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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김 여사 무혐의 “명품백은 소통 수단”…야당 “궤변” 분노
미디어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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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최재영 목사가 건넨 명품 디올백을 받은 김건희 여사의 각종 혐의(청탁금지법 위반, 뇌물수수, 알선수재) 모두 무혐의로 판단해 불기소 처분했다고 밝혀 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최재영 목사, 백은종 서울의소리 대표, 이명수 기자 등 피고발인 역시 모두 불기소 처분했다.

이에 따라 결국 ‘공직자 부인이 명품백을 받아도 되는 나라가 됐음을 검찰이 인증했다’, ‘명품백을 받은 것이 소통 수단, 우호적 관계 유지 수단이라는 검찰 주장은 궤변’,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는 논리와 다를 게 없다’ 등 분노의 목소리도 쏟아지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공보담당관실이 2일 오후 미디어오늘에 전한 ‘보도참고자료-대통령 부부 청탁금지법위반 등 고발사건 불기소’를 보면,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김승호)는 2일 이들을 모두 불기소처분하면서 “일체의 다른 고려 없이 증거와 법리에 따라 피고발인들에게 형사 책임 부과가 가능한지 면밀히 검토한 결과, 수사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피고발인들을 기소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검찰은 윤 대통령의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를 두고 “청탁금지법상 공직자의 미신고 행위는, 배우자가 ‘공직자 직무와 관련’하여 금품 등을 받고, 이를 알고도 신고하지 않아야 성립하는 것인데, 김건희가 ‘대통령의 직무와 관련하여’ 물품을 수수하였다는 사실이 인정되지 않으므로, 피고발인에게 청탁금지법상 신고 의무 자체가 발생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특히 검찰은 명품백 수수 행위를 선물 수수로 규정했다. 검찰은 윤 대통령과 최 목사가 아무런 친분이나 직무관련성이 없고 △김건희 여사와 최 목사의 개인적 친분 관계 △선물(명품백) 수수 경위 △요청 내용의 일회성과 모호성 △선물과 요청 내용의 연관성 △직무관련성에 대한 당사자들의 인식 △시간적 간격 △직무관련성에 대한 법리 등을 종합한 결과 “최 목사가 김 여사에 제공한 선물이 개인적 소통의 영역을 넘어서 대통령 직무와 관련되어 제공된 것으로 인정하기 어렵고, 김건희와의 우호적 관계 유지 또는 접견 기회를 얻기 위한 수단으로 보는 것이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또 검찰은 “청탁금지법은 공직자등의 배우자가 그 공직자등의 직무와 관련하여 금품 등을 수수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기는 하나, 위반 행위에 대한 처벌규정은 두고 있지 않으므로 김 여사를 청탁금지법 위반으로 처벌할 수 없다”고 밝혔다.

검찰은 윤 대통령과 김 여사 부부의 뇌물수수 혐의를 두고선 △김 여사가 공무원이 아니어서 단독으로 뇌물죄의 주체가 될 수 없고 △윤 대통령이 김 여사의 뇌물수수를 공모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고도 밝혔다. 김 여사의 알선수재 및 변호사법 위반 혐의도 “물품(명품백) 수수와 대통령 및 다른 공무원의 직무 사이에 대가성이 인정되지 않는 상황에서, 알선에 대해 대가 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혐의 처분했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 부부의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서도 검찰은 “해당 가방이 대통령기록물 지정 여부 검토를 위해 대통령실이 보관하던 중 검찰에 증거물로 임의제출한 것이므로 증거인멸 또는 은닉 행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고, 김 여사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도 “김 여사가 공무원도 아니고, 해당 금융위원 인사의 경우 충분히 예측 가능한 인사일 뿐 김 여사의 인사 개입 증거도 없는 고발인의 추측에 불과하다”며 무혐의 처분했다.

최재영 목사의 주거침입과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를 두고 검찰은 최 목사가 김 여사 측과 일정을 조율하고 검문을 거쳐 사무실 내부로 들어가 주거 평온 상태를 해쳤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언론이 전했다.

최재영 목사와 백은종 서울의소리 대표, 이명수 기자에 대한 김 여사 명예훼손 혐의를 두고 검찰은 “대통령의 배우자는 공적 인물이고, 대통령 배우자의 가방 수수 행위는 국민의 공적 관심 사안에 해당하여 이를 촬영한 영상을 공개한 행위는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어 위법성이 조각되므로 피고발인들을 명예훼손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밝혔다.
불기소 결정에 야당은 거센 비판을 쏟아냈다. 한민수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오후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검찰은 국민보다 김건희 여사가 더 무서우냐”며 “이번 검찰의 무혐의 처분은 검찰에게 일말의 공정과 양심을 기대한 우리 국민을 다시 한 번 배신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한 대변인은 최재영 목사에 대한 검찰 수사심의위원회 기소 권고도 수용하지 않은 것을 두고 “이 정부는 김건희 여사에게 조금이라도 해가 될 거 같으면 법도 권고도 다 무시하는 거냐”고 반문했다. 한 대변인은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만 바라보는 검찰에게 김건희 여사 관련 수사를 더 이상 맡길 수는 없다”며 “김건희 특검법을 반드시 통과시켜 이 땅에 법과 정의가 살아있음을 입증하겠다”고 밝혔다.

김보협 조국혁신당 수석대변인도 논평에서 국민 대부분이 김 여사의 명품백 수수 영상을 봤는데도 ‘소통의 도구였을 뿐, 구체적인 직무 관련성은 없다’고 한 검찰의 설명을 들어 “궤변을 만들어냈다”며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던 ‘선배 검찰들’의 궤변이 뒤집혀 깨졌듯이, 머지않아 김건희씨는 기소되어 합당한 처벌을 받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역사는 ‘검찰이 정치권력을 장악한 직후 몰락하기 시작해 결국 소멸되었다’고 기록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성열 개혁신당 수석대변인도 논평에서 “이제 대한민국은 공무원 가족이 수백만 원짜리 명품백을 받아도 되는 나라로 공식화되었다”며 “검찰은 그나마 남아있는 마지막 양심의 호흡기를 스스로 떼어냈다”고 비판했다. 김 수석대변인은 “더 이상 윤석열 정부 수사기관에 공정과 정의를 기대하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 되었다”며 “이제 김건희 여사의 사과로 해결할 수 있는 단계는 지나갔다. 특검을 통해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미선 진보당 부대변인도 “청탁금지법상 공직자 배우자가 직무와 관련된 금품을 수수하는 것은 금지하지만 처벌 규정이 없는 점이 무혐의의 근거라니, 실소를 금치 못하겠다”며 “나라가 이 지경이 되었나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고 비판했다. 이 부대변인은 “대한민국에 이제 검찰은 없다”며 “우리 국민들은 정치 검찰의 결정을 똑똑히 기억해 두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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