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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디자人] 브랜드 미래를 그리다…BMW i 디자인 총괄 ‘카이 랭어’


카이 랭어(Kai Langer)는 BMW i 디자인 총괄이다. 그는 미래를 위한 답을 내놓기 위해 모든 것을 개척하는 게 BMW i의 역할이라고 말한다. 기후 변화로 인한 규제부터 소비자의 요구사항 변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감지한 후 이를 극복할 혁신을 선보이는 방식이다. 카이 랭어는 BMW i 출범 초기부터 그의 동료들과 함께 시리즈 디자인의 방향을 결정하고 있다.

자동차 엔지니어인 아버지 밑에서 자란 카이 랭어는 어린시절 집안의 대화주제가 언제나 자동차였다고 회상한다. 핫휠(HotWheels)과 매치박스(Matchbox)사의 장난감 자동차를 가지고 놀며 자란 그는 아버지와 함께 독일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 빠짐없이 참가할 정도로 자동차 마니아였다고 한다. 이때까지만 해도 자동차 엔지니어인 아버지의 영향으로, 디자인보다는 기술적인 부분에 더 관심이 많았다고 전했다.

카이 랭어는 음악 레이블 EMI 일렉트롤라(Electrola)에서 활동을 이어가면서도 음악을 직업으로 삼는 데 확신이 없었다. 이미 디자인에 매료됐기 때문이다. 음악 레이블에서 활동하면서도 꾸준히 앨범 커버를 그린 이유이기도 하다. 디자인을 향한 그의 열정을 알아본 레이블 동료들은 그에게 독일 슈투트가르트 인근의 포르츠하임 대학에서 운송 디자인을 전공할 것을 추천한다. 카이 랭어의 진로가 결정되는 순간이다.
‘BMW Z4’에 반해 입사…세계 3대 거장 ‘크리스 뱅글’과 협업하며 성장
카이 랭어는 포르츠하임 대학에서 운송 디자인을 공부하는 동안 많은 실무 경험을 쌓았다. 혼다의 프로젝트를 맡은 디자인 에이전시에서 혼다 S 2000의 페이스리프트 프로젝트에 참여하기도 하고, 폭스바겐 시로코(Scirocco)를 만들어 낸 폭스바겐 프로젝트를 경험했다. 여러 제조사를 두루 경험하며 진로를 고심하던 그를 사로잡은 자동차 디자인이 있었다. 앤더스 워밍(Anders Warming)이 디자인한 로드스터, ‘BMW Z4’였다.

2003년, 학수고대하던 BMW 디자이너로 첫발을 내디딘 카이 랭어는 BMW 1 시리즈 컨버터블과 쿠페 디자인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BMW X1(E84)’과 1세대 ‘BMW X6’의 디자인에 참여했다. 특히 카이 랭어는 세계 3대 거장으로 꼽히는 크리스 뱅글(Chris Bangle) 전 BMW 총괄 디자이너와 함께한 ‘지나 라이트 비저너리(GINA Light Visionary)’ 프로젝트를 특별한 경험으로 꼽았다. 지나 라이트 비저너리는 기존의 틀을 깬 선행 디자인을 적용한 콘셉트 카다. 예컨대 자동차 외부 패널을 철과 알루미늄 등으로 무조건 단단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는 방식이다. 해당 소재 대신 특수 섬유를 적용해 어떤 형태로든 완벽하게 변할 수 있는 초경량 콘셉트카로 선행 디자인을 실험하는 방식이다.

이같은 실험정신을 살려 탄생한 것이 ‘프로젝트 i’다. 카이 랭어는 선행 디자인 팀에서 처음 팀 리더를 맡게 된 이후 BMW i3 디자인을 주도했으며, 2~3년간 BMW 4 시리즈 프로젝트 매니저 직책을 수행하기도 했다. 이처럼 다수 성과를 창출한 카이 랭어는 BMW 디자인 총괄인 도마고 듀케(Domagoj Dukec)에 의해 BMW i 디자인 총괄로 임명된다.


내연기관에서 전기차 전환이 이뤄지는 지금, 자동차 디자이너인 카이 랭어 또한 급격한 변화를 경험 중이다. 내연기관에 있던 것들이 전기차에는 없어지면서, 예컨대 변속기가 있던 자리를 대신할 디자인적 요소들을 고민해야 하는 과제가 그에게도 주어졌기 때문이다.
카이 랭어는 이같은 변화를 새로운 부품과 모듈의 재배치를 고민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말한다. 전기차로의 전환은 결과적으로 소비자에게 더 넓은 실내 공간을 제공하는 동시에 공간 활용에 대해 다시 생각할 계기라는 것이다. 그는 이런 고민의 결과물을 BMW의 상징적인 더블 헤드라이트를 일루미네이트 키드니 그릴에 통합한 BMW 비전 노이어 클라쎄 전면에 담았다.

카이 랭어는 iX에 적용한 샤이 테크(Shy Tech) 기술도 미래 변화상 중 하나의 예라고 언급했다. 샤이 테크는 평소에는 눈에 띄지 않는 물리 버튼이나 오디오가 소비자가 필요로 할 때만 모습을 드러내는 식의 감춰진 기술을 뜻한다. 카이 랭어는 디자인의 복잡성을 배제하고 통합을 강조하기 위해 스피커를 온 사방에 설치하지 않고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오디오, 즉 샤이 테크를 디자인에 반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