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2 읽음
하반기 전공의 모집·국시 접수 하루 앞으로…현장선 '회의적'
연합뉴스
0
현장에서는 하반기 모집에 지원하는 전공의가 많지 않을 것이라며 시작 전부터 회의적인 기색이 역력하다. 의대생들은 이미 국시를 거부하겠다고 예고했다.
정부의 유화책에도 불구하고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강경한 입장이 이어지면서 의정 갈등이 하반기에도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21일 의료계와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빅5' 병원을 포함해 대부분의 수련병원이 오는 22일부터 하반기 전공의 모집 일정을 개시한다.
이달 말까지 하반기 전공의 모집 지원을 받은 후 다음 달에는 병원별로 면접 등 채용 절차가 진행된다. 최종 합격자들은 9월 1일부터 수련에 들어간다.
애초 전공의들은 수련 도중 사직 시 '일 년 내 동일 과목과 연차'에 복귀할 수 없게 돼 있으나, 올해 9월에 복귀하는 사직 전공의는 예외다.
정부는 이들에게 수련 특례를 적용해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는 데에도 무리가 없도록 지원하기로 했다.
수련 특례는 올해 9월에만 적용되기 때문에 이번에 복귀하지 않는 사직 전공의는 빨라야 내년 9월에나 수련을 재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직서가 '2월 29일 자'로 수리됐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의료계에서는 2월 기준으로 사직이 처리된 전공의들은 일 년 후인 내년 3월에 복귀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기대를 내놓지만, 정부는 여전히 사직의 법적 효력은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이 철회된 6월 4일 이후에 발생한다는 입장이다.
서울대병원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 역시 "정부에 따르면 (사직의) 공법상 효력은 6월 이후에 적용되므로 이번 9월에 복귀하지 않는다면 다음에 복귀할 수 있는 시기는 내년 6월 이후가 된다"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사직 전공의들은 복귀 시점이나 전문의 자격 취득 등에 불이익을 당하지 않으려면 올해 9월에 복귀하는 게 최선이지만, 현장의 반응은 냉랭하다.
사직 전공의들은 9월 하반기 모집에 지원해 복귀하기보다는 일반의로 병·의원에 취업하거나, 입대나 미국 진출을 준비하는 분위기다.
수도권의 한 상급종합병원 사직 전공의는 "정부가 전공의를 쫓아낸 거나 다름없으니 복귀할 계획은 당연히 없고 더 이상 할 말도 없다"며 "내년에 군에 입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병원에서도 하반기 전공의 모집에 지원하는 전공의들이 많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는다.
서울시내 수련병원 관계자는 "하반기 모집이 전공의들 사이에선 '갈라치기'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여서 지원 자체가 많지 않을 수 있다"며 "교수들의 반발도 여전한 편"이라고 전했다.
하반기 전공의 모집과 같은 날 응시 접수가 시작되는 국시도 파행이 불가피해 보인다.
현재 의사 면허를 취득하려면 9∼11월 순차적으로 진행되는 국시 실기와 이듬해 1월 필기에 모두 합격해야 한다.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국시원)은 22일부터 26일까지 의사 국시 실기시험을 접수하지만, 내년도 국시를 치러야 할 의대 본과 4학년 대부분은 이미 응시를 거부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가 의사 국시 응시 예정자인 전국 40개 의대 본과 4학년 3천15명에게 설문한 결과, 응답자(2천903명)의 95.52%(2천773명)가 국시를 위한 개인정보 제공 동의서 제출을 거부했다고 밝혔다.
응시 대상자 확인을 위해 각 의대는 졸업 예정자 명단을 지난달 20일까지 국시원에 제출해야 했는데, 이를 위해서는 응시 예정자의 개인정보 제공 동의서가 필요하다.
의대협은 개인정보 제공을 하지 않을 경우 의사 국시 접수가 불가능해진다며, 정부에 반발하는 학생들의 강경한 의지를 나타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의료계에서는 지금껏 정상적인 수업이 이뤄지지 않았으므로 의대생들이 국시를 치를 수 없는 게 당연하다고 본다.
서울시내 한 의과대학 교수는 "의대생들이 거의 반년을 제대로 교육받지 못했다"며 "국시를 거부하는 게 아니라 치를 수가 없는 상황이다. 파행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부분의 의대생이 끝내 국시를 거부할 경우 매년 약 3천명 배출되던 신규 의사 공급이 끊긴다.
대형병원에서 수련을 시작하는 전공의들이 사라질 뿐 아니라, 전문의 배출도 밀릴 수밖에 없어 의료 현장의 공백이 더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jand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