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81 읽음
'2⅔이닝 무실점→노게임' 켈리의 고별전에 하늘도 울었다…'6년 동행 마침표' 참았던 '눈물' 쏟아낸 잠실예수 [MD잠실]
마이데일리
1
LG 트윈스 선수들과 작별 인사를 나누며 뜨거운 눈물을 흘리고 있는 케이시 켈리./잠실 =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2024년 4월 12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진행된 '2024 신한 SOL 뱅크 KBO 리그' LG-두산의 경기. LG 선발 켈리가 역투를 펼치고 있다./마이데일리
[마이데일리 = 잠실 박승환 기자] '잠실예수' 케이시 켈리가 정들었던 LG 트윈스 유니폼을 벗는다. '고별전'임을 알고 마운드에 올랐던 켈리는 우천으로 경기가 취소된 후 참아왔던 뜨거운 눈물을 쏟아냈다.

켈리는 20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은행 SOL Bank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팀 간 시즌 10차전 홈 맞대결에 선발 등판해 2⅔이닝 동안 투구수 38구, 2피안타 1볼넷 1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으나, 비로 인해 경기가 성립되지 않으면서 마지막 고별전이 '노게임' 선언됐다.

이날 경기는 켈리의 KBO리그 마지막 등판이었다. 지난 2019시즌부터 작년까지 5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수확하는 등 LG의 '에이스'이자 '효자외인'이었다. 하지만 더이상의 동행은 이뤄지지 않았다. 지난해에도 켈리는 30경기에서 10승 7패 평균자책점 3.83으로 KBO리그 무대를 밟은 후 가장 성적이 좋지 않았는데, 올해도 20일 경기 전까지 5승 8패 평균자책점 4.51로 기대에 못 미치는 모습을 보였고, 결국 LG는 새로운 외국인 선수를 영입하기로 결정했다.

결별이 확정된 가운데 켈리가 마운드에 오르게 된 이유는 팬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네기 위함이었다. LG는 지난 19일 새벽 새 외국인 투수와 계약을 맺은 직후 켈리에게 선발 등판 의사를 물었다. 켈리가 등판을 거부할 경우 다른 선수를 선발로 내세울 생각이었다. 그런데 켈리가 아내와 상의한 뒤 답을 주겠다는 뜻을 전했고, 스스로 고별전을 치르기로 결정했다. 염경엽 감독은 "켈리에게 '팬들에게 인사를 하고 갈래?'라고 물었더니, 켈리가 '가족과 이야기를 해 보겠다'고 하더라. 그리고 켈리가 아내와 상의한 끝에 '마지막 경기를 던지고 싶다'고 하더라"고 설명했다.

고별전이지만 염경엽 감독은 켈리의 거취와 무관하게 마운드를 운영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염갈량은 "오늘 켈리는 그냥 선발 투수라고 보면 된다. 뒤에 투수를 붙이려다가, 6이닝 3~4실점을 할 때까지는 똑같이 운영을 할 것이다. 한두 점을 줬다고 바꾸면 고별전의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마지막까지 팬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이고 가고 싶은 동기부여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아마 오늘 우리팀 야수들은 굉장히 열심히 할 것이다. 그러면 켈리 또한 열심히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2024년 7월 10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 LG 트윈스의 경기가 열렸다. LG 염경엽 감독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마이데일리
2024년 4월 13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LG 트윈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가 열렸다. LG 선발투수 켈리가 역투하고 있다./마이데일리
경기에 앞서 켈리의 마지막 등판 소식이 전해진 탓일까. 이날 LG 팬들은 선발 투술 켈리가 소개되자 엄청난 환호를 쏟아냈다. 팬들의 뜨거운 성원 속에서 마운드에 오른 켈리는 1회 경기 시작부터 정수빈을 중견수 뜬공, 조수행을 삼진, 강승호를 2루수 땅볼로 잡아내며 삼자범퇴 스타트를 끊었다. 그리고 1회초 수비가 종료된 후 타자들과 함께 선발 투수의 이름을 호명할 때에도 유독 켈리의 이름에 팬들은 더 뜨겁게 반응했다. 타자들 또한 제대로 힘을 냈다.

LG는 1회말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문성주의 부상 이탈로 생긴 2번 자리에 배치된 오지환이 볼넷을 얻어내며 물꼬를 틀더니, 후속타자 오스틴 딘이 두산 선발 조던 발라조빅을 상대로 152.8km 하이 패스트볼을 공략, 우측 담장을 넘어가는 선제 투런홈런을 폭발시켰다. 그리고 문보경이 발라조빅의 132km 커브를 힘껏 퍼올렸고, 이번에도 타구는 담장을 넘어간 뒤 돌아오지 않았다. 백투백 홈런. 타자들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서 첫 위기도 잘 넘겼다.

켈리는 2회초 선두타자 김재환에게 볼넷, 박준영에게 안타를 허용해 1사 1, 2루의 실점 위기에 몰렸다. 이때 김기연을 상대로 유격수 방면에 땅볼을 유도하는데 성공했고, 병살타로 이닝을 매듭지었다. 그리고 LG 타선은 2회말 공격에서 두산 강승호의 실책 등으로 마련된 찬스에서 오지환와 오스틴이 연속 적시타를 터뜨리는 등 다시 한번 3점을 보태며 6-0의 리드를 안겼다. 경기 후반의 상황이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 고별전에서 승리 투수가 될 가능성이 수직승하는 순간.

켈리는 3회 선두타자 전다민을 포수 파울플라이로 잡아낸 뒤 전민재에게 우익수 방면에 안타를 허용했으나, 후속타자 정수빈을 3루수 땅볼로 묶어내며 빠르게 아웃카운트를 쌓았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다. 조금씩 내리고 있던 빗줄기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굵어지더니 천둥, 번개를 동반한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오후 6시 50분, 3회초 2사 2루에서 경기가 중단됐다. 이후 잠실구장에 비가 잦아들면서 그라운드 정비 후 다시 경기가 재개되는 듯했으나, 정비 도중 이내 다시 비가 쏟아지면서 '노게임'이 선언됐다.

경기가 공식적으로 종료된 후 두산 선수들은 켈리를 찾아 그동안의 노고에 따뜻한 작별 인사를 건넸다. 그리고 켈리는 그라운드에서 LG 선수들과 인사를 하는 과정에서 참아왔던 눈물을 쏟아냈다. 이어 LG 선수단을 마운드에 모여 켈리를 헹가래 치는 등 켈리와 작별하는 시간을 가졌다.
'고별전'을 마친 케이시 켈리를 헹가래 치고 있는 LG 트윈스 선수단./잠실 =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고별전을 마친 케이시 켈리에게 따뜻한 인사를 건네고 있는 두산 베어스 선수단./잠실 =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0 / 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