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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 "믿고 맡길 수 있어 안심"…교사들 늘봄업무 늘어 불만(종합)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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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저학년 하교 시간 늦춰져…"'학원 뺑뺑이' 벗어나 사교육비 절감" 교사들, 공간·인력 부족 호소…"행정업무 결국 교사 몫"
(서울·세종=연합뉴스) 김수현 서혜림 기자 = 시행 2년 차를 맞아 정부가 늘봄학교 확대에 속도를 내면서 '돌봄 공백'을 메운 학부모들의 호응도가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교사들 사이에서는 늘봄학교 확대로 인한 업무 전가가 발생했다며 아직도 늘봄학교 확대를 반기지 못하는 목소리가 여전하다.

2학기 늘봄학교 전면 시행을 앞두고 교사들의 업무 부담을 더욱 줄일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 어린이집보다 빨리 끝나던 초등 저학년, '학원 뺑뺑이' 벗어났다

3일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전국 2천838개 초등학교에서 늘봄학교를 운영 중이다. 전국 초등학교(6천175개교)의 46%에서 늘봄학교가 시행되는 것이다.

이달 중으로 서울, 광주에서 늘봄학교를 더욱 확대할 계획을 세우고 있어 늘봄학교 참여 학교는 전체 초등학교의 절반 수준으로 많아질 전망이다.

늘봄학교는 원하는 학생에게 다양한 '늘봄교실'(기존 돌봄교실),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제도다. 올해에는 초1에게 2시간가량의 무료 맞춤형 프로그램까지 제공하고 있다.

'돌봄 공백'을 메우고 사교육비 부담을 줄여 궁극적으론 저출생을 해결할 수 있는 '열쇠'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정부는 늘봄학교 확대에 공을 들이고 있다.

늘봄학교는 시행 첫해인 지난해 1학기 전국 5개 시도 214개교에서, 2학기에는 8개 시도 459개교에서 운영됐다.

그러나 올해 정부가 늘봄학교 확대에 속도를 내면서 1학기 시행 지역이 전국 17개 시도로 확대되고 시행 학교도 대폭 늘어나면서 정책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학부모들은 대체로 만족도가 높다.

특히 초등학교 1·2학년 저학년의 경우 어린이집·유치원보다 더 이른 오후 1시께 정규수업이 끝나 돌봄 공백이 발생했는데, 믿고 맡길 수 있는 학교에서 자녀들이 방과 후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데 마음이 놓인다는 반응이 많다.

하교 시간이 늦춰지면서 돌봄을 목적으로 보내던 학원도 그만둬 가계에 도움이 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작년과 달리 올해에는 초1에 한해 희망하는 학생은 누구나 늘봄학교를 이용할 수 있게 된 점도 반가운 요소로 꼽힌다.

대구에서 초등학교 1학년 자녀를 키우는 학부모 이모 씨는 "유치원 다닐 때보다 하교 시간이 빨라져 다른 학원을 보내야 했는데, 늘봄학교를 보내니 사교육비 부담을 덜 수 있게 돼 매우 만족한다"고 말했다.

역시 초등학교 1학년 자녀를 둔 경기 지역 학부모 김모 씨는 "1학년인 둘째가 3학년인 첫째가 학교 끝나고 올 때까지 혼자 시간을 보냈어야 했는데, 지금은 비슷하게 끝나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 행정업무, 교사 몫으로…늘봄학교 교실도 부족

교사들은 늘봄학교를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만은 않다.

정부가 늘봄학교 시행으로 교사들의 행정업무가 늘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했지만, 실제 이 약속이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다.

정부는 올해 1학기 기간제 교사를 배치해 늘봄학교 행정업무를 맡기겠다고 했으나 실제로는 교사들이 행정업무를 떠맡는 일이 적지 않게 발생한다는 얘기다.

기간제 교사가 정년 퇴임한 원로교사 출신이거나 중등교사 자격 소지자여서, 늘봄학교 행정업무에 서툴다는 등의 이유로 결국 실제 업무는 교사들의 몫으로 돌아오게 된다고 한다.

늘봄학교를 위한 공간이 부족한 것도 문제로 꼽힌다.

특히 학생 수가 많은 과대 학교를 중심으로 학교에 남는 공간이 없어 늘봄학교를 위한 별도의 공간을 마련하지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 경우 담임 교사는 정규수업 후 교실을 늘봄학교를 위해 비워줘야 한다.

전국초등교사노동조합 관계자는 "기존 현장 교사들의 (늘봄학교) 업무 부담이 여전한 상황"이라며 "학교 수업이 끝나도 학부모 상담, 행사 등으로 교실을 사용해야 하는 일이 많은데도 교사들이 교실을 비워주고 교무실이나 빈 교실, 연구실로 이동해서 일을 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교사들은 이 같은 상황에서 2학기 늘봄학교가 모든 초등학교에 전면 시행되면 교사 업무 전가가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고 본다.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초등교사노조 관계자는 "학교 교실이 아니라 외부 시설을 이용한 늘봄학교 등 융통성 있는 운영이 필요하다"며 "지금 상황에서 2학기에 늘봄학교가 전면 시행되면 문제점도 확산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조성철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대변인은 "늘봄학교가 확대 운영되는 것은 학교의 협력과 현장 교원들의 헌신이 있어서다"라며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이 전담 인력, 공간 등 지원에 총력을 다하기를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이날 늘봄학교를 성공적으로 확대하고 있다고 자평한 것을 두고도 비판적인 목소리가 나온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도 논평을 내고 "교육부는 마치 늘봄학교로 완전히 새로운 프로그램이 증가하는 것처럼 발표했으나, 이는 기존 돌봄과 방과후학교를 합친 수치를 이름만 바꿔 발표한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전교조는 "서울 등 일부 지역에서는 업무를 담당해야 할 학교 교직원들과의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늘봄학교 지정을 강제하는 경우가 급증해 파행 사례가 수십 건씩 접수되기도 했다"고 비판했다.

전교조 서울지부도 "서울시교육청은 (돌봄 시범 학교를 그동안) 무리하게 확대하지 않았는데, 최근 교육부의 압력 탓인지 갑작스레 입장을 바꿔 100개를 늘렸다"며 "무리한 추진을 즉시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porqu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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