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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그룹 지배구조 개편 재시동… 달라진 점과 변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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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주주들의 반발과 금융당국의 제동에 부딪혀 멈춰 섰던 두산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이 다시 시동을 걸었다. 기존 두산에너빌리티 주주들이 더 많은 주식을 받을 수 있도록 합병비율에 변화를 주는 등 부정적인 여론을 고려한 모습이다. 다만, 큰 틀에서 크게 달라진 것이 없는 점과,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인 두산밥캣이 주주행동의 타깃이 된 점은 까다로운 변수로 지목된다.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로보틱스는 지난 21일 정정공시를 통해 그룹 차원의 지배구조 개편을 재추진하고 나섰다. 아울러 이날 오후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로보틱스, 두산밥캣의 경영진이 참여한 가운데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와 관련된 구체적인 설명과 입장을 발표했다.

두산그룹은 지난 7월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로보틱스, 두산밥캣이 얽힌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하고 나섰다. 기존에 두산에너빌리티 자회사로 있던 두산밥캣을 두산로보틱스 자회사로 이동시키는 것이 핵심이다. 두산에너빌리티를 인적분할해 두산밥캣 지분을 보유한 신설법인으로 떼어내고 이를 두산로보틱스와 합병한 뒤, 두산로보틱스와 두산밥캣이 포괄적 주식교환 방식으로 합병해 실시해 두산밥캣이 자진상장폐지하는 방안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계획은 이내 논란에 휩싸였다. ‘캐시카우’ 역할을 해온 두산밥캣의 가치를 지나치게 낮게 평가해 주주 권익을 침해한다는 지적이 제기되며 거센 반발이 불거진 것이다. 여기에 금융당국 차원에서도 우려와 함께 개선 요구가 나오면서 결국 3개월여 만인 지난달 두산로보틱스와 두산밥캣의 포괄적 주식교환이 철회되며 개편 작업이 중단되기에 이르렀다.

다만, 당시 두산에너빌리티의 인적분할 및 두산로보틱스와의 합병은 철회되지 않았고, 40여일 만에 재개됐다. 이 과정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건 분할합병비율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기존엔 두산에너빌리티 주식 100주를 갖고 있는 주주에게 두산에너빌리티 주식 75.3주와 두산로보틱스 주식 3.15주가 배정됐는데, 달라진 합병비율에 의하면 두산에너빌리티 주식 88.5주와 두산로보틱스 주식 4.33주가 주어진다. 이러한 방안이 실행에 옮겨지면 두산에너빌리티가 보유 중인 두산밥캣 지분 46.06%가 두산로보틱스로 이동하게 된다.

이번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된 3사 경영진은 기자간담회를 통해 주주와의 소통이 미흡했던 점을 사과하며 재추진 방안에선 주주들의 이익을 더욱 적극 반영했다고 밝혔다. 또한 사업적인 측면에서의 시너지 등 지배구조 개편 필요성도 거듭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주주들의 반응 및 금융당국의 판단에 이목이 쏠린다. 분할합병비율 변화로 주주들이 더 많은 주식을 받을 수 있게 됐지만, 기본적인 구조는 달라진 것이 없다는 점에서다. 또한 금융당국이 요구했던 두산에너빌리티 분할신설법인 가치평가 방식이 아닌, 경영권 프리미엄을 고려하는 방식을 택한 점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향후 두산로보틱스와 두산밥캣의 합병 및 두산밥캣 자신장폐 추진 여부도 변수로 남는다. 스캇박 두산밥캣 대표는 이에 대한 질문을 받고 “향후 1년간은 힘들 것 같다”면서도 “이후 주주 및 시장 의견을 청취하고 시너지를 고려해 추진 여부를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다만, 두산밥캣은 최근 행동주의펀드인 얼라인파트너스(이하 얼라인)의 타깃이 됐으며, 얼라인은 두산로보틱스와의 포괄적 주식교환을 재추진하지 않을 것을 공표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한편,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로보틱스의 분할합병은 오는 12월 12일로 예정된 각사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최종 승인 절차를 거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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