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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게임] "가족 같은 동생 지수가 대신 이룬 개인전 금메달, 더 감동적"
연합뉴스
26일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펜싱 여자 사브르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윤지수(30)가 '절친' 선배 김지연(35·이상 서울특별시청)에게 전한 말이다.
김지연과 윤지수는 대표팀과 소속팀에서 함께 울고 웃으며 오랜 시간을 공유한 사이다. 2014 인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단체전 우승, 사상 첫 올림픽 여자 사브르 단체전 동메달(2020 도쿄) 등 국제 무대에서 빛나는 성과도 함께 이뤘다.
올해 4월 김지연이 태극마크를 내려놓으면서 윤지수는 큰 버팀목을 잃음과 함께 여자 사브르 대표팀을 이끄는 입장이 됐다.
"우울증에 걸리는 게 아닌가 싶은 정도였다"고 표현할 정도로 책임감과 부담감이 커진 가운데 준비한 아시안게임에서 윤지수는 첫 개인전 입상을 금메달로 장식했다.
SBS 해설위원을 맡아 피스트 위가 아닌 마이크 앞에서 예년과는 조금 다른 아시안게임을 보내는 김지연에게도 남다른 의미를 지닌 금메달이다.
2012년 런던에서 한국 여자 펜싱 최초의 올림픽 개인전 금메달을 목에 걸고 '에이스'로 활약했던 김지연조차도 아시안게임 개인전에선 은메달(2014 인천)이 최고 성적이었다. 마지막 아시안게임이 된 5년 전 자카르타에선 개인전 동메달을 따냈다.

특히 자이나브 다이베코바(우즈베키스탄)와의 준결승전에서 윤지수가 고전 끝에 15-14로 이겨 결승에 진출하자 김지연은 해설 도중 눈물을 쏟아내기도 했다.
김지연은 "저도 그렇게 울 줄은 몰랐다. 나중에 화면을 다시 보니 가만히 말을 잘하고 있다가 갑자기 울더라"며 "결승에서는 '울컥' 정도였다. 눈물이 나려고 했는데 참았다. 지수는 오히려 덤덤하더라"며 웃었다.
윤지수가 경기 당일 김지연에게 연락해 대화한 일화도 알려졌는데, 김지연은 "지수가 많이 걱정하고 있길래 '네가 최고다, 진짜 잘하고 있어'라고 해준 것 정도다. '멘털 교육'을 했다"고 전했다.
이어 "지수가 다이베코바에게 올림픽과 세계선수권대회 개인전에서 모두 졌다. 그런 '잔 스텝'을 하는 선수를 상대로 어려운 경기를 하곤 했는데, 지수와 함께 훈련할 기회가 있을 때 그런 선수를 상대하는 것에 대해 많이 얘기해준 적이 있다"며 "이번 개인전에는 그걸 잘했다"고 평가했다.

김지연은 "남편(방송인 이동진 씨)도 지수를 처제처럼 생각한다. 셋이 함께 캠핑도 다니는 등 잘 붙어 다닌다"며 "지수가 제게 잘 맞춰주고, 동생이지만 언니 같기도 하다. 제가 힘들 때 지수가 힘이 돼 주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대표팀에서 지내던 언니들이 떠나면서 지수가 정말 많이 힘들어했다. 그런 과정을 지켜봤기에 이번에 지수의 경기를 볼 때 더 만감이 교차했다"고 설명했다.
윤지수의 금메달은 김지연 등이 이끌어 온 한국 여자 사브르의 새로운 장이 열렸음을 알리는 계기가 됐다. 29일 단체전까지 기세가 이어진다면 이런 분위기는 더욱 굳어질 것이다.
김지연은 "우리나라 여자 사브르가 많이 올라왔다. 후배들끼리도 최근 국제대회에서 잘하고 있다"며 "아시안게임엔 처음 출전하는 선수들이 있어서 긴장도 될 텐데, 잘하고 있으니까 부담감 없이 하던 대로만 자기 기량을 다 발휘하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song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