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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 꼬마빌딩 이어 초고가 아파트·단독주택도 감정평가한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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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구 한남동 나인원한남 전경. /롯데건설 제공
서울 용산구 한남동 나인원한남 전경. /롯데건설 제공

국세청이 꼬마빌딩 등 비주거용 부동산에 대해 실시하던 감정평가를 초고가 주거용 부동산까지 확대한다. 실거래가와 기준시가의 격차가 큰 초고가 아파트와 단독주택을 증여한 뒤, 기준시가로 신고해 세금을 회피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다.

2일 조선비즈 취재를 종합하면 국세청은 그동안 시가 파악이 어려운 초고가 아파트와 단독주택에 대해선 상속·증여세 부과시 기준시가를 토대로 과세 표준을 산출해 왔다. 하지만 이러한 초고가 주거용 부동산의 기준시가가 실거래가의 절반에도 못 미쳐, 조세 회피가 빈번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러한 폐해를 막고자 일부 주거용 부동산에도 감정평가를 도입해 공정 과세를 하겠다는 게 국세청의 계획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최근 거래금액이 50억원이 넘는 초고가 아파트의 거래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성사된 50억원 이상 아파트 거래 건수는 247건으로, 전년 동기(111건)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이처럼 거래가 늘고 있음에도 초고가 아파트는 대부분 소단지이고, 대형평수라는 특성 때문에 유사한 부동산이 적어 시가를 추산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국세청은 초고가 아파트의 상속이나 증여가 이뤄질 경우, 기준시가를 적용해 세금을 부과하고 있다. 상·증세가 부과되는 재산에 대해선 당시의 매매가액이나 감정가액 등 시가로 평가하는 게 원칙이지만, 시가를 산정하기 어려운 경우 예외적으로 기준시가로 평가하도록 규정한 현행 세법을 적용한 조치다.

문제는 기준시가가 실거래가의 절반도 안된다는 점이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위치한 대표적인 초고가 아파트인 ‘나인원 한남’의 전용면적 274㎡ 주택은 실거래가가 최고 220억원에 달하지만 기준시가는 87억에 불과하다. 실거래가 대비 기준시가의 비율은 39.5%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소재 아크로리버파크 전용면적 235㎡도 일부 주택의 실거래가는 180억원이지만, 기준시가는 75억원으로 형성돼 있다.
주요 초고가 아파트의 실거래가 및 기준시가 비교. /국세청 제공
주요 초고가 아파트의 실거래가 및 기준시가 비교. /국세청 제공

초고가 아파트의 증여세가 중형아파트보다 적게 나오는 사례도 발생했다. 국세청에 따르면 시가가 형성되지 않은 한 초고가 아파트는 기준시가 33억원으로 신고돼 증여세가 11억7000만원 부과됐지만, 기준시가가 25억원인 중형아파트는 유사매매 사례를 반영한 시가 44억원이 적용돼 증여세가 16억7000만원이 나온 사례가 있다.

개별적 특성이 강한 단독주택 역시 적절한 비교대상을 찾기 어려워 정확한 시가 추산이 어려운 상황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상속·증여 후 기준시가로 신고하는 비율을 보면 단독주택이 꼬마빌딩 등 비주거용 부동산보다 더 높다”고 말했다. 국세청은 이러한 과세 형평 저해를 해소하고자 실거래가와 기준시가의 격차가 클 것으로 추정되는 주거용 부동산에 대해선 감정평가를 도입하기로 했다.

앞서 국세청은 지난 2020년 꼬마빌딩과 같은 비주거용 부동산에 대해 감정평가를 도입한 바 있다. 정확한 시세 판단이 어려운 꼬마빌딩 역시 2020년 이전까진 기준시가를 토대로 상증세를 부과해왔다.

이를 악용해 납세대상자들이 시세에 비해 낮은 기준시가(실거래액의 60% 수준)로 재산을 신고해 세금을 회피하는 경우가 많았다. 세무업계에서 상증세 절세 전략으로 꼬마빌딩 구입 후 증여를 추천할 정도였다. 이에 국세청은 비주거용 부동산에 대한 감정평가를 도입해 불공정한 평가 관행을 개선했다.

2020년 이후 국세청이 기준시가로 신고한 비주거용 부동산 총 727건을 감정한 결과, 평가액은 총 4조5000억원에서 7조8000억원으로 73% 증가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납세자가 자발적으로 감정평가해 신고한 비율도 증가하고 있다”면서 “시세보다 낮게 신고하던 불공정 관행이 개선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국세청은 비주거용 부동산에 감정평가를 도입해 과세형평성을 제고한 효과가 주거용 부동산에서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국세청 관계자는 “법원과 국회에서도 감정평가의 당위성을 인정하고 있다”면서 “초고가 아파트와 단독주택도 시가로 과세함으로써 과세형평성을 제고하겠다. 세수 확대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내년도 국세청 예산에도 초고가 주거용 부동산에 대한 감정평가 사업 예산이 반영돼 있다”면서 “올해 예산 46억원에서 51억원이 증액된 97억원이 편성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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