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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딴 식으로 하는데 야구선수는 무슨" 부모의 잘못된 언행이 아이를 망친다 [박연준의 시선]
MHN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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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HN스포츠 박연준 기자) "그딴 식으로 야구하는데 프로 선수는 무슨"

전반기가 끝나기도 전에 500만 관중 돌파. 또 이를 넘어 23일엔 KBO 리그 역대 1일 최다 관중인 14만 2,660명이 야구장을 찾았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과 2009년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준우승을 이끌며 최고 전성기를 맛봤던 2010년대에 이어 올 시즌 한국 야구는 오랜만에 엄청난 인기몰이를 이어가고 있다.

KBO 인기를 새로운 2030 젊은 팬과 여성 팬이 주도하면서도 부모 따라 가족 단위로 야구장을 찾는 어린이 야구팬 역시 매일 같이 야구장을 찾고 있다.

특히 이 어린이 팬 중에는 '야구선수'를 꿈꾸는 한국 야구 꿈나무들 역시 대다수다. 갓 맞춘 깨끗한 리틀/유소년 야구단 유니폼을 차려입고 야구장을 방문해 선수들을 보며 행복한 꿈을 키워나가고 있다.

KBO 리그와 마찬가지로 고교야구를 비롯해 중학 야구, 초등학교 선수들의 리틀/유소년 야구도 각각 주기마다 야구장에서 새로운 대회를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야구 꿈나무들이 꿈을 직접 펼치는 이 야구장의 분위기는 행복이 없었다. 유소년 야구장을 찾아 아들을 위해 '파이팅' 응원이 울려 퍼지는 것이 아닌, 본인이 선수가 된 것처럼 "바깥쪽 보고 스윙해", "쟤 공 별로야 직구를 노려"라고 지나친 열정과 상대 선수를 향한 비하가 빈번한 유소년 야구장의 상황이다. 이러하고 좋지 못한 울림을 보이는 건 지도자도, 선수들도 아니었다. 바로 일부 '부모'였다.
"선수마다 능력 달라서 모두 홈런 타자가 될 수 없는데, 학부모님들은..."

최근 한국 야구는 미국에서 주로 사용하던 데이터 야구를 도입하여 선진 야구의 발자국을 따라가면서 많은 발전을 이루었다. '발사 각도', '타구 속도' 등 훈련 및 경기에서 데이터를 수집해, 선수들에게 도움이 되고 있다.

아마추어 야구도 마찬가지다. 일부 학교는 선수단 전체가 매월 스포츠 사이언스 센터를 방문해 야구 데이터 장비로 타격과 투구 컨디션을 체크하고 있다.

이는 분명 좋은 변화다. 아마추어 야구 즉, 어린 나이 때부터 프로 선수들의 사용하는 장비를 사용함으로써 본인의 장점을 보다 쉽게 살릴 수 있게 됐다.

건장한 체격 조건을 갖춘 선수는 타격 발사각도를 높이기 위한 스윙을, 발 빠른 타자라면 보다 좋은 타그 방향을 만들 수 있는 스윙 궤도를 찾을 수 있게 됐다.

선수들의 훈련 방식을 곁에서 부모들도 지켜볼 터. 그러나 일부 부모들은 이를 '아이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장비'로 보지 않고, 프로에 뛰고 있는 일정 선수와 데이터를 똑같이 가져올 수 있게 만드는 '모순의 장비'로 활용되길 바라고 있다.

데이터 장비를 활용하고 있는 수도권의 한 야구 레슨장의 코치는 지난 22일 MHN스포츠를 통해 "야구 데이터장비들이 프로 선수들을 넘어 아마야구 선수들에게도 큰 도움이 되고 있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그러나 일부 학부모님들께선 해당 장비가 아들의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찾는 용도로 활용되는 것이 아닌, '부모가 원하는 한 프로선수의 모습'을 아들이 갖추길 원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선수마다 신체 조건도, 타구 속도도 다르다. 모든 아마 선수가 KIA 타이거즈 김도영처럼, KT 위즈 강백호처럼 될 수 없다. 어떤 선수는 주력에 집중해 타구 방향을 좋게 만드는 데 초점을, 장타가 있는 선수는 발사 각도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며 "그러나 센터를 찾는 일부 학부모님들은 선수의 체격이 말랐음에도 강백호같이 장타를 갖춘 선수가 되길 바란다. 우리에게 '이 선수처럼 만들어라.'해도 방법이 없다. 아이한테도 좋지 못하다"라고 덧붙였다.

