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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게임서 튀어나온 듯한 퇴마사 강동원…영화 '천박사'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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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 조합 좋지만 코미디는 적어…추석 영화 3파전서 예매율 1위
영화 '천박사 퇴마연구소: 설경의 비밀' 속 한 장면
영화 '천박사 퇴마연구소: 설경의 비밀' 속 한 장면 [CJ ENM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오보람 기자 = '군도'(2014)를 통해 검술 실력을 뽐낸 배우 강동원이 다시 한번 칼잡이가 됐다. 김성식 감독의 첫 장편 영화 '천박사 퇴마연구소: 설경의 비밀'(이하 '천박사')에서다.

가짜 퇴마사 천박사 역을 맡은 강동원은 몸에 착 붙는 양복 차림을 한 채 귀신을 잡는다는 '칠성검'을 휘두른다. 긴 팔다리를 활용해 선보이는 액션은 판타지 게임 속 한 장면 같다. 신비로운 분위기의 CG(컴퓨터 그래픽)까지 더해지면서 강동원은 이 게임의 주인공이 된다.

김 감독은 강동원의 매력을 십분 활용한다. 처음에 천박사는 사기꾼으로 묘사된다. 그는 귀신이 없다고 생각하지만, 사람들의 약한 마음을 이용해 퇴마 의식을 벌이고 돈을 번다. 순진한 사람들을 화려한 말발로 속이고 랩을 하듯 주문을 외는 모습은 강동원이 '검사외전'(2016)에서 보여줬던 능청스러운 연기를 떠올리게 한다.

극 초반부까지 영화는 평면적인 코미디로 보인다. 그러나 진짜로 귀신을 볼 줄 아는 유경(이솜 분)이 나타난 뒤 장르는 호러로 바뀐다. 유경은 퇴마 연구소를 찾아가 현금다발을 내밀며 자신을 도와달라고 요청한다. 천박사에게 그는 단숨에 '고객님'이 된다.

유경과 함께 찾은 그의 마을은 미스터리로 가득하다. 한 집 건너 한 집이 초상집이고 불길한 안개가 곳곳을 휘젓고 다닌다. 유경은 귀신 들린 동생을 천박사에게 보인다. 천박사는 난생처음 겪는 귀신과의 조우에 당황한다. 강동원이 구마 사제 역을 맡았던 '검은 사제들'(2015) 장면이 언뜻 스쳐 지나간다.
영화 '천박사 퇴마연구소: 설경의 비밀' 속 한 장면
영화 '천박사 퇴마연구소: 설경의 비밀' 속 한 장면 [CJ ENM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천박사는 마을을 떠나 집으로 돌아갈 수 있지만, 그러지 않는다. 대신 사람의 몸에 자유자재로 빙의할 수 있는 '반 귀신' 범천(허준호)을 쫓기로 한다. 범천은 전설적인 무당이었던 천박사의 할아버지를 죽인 원수이자 유경의 눈을 탐내는 악귀다.

천박사와 그의 동료 인배(이동휘), 황 사장(김종수), 유경 일행이 범천 일당을 추적하는 스토리는 흡사 모험물을 보는 듯하다. 그 과정에 민속 신앙과 오컬트 요소를 넣어 재미를 더했다. 강동원이 도사로 변신한 '전우치'(2009)가 슬쩍 떠오르기도 한다.

후반부에는 액션 장면이 집중됐다. 천박사와 범천의 맞대결이 하이라이트다. 할아버지가 남긴 칠성검을 든 천박사와 보기만 해도 무거운 장검을 든 범천이 빛을 내뿜으며 결투한다. 허준호는 구부정한 자세로 달려오는 장면만으로도 공포감을 줄 만큼 무게감 있다.

영화는 액션과 호러, 미스터리, 판타지 장르가 잘 어우러졌다. 다만 코미디 요소가 상대적으로 적은 점은 아쉽다. 대신 카메오를 적재적소에 배치해 웃음을 안긴다. 김 감독이 조감독으로 참여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2019),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2022) 등의 출연 배우가 예상치 못한 곳에서 튀어나온다.

강동원은 맞춤옷을 입은 듯 배역을 훌륭히 소화했다. 다른 배우가 천박사 역을 연기하는 게 잘 상상되지 않을 정도다. 그러나 그동안 선보여온 다양한 작품의 캐릭터가 겹쳐 기시감을 줄 수는 있다.

영화에서 설정을 대략 설명하기는 하지만, 원작인 김홍태·후렛샤 작가의 웹툰 '빙의'를 보지 않은 관객이라면 스토리를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따를 수 있다는 점도 한계다.
영화 '천박사 퇴마연구소: 설경의 비밀' 속 한 장면
영화 '천박사 퇴마연구소: 설경의 비밀' 속 한 장면 [CJ ENM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김 감독은 19일 시사회에서 "원작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 가져온 것은 천박사 캐릭터와 빙의"라면서 "특히 빙의를 시각적으로 잘 표현하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강동원과의 작업에 관해서는 "강동원이라는 위대한 피사체를 담아야 하는 제 그릇이 너무 작다"면서 "더 많은 것을 보여줄 수 있는 배우인데 제가 부족했다"며 웃었다.

'천박사'는 김지운 감독의 '거미집', 강제규 감독의 '1947 보스톤'과 함께 추석 연휴를 겨냥해 개봉하는 작품 중 하나다. '천박사'는 두 영화를 따돌리고 예매율 1위에 올라 있다.

강동원이 코믹 캐릭터를 연기한 '그녀를 믿지 마세요'(2004), '전우치', '검사외전' 등이 모두 흥행에 성공했다는 점도 '천박사'에는 흥행 청신호다.

27일 개봉. 98분. 12세 이상 관람가.
영화 '천박사 퇴마연구소: 설경의 비밀' 속 한 장면
영화 '천박사 퇴마연구소: 설경의 비밀' 속 한 장면 [CJ ENM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rambo@yna.co.kr

2023/09/19 18:4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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