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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산업계 "임금은 하한선, 노동시간은 상한선이 없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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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사각지대 노동자 최저임금 적용대상 확대 토론회 "코인처럼 실시간 변하는 배달료…삭감돼도 제동 수단 없어"
(서울=연합뉴스) 고은지 기자 = #1. 웹툰산업계는 '3일 동안 안 자고 마감했다'는 말이 오히려 훈장처럼 여겨지는 끔찍한 장시간 노동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더욱이 노동의 대가인 고료는 회차 안에 몇 컷의, 어떤 퀄리티의 그림이 들어가야 하는지, 어느 만큼 복잡한 내용과 깊이 있는 고민이 필요한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계약에 의해 무조건 정해져 있어요. 결국 웹툰업계는 '임금에는 하한선이 없고 노동시간에는 상한선이 없다'는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2. 배달료는 마치 주식이나 코인과 같이 실시간으로 변동하는 구조입니다. 사측이 자기 필요에 따라 배달료를 삭감해도 이에 대해 제동을 걸 수단이 없어요. 지급 형태도 점차 프로모션 중심으로 바뀌는 상황입니다. 기본보수를 낮게 유지하며 사측이 필요로 하는 시점에 사측이 요구하는 업무량을 달성할 경우 추가 보수를 지급하는 식입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정의당 양경규 의원실, 진보당 강성희 의원실과 2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한 '사각지대 노동자 최저임금 적용 대상 확대를 위한 토론회'에서는 최저임금 적용 대상에서 제외돼 온 특수고용(특고)·플랫폼 노동자의 생생한 목소리가 쏟아져 나왔다.

하신아 웹툰작가 노동조합 위원장은 지난해 콘텐츠진흥원에서 시행한 '2023 웹툰작가 실태조사' 결과를 인용해 웹툰업계 종사자의 일주일 중 평균 창작 일수는 5.8일, 창작하는 날의 평균 소요 시간은 9.5시간으로 조사됐으며 19.9%가 회당 원고료를 50만원 미만을 받는다고 밝혔다.

최저임금 적용 대상인 근로자라면 주5일 8시간 일하는 경우 2023년 기준 최소한 201만580원을 받지만, 웹툰 노동자는 주간 연재, 월 4회 작업을 한다고 가정했을 때 약 20%가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급여를 받는 셈이다.

웹툰작가 노조가 적정임금을 조사하기 위해 시행한 1차 포커스 인터뷰에서도 장시간 저임금 노동의 현실이 드러났다고 하 위원장은 지적했다.

응답자들은 작업 과정별 노동시간과 임금에 관한 질문에 '웹소설은 무료 연재로 시작한다. 극히 드물지만 MG(용역대금)를 받는 경우 5만∼10만원 선이다', '각색 글 콘티는 한 회당 70컷을 맞춰달라고 하고 5만∼15만원 선이다.', '작화에서 배경 선정·배치는 3일 정도 걸리는 데 근무 시간을 따지면 30시간은 넘는 것 같다.' 등의 답변을 했다.

하 위원장은 "참여자들의 답변은 천차만별이나 결론은 '임금에는 하한선이 없고 노동량(노동시간)에는 상한선이 없다'로 요약할 수 있다"고 토로했다.

공공운수노조 라이더 유니온지부 구교현 지부장은 배달노동자의 불안정한 보수 지급 실태를 지적했다.

국토교통부가 2022년 시행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배달노동자는 월평균 약 381만원을 벌고 95만원가량을 보험료·렌탈료로 지출해 월 실 급여는 286만원 수준이다.

이 수준의 수입을 올리려면 한 달에 25.3일(주 6일 이상), 하루 평균 12시간 이상 근무를 해야 하는데 주 72시간 수준의 총 근무시간을 보수로 나누면 배달노동자의 시급은 최저임금(9천860원)보다 낮은 9천500원대가 된다고 계산했다.

더욱이 배달료는 실시간 변동하는 구조인 데다가 기본보수를 낮게 책정하고 사측(배달의민족)이 필요한 시점에 할당량을 충족하면 추가 보수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배달노동자에게 불리하게 운영되고 있다고 구 지부장은 지적했다.

그는 이런 상황은 비단 배달의민족만의 문제는 아니며 중소형 플랫폼사는 지역별 지사장이 보수를 일방적으로 정하는 상황이라 삭감·체불이 빈번하게 발생한다고 부연했다.

배달노동자의 최저임금 산정 방식과 관련해선 "건당 최저임금액은 최저임금위원회가 정하는 시간당 최저임금액에 경비, 여타 근로자와의 형평성을 더해 시간당 최저임금액으로 산정할 수 있다"며 "배달노동자의 시간당 최저임금액을 정하면 이를 플랫폼사가 확보한 시간당 평균 수행 건수를 반영해 건당 최저임금을 도출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김순옥 서비스연맹 전국가전통신서비스 노조 코디코닥지부 지부장은 "코웨이는 영업 건수와 점검 수수료를 연동해 지급하는데 수수료가 워낙 낮아 생활할 수 있는 수입이 보장되지 않는 탓에 코디·코닥은 직접 회사 제품을 사는 '제살깎아먹기' 식 영업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지부장은 "회사에 코디는 책임질 것도, 비용도 발생하지 않는 특수고용직이라며 "가전제품 방문점검원을 비롯한 특고·플랫폼 노동자들, 이 사회에서 땀 흘려 일하는 모든 노동자는 최소한의 생활을 보장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외에도 정기호 민주노총 법률원장이 판례를 통해 특고·플랫폼 노동자들을 자영업이 아닌 임금근로자로 볼 수 있는 '노동자성'을 판례를 통해 짚었고, 백남주 서비스연맹 정책연구위원이 특고 노동자에 대한 소득보장제도의 필요성과 정당성을 설명했다.

앞서 노동계는 지난 2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1차 전원회의에서 특고·플랫폼 종사자 등에게도 최저임금을 적용하자는 요구를 내놓았다.

e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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