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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길원의 헬스노트] 30·40대 노리는 '삼중음성 유방암'…"치료기회 확대해야"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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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방암 8명 중 1명꼴이지만, 보험 적용 안 돼…"보조요법으로 1~2년 내 재발 막는 데 힘써야"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 직장인 김모(38)씨는 유치원생 아이를 둔 엄마다. 아이를 돌보면서도 직장에서는 업무 처리가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어느 날 샤워를 하던 중 가슴에 멍울이 생긴 게 느껴졌다. 걱정스러운 마음에 병원을 찾은 김씨는 유방 촬영술과 조직 검사를 거쳐 유방암 확진 판정을 받았다. 더욱이 김씨의 유방암은 치료제가 없어 치명률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 '삼증음성 유방암'이라는 게 의사의 설명이었다.

김씨는 "요즘은 유방암 진단을 받아도 치료가 잘 된다는 얘기를 들었던 터라 병원에 가면서도 겁먹지 않으려 애를 썼지만, 치료가 어려운 삼중음성이라는 설명에 가슴이 무너져 내리는 심정이었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김씨는 좌절하지 않았다. 의사는 새로운 방식의 면역항암제 치료를 권유했고, 김씨도 이를 받아들였다. 꾸준히 치료에 전념한 김씨는 1년 만에 병리학적으로 암 조직이 관찰되지 않는 '관해' 판정을 받았다. 최근에는 직장에도 복귀해 잠시 멈췄던 본인을 삶을 찾고자 노력 중이다.

유방암은 국내 여성 암 1위의 질환으로, 국내에서만 연간 약 3만명의 환자가 발생한다. 환자 수가 급증하는 만큼 대중적인 인지도가 높은 편이다. 최근에는 조기 검진 및 치료법의 발전으로 생존율이 크게 향상되면서 '착한 암'으로 불리기도 한다. 그러나 김씨의 사례처럼 유방암이라고 다 같은 유방암은 아니다.

오는 22일 대항종양내과학회와 대한항암요법연구회가 지정한 '항암치료의 날'(11월 넷째 주 수요일)을 맞아 삼중음성 유방암 치료의 현주소를 살펴봤다.
◇ 50세 미만 젊은 환자 많은 '삼중음성 유방암'…유방암 중 가장 공격적

유방암은 생물학적 특성에 따라 크게 '호르몬(에스트로겐, 프로게스테론) 수용체 양성', 'HER2(인간표피성장인자 수용체2) 양성', '삼중음성 유방암'의 3가지로 나뉜다.

이중 삼중음성유방암은 2개의 호르몬과 1개 유전자(HER2)의 발현이 모두 음성이라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호르몬이나 유전자의 영향을 받지 않는 유방암이라는 의미다. 항암제에 일부 반응하더라도 재발이 많고, 암의 진행이 빨라 치료가 어려운 게 특징이다,

특히 전이성 삼중음성 유방암의 경우 '무진행 생존 기간'(암 치료 후 암이 새롭게 진행하기 전까지의 기간)이 평균 6개월 미만으로 매우 짧은 편이다.

한국유방암학회가 집계한 유방암 통계(2019년)와 여러 분석 결과를 종합하면, 국내에서 '삼중음성 유방암' 환자는 전체 유방암 중 약 12~15%에 달한다. 유방암 환자 8명 중 1명 이상이 난치성 삼중음성 유방암에 해당하는 셈이다.

삼중음성 유방암이 무서운 건 수술 후 초기 1~2년 사이에 아주 높은 구역 재발률을 보였다는 점이다. 암이 발생했던 부위를 도려낸 후에도 그 주변과 림프절에 다시 암이 생긴다는 의미다.

또한 최근 연구에서는 반대편 유방 내 재발률 비율이 유방암 중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삼중음성 유방암이 얼마나 공격적인 암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처럼 매우 공격적이고 위험한 암이지만, 삼중음성 유방암은 호르몬 양성 또는 HER2 양성 유방암과 달리 치료제가 타깃(표적)으로 삼을 수 있는 수용체가 없어 호르몬 치료나 표적 항암제의 도움을 받기 어려웠다.

1995년 79.2% 수준이던 유방암의 5년 상대 생존율이 2020년 93.8%까지 비약적으로 상승했지만, 삼중음성 유방암이 여전히 '소외된 암'으로 여겨져 온 것도 이런 이유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종양내과 김지형 교수는 "삼중음성 유방암은 타 유형의 유방암(24.4%)에 견줘 50세 미만의 환자 비중(36.6%)이 높아 젊은 여성층이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젊은 유방암 환자들은 누군가의 아내이자 엄마이면서 경제활동을 하는 주요 사회구성원 중 일부"라며 "이들의 치료로 인해 비롯되는 다양한 사회경제적 손실을 막기 위해서라도 젊은 삼중음성 유방암 환자의 치료환경 개선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 변화하는 암 치료 패러다임…'적극적인 조기 치료'가 재발·전이 막는다

그나마 다행인 건 최근 삼중음성 유방암의 치료 수준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연구가 성과를 보인다는 점이다.

김 교수는 "유방암의 치료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면서 "과거에는 생명과 직결된 전이성 또는 재발성 암을 치료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면, 최근에는 조기에 적극적으로 치료해 암의 전이와 재발을 막는 것을 우선 목표로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도입된 치료법이 수술 전 보조요법, 수술 후 보조요법이다.

수술 전 보조요법은 수술 전에 종양의 크기를 줄여 수술 부위를 최소화하고 여성성을 보존할 수 있도록 돕고, 수술 후 보조요법은 수술 이후 남을 수 있는 암을 없애 재발과 전이를 막고 환자의 장기 생존을 도모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이런 약물로는 면역체계가 종양세포에 맞서는 능력을 높여주는 면역항암제 '펨브롤리주맙'(키트루다), 손상된 종양 세포에 도움이 되는 파프(PARP) 효소를 저해하는 '올라파립'(린파차), 항체-약물 접합체(ADC) 방식의 '사시투주맙고비테칸'(트로델비) 등이 꼽힌다.

이중 키트루다의 경우 '수술 전 보조요법→수술→수술 후 보조요법'으로 이어지는 약 1년간의 치료가 하나의 요법으로 구성돼 있다. 임상3상 연구에서는 1년간 키트루다 보조요법을 시행한 삼중음성 유방암 환자에게서 완전 관해 비율이 위약군 대비 13.6% 높았으며, 질병의 진행이나 사망 위험도 37% 낮춘 것으로 확인됐다

김 교수는 "키트루다 수술 전후 보조요법은 수술 전 세포독성 항암제와의 병용을 통해 치료 반응률을 높이고, 수술 후 면역항암제의 치료 반응을 지속하기 위해 고안된 방식"이라며 "임상에서와 같은 치료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수술 전부터 최선의 치료를 시작해 수술 후 보조요법까지 모두 마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들 치료법에 대한 건강보험은 아직 적용되고 있지 않다. 앞서 사례로 든 김씨의 경우 1년 치료비용만 8천만원(일부 환급금 포함)에 달했다.

김 교수는 "키투르다를 이용한 수술 전후 보조요법은 미국종합암네트워크(NCCN) 가이드라인에서 고위험 조기 삼중음성 유방암 환자의 치료법 중 우선시 되는 요법으로 권고할 정도로 효과가 검증됐다"면서 "환자들이 비용 부담 때문에 치료를 포기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합리적인 검토 과정이 있기를 고대한다"고 말했다.

유방암을 예방하려면 무엇보다 비만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체내 지방이 많아지면 여성호르몬 증가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금연, 금주, 정기 유방 검진 등의 생활 습관을 들이는 것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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