선수에게 걸맞은 타격 메커니즘이 분명히 있다. 그 장점을 따라가고 훈련으로 이행해야 좋은 선수로 거듭날 수 있다. 그러나 이를 무시하고 부모가 원하는 선수의 모습이 될 수 있도록만 선수를 성장시킨다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학교 지도자 말보다 레슨장이 먼저라네요"

이러한 잘못된 일부 부모들의 간섭은 학교에서도 이어졌다. '기숙사 합숙'이 불가능해지고 저녁 개인 일과 시간이 늘어난 엘리트 야구 특성을 살려, 학교 야구부 운동 시간이 끝나고 나면 많은 아마 선수들이 레슨장을 찾아 야간 레슨을 받고 있다.

레슨을 통해 자신만의 훈련법을 터득하거나 좋은 타격 컨디션을 유지하는 아마야구 선수들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성적이 안 나오는 경우도 있을 법. 레슨을 다니고 나니 오히려 타율이 떨어지고 구속, 제구가 안 되는 선수들도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일부 학교 야구부 지도자는 선수를 지도해야 하는 본인의 임무에 충실하여 해법을 제공했으나, 오히려 돌아오는 건 부모의 불만인 모습도 존재했다.

수도권 A 학교의 지도자는 "아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건 아무래도 프로 지명과 대학 입시다. 레슨을 받고 더 좋은 모습을 보이는 선수가 있는 반면, 오히려 성적이 더 나빠진 선수들도 있다"며 "그럴 때마다 우리가 선수의 타격, 투구 메커니즘을 손 봐준다. 그러나 일부 학부모님들은 '비싼 돈 주고 가르친 것을 뭔데 바꾸냐'라는 말씀을 하신다. 우리가 아무리 좋게 설득해도 '그냥 내버려두세요'라는 대답이 올 때가 많다"고 아쉬워했다.

그러면서 "학교 지도자 말보다 레슨장 코치님 말이 우선이라는 것이 해당 학부모님의 말이다. 우리는 결국 허수아비처럼 지켜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한국 교육계에선 '교권 추락'이 쟁점이 됐다. 학교 야구부도 마찬가지다. 학교 선생님보다 학원 선생님의 말씀이 우선이 된 사회 현상처럼, 야구계에서도 학교 지도자보다 레슨장 코치님 말씀이 더 우선이 된 것이 한국 야구의 현실이다.

또 해당 지도자는 "일부에서 지도자가 폭력을 행사해 아이들에게 상처를 주는 학교도 여전히 있겠지만, 오히려 말 한마디 잘못해서 교육청에 조사를 받는 야구부도 존재한다. 우리가 아이를 지도하는 '지도자'에서 펑고와 배팅볼을 던지는 '훈련 보조'가 된 느낌이 많이 드는 요즘이다"라고 한탄했다.
'아이가 행복한 야구하려면 부모부터 올바른 모습 보여야'

이어 야구장에선 학부모가 직접 야구하는 것처럼 행동하는 모습도 보였다. 관중 보호 시설인 그물망을 잡아당기며 "이렇게 쳐, 저렇게 쳐" 목소리 내는 모습과 "쟤 공 별로 잖아"라고 비하하는 모습도 보였다.

또 경기가 끝난 야구장 뒤편에선 "그딴 식으로 야구하는 데 네가 선수는 무슨, 때려 쳐"하며 아이에게 윽박지르는 학부모도 보인다.

물론, 아이를 위해 같이 손 모으고 기도와 눈물을 함께 흘리는 부모도 여럿 존재한다. 그러나 일부에선 상대 선수를 질타하고 본인의 아들을 꾸짖는 경우도 존재한다.

'야구선수'라는 단어는 아이들의 꿈이 되어야 한다. 부모의 '바램'이 되어선 안 된다. 또 실수하고 부족함이 있기에 '프로'가 아닌 '아마추어'로 불린다.

아마추어 신분에서 부족했던 모습을 반복된 훈련으로 채워나가야 비로소 프로 선수의 모습이 될 수 있다.

선수들이 못할 수도 있다. 또 본인이 원하는 모습이 있을 수 있고, 행복해야 한다. 그러나 지나친 간섭과 목소리 높이는 해당 부모들의 언행 탓에 아이는 오히려 꿈을 잃고 야구에 싫증을 보이게 되는 것이 빈번하다.

야구선수를 꿈꾸는 아들이 야구에 싫증을 내고 또 성적이 안 나온다면, 부모의 모습이 잘못된 것은 아닌지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한다. 아이들이 행복한 야구를 펼치려면, 부모부터 올바른 길을 걸어야 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사진=MHN스포츠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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