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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눗방울'에서 '철 기둥'으로 변신한 롯데 내야수 손호영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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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에서 피우지 못한 꽃…잦은 부상으로 별명이 '비눗방울' 롯데 이적 후에는 타격 재능 만개해 붙박이 내야수 활약
(서울=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제가 별명이 많았잖아요. '유리 몸'부터 '비눗방울' 이런 것도 있었고요. LG 트윈스전에서 2루타 치고 뛰는데 김현수 형이 뒤에서 '비눗방울 터진다, 조심해!'라고 하셔서 '도대체 왜 그러세요'라고 했지요."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내야수 손호영(29)이 지난 23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취재진에게 털어놓은 '잦은 부상'에 관한 이야기다.

2014년 미국프로야구 시카고 컵스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하고 미국으로 떠났던 손호영은 독립리그 연천 미라클을 거쳐 2020년 신인드래프트에서 3라운드 지명을 받고 LG 유니폼을 입었다.

호쾌한 타격과 강한 어깨, 안정적인 포구 등 잠재력이 뛰어난 그의 발목을 붙잡은 건 부상이었다.

결국 LG에서 기량을 꽃피우지 못한 손호영은 올 시즌 트레이드를 통해 롯데 유니폼을 입었다.
LG 시절 팀 선배 김현수가 "인터뷰만 해도 다칠 수 있다"며 걱정 섞인 농담을 건넸던 손호영은 롯데에 와서는 철 기둥처럼 단단한 활약상을 보여준다.

23경기에서 타율 0.304(79타수 24안타)로 허약한 공격력 때문에 고민이 많은 롯데에서 일발장타를 보여주고 있다.

0.379의 득점권 타율은 그의 해결사 재능을 잘 설명해준다.

손호영은 지난 17일 잠실 LG전부터 26일 창원 NC 다이노스전까지 8경기 연속 안타 행진을 이어가는 중이다.

그는 두꺼운 선수층 때문에 기회가 많지 않았던 LG에서와 달리, 꾸준한 기회를 얻은 게 활약의 가장 큰 비결이라고 말했다.

손호영은 "계속 (김태형) 감독님이 믿어주시는 게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 같다. (전 소속팀에서는) 선발로 나가면 (못해서 기회를 잃을까 봐) 걱정되고, 선발이 아니면 교체로 나갈 거 생각하니 또 걱정됐다. 그러다가 2군에 내려갈까 봐 걱정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전 소속팀은 전혀 원망하지 않는다. 오히려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해 코치진과 동료, 그리고 팬들에게 미안할 따름이다.
손호영은 "LG에는 고마운 마음뿐이다. LG를 상대로 더 잘해서 이기고 싶다는 마음은 아니다. 형들하고도 다 친했고, 염경엽 감독님께도 많이 혼나긴 했어도 나름대로 친했다고 생각한다. 불편한 마음은 전혀 남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손호영은 롯데 이적 후 기술적으로 진화했다.

손호영은 "(김태형) 감독님이 '너무 몸이 벌어져 있으니 센터 쪽을 보고 쳐라. 왼쪽 어깨를 조금만 닫아놓고 쳐라' 같은 조언을 해주신다"면서 "코치님들도 균형을 잘 잡아주신다. 너무 힘으로 치려다 보니 균형이 흔들렸는데 많이 잡아주셨다"고 설명했다.

이제 야구장에 나올 때마다 즐거운 마음이 앞선다는 손호영은 소박하게, 대신 가장 단단하게 목표를 잡았다.

그는 "그저 매 경기 잘 던지고, 잘 잡고, 잘 치고 싶다. 그게 끝"이라고 미소를 보였다.

4b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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