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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생 감독 이범호, 타이거즈 출신 최초로 KIA KS 직행 지휘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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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피는 범이 왔다'는 일종의 주술은 더는 불행이 팀에 닥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새 선수단 수장에게 보내는 희망가였다.
모든 희망이 샘솟는 봄에 딱 맞게 이범호 감독의 현역 시절 애칭 '꽃범호'를 적절하게 섞은 언어유희였다.
이 감독은 타이거즈에서 뛴 선수 출신으로는 KIA를 정규리그 1위로 이끈 최초의 사령탑이라는 타이틀도 거머쥐었다.
전신인 해태 시절을 포함해 타이거즈는 1989년 단일리그 출범 후 1991년, 1993년, 1996∼1997년, 2009년, 2017년에 이어 7번째로 정규리그 1위를 차지했다.
1990년대에는 명장 김응용 전 감독, 2009년에는 조범현 전 감독, 2017년에는 김기태 전 감독이 정규리그와 한국시리즈를 아우른 통합 우승 축배를 들었다.
2011∼2019년 KIA에서 활약한 이범호 감독은 타이거즈 선수 출신 감독으로는 최초로 한국시리즈 우승 샴페인을 터뜨릴 기회를 잡았다.
타이거즈는 2017년까지 11번 도전한 한국시리즈에서 모두 우승을 차지한 불패의 신화를 간직한 최다 우승 구단이다.
2000년 한화 이글스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데뷔해 2009년까지 10년간 독수리로 비상하던 이범호 감독의 운명이 호랑이로 바뀐 시기는 2011년 겨울이었다.
2009년 말 일본프로야구 소프트뱅크 호크스와 기간 2+1년에 최대 5억엔을 받는 조건에 계약했던 이범호 감독은 팀이 불과 1년 만에 자신을 전력 외로 분류하자 국내 복귀를 저울질했다.
이후 보름도 안 돼 소프트뱅크가 이범호 감독을 조건 없이 방출한 소식을 접한 KIA가 발 빠르게 움직여 1년 총액 12억원에 이범호 감독을 데려왔다.
타이거즈의 일원이 된 이범호 감독은 한화 시절처럼 꾸준히 홈런포를 터뜨리며 단숨에 주포로 자리매김했고 2017년 데뷔 후 처음으로 한국시리즈 우승의 감격도 누렸다.
이범호 감독의 인성, 지도자로서의 가능성 등을 자세히 지켜본 KIA 구단은 이 감독을 프랜차이즈 스타에 버금가는 팀의 간판으로 육성했다.
은퇴 후 이 감독은 스카우트, 2군 총괄 코치, 1군 타격 코치 등 핵심 보직을 차례로 거치며 지도자 이력을 쌓았다.
말 잘 통하던 맏형 이범호 코치가 감독으로 승격되자 두 살 아래 최형우 등 동생으로 동고동락한 선수들이 더욱 반겼다.
이 감독은 감독 면접 때 타격 코치로서 KIA 타자들이 6월 이래 활발한 타격을 펼친 수년간의 데이터를 제시하고 그에 맞춰 시즌 초반인 4∼5월 팀 성적이 중요하다는 점을 역설해 높은 평가를 받았다.
KIA는 자동투구판정시스템(ABS) 도입 등으로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물고 물리는 접전이 벌어진 3∼4월 정규시즌에서 21승 10패를 거둬 20승 11패를 올린 NC 다이노스와 더불어 양강으로 치고 나갔다.
선발 투수가 두 명이나 나가떨어진 5∼6월 위기를 KIA는 24승 2무 23패, 5할 승률로 버텨 선두권을 유지했다. 3∼4월에 10승 이상을 벌어둔 효과가 컸다.
새 외국인 투수로 선발진을 재정비하고, 불펜진이 안정을 찾은 7∼8월 KIA는 다시 승수를 쌓아 29승 16패로 다시 10승 이상을 추가하며 1위 굳히기에 들어간 끝에 9월 17일 마침내 한국시리즈 직행을 확정 지었다.
맏형의 리더십은 친근하면서도 따끔했다.
이 감독은 박찬호, 나성범, 소크라테스 브리토 등 주전들이 기본을 저버린 수비나 주루를 하면 가차 없이 교체했다. 처분은 공정했고, 메시지는 확실했기에 불만은 사그라들었다.
가장 상징적인 장면은 7월 17일 삼성 라이온즈와 경기에서 승리 투수 요건에 아웃카운트 1개만을 남긴 대들보 투수 양현종을 교체한 순간이다.
9-5로 쫓긴 2사 1, 2루가 되자 승리를 위해 불펜을 가동한 이 감독은 더그아웃에서 당혹감과 분노로 넋 빠진 표정을 짓던 양현종을 뒤에서 껴안고 위로했다. 갈등은 잠시, 오해는 눈 녹듯 사라진 보기 드문 리더십이었다.
이범호 감독은 선수들과 격의 없는 소통으로 유명한 인화의 지도자 김인식 전 한화 감독, 김기태 전 감독 밑에서 행복하게 야구했다.
두 명장의 색깔을 보탠 이범호 감독만의 야구가 화려하게 꽃을 피웠다.
cany990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