을 강화하려는 노력 없이 불꽃놀이를 합법화하는 결정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강력히 반발하는 입장입니다.

해수부는 우려를 인지하고 있다며 본격적으로 개정을 추진하면 여러 단체의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해수부 관계자는 "일부 지자체가 해수욕장 관광 육성과 실질적인 불꽃놀이 단속 어려움 등을 이유로 불꽃놀이 규제 완화에 대해 건의했다"면서 "올여름 상황을 지켜보면서 내년도 규제 제한을 염두에 두고 신중히 검토할 예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포켓이슈] 합법인듯 불법인 불꽃놀이…해수욕장은 '탄피밭' - 2
< 기획·구성: 한지은 | 촬영: 손힘찬 | 편집·그래픽: 오유빈 >

writer@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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