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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각하' 대신 "이 소송은 받아주지 않는다"…'이지리드 판결문' 연구 나왔다
아시아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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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해력에 어려움을 겪는 정보약자들을 위해 쉽게 풀어쓰는 '이지리드(Easy read)' 판결문에 대한 연구 보고서가 나왔다. 어려운 법률 용어를 쉬운 글로 대체하는 것은 물론, 시각자료도 함께 활용하는 것도 방안으로 검토됐다.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이지리드(easy-read) 판결서 작성을 위한 시각 자료 개발 연구' 보고서를 6일 발간했다. 정보약자를 위한 자료를 만들어온 사회적기업 '소소한소통'이 맡아 지난해 9월부터 올해 7월까지 총 10개월에 걸쳐 진행됐다.
이번 연구는 정보 약자들이 판결문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판결문에 넣을 수 있는 쉬운 글과 시각자료를 개발하는 것을 골자로 했다.
발달장애인 10명과의 개별인터뷰와 법률가 및 장애인 실무자에 대한 조사 등을 통해 시각자료를 만들었고, 이후 발달장애인, 청각장애인, 외국인, 고령자, 미성년자 등 정보약자 32명에게 실제로 이해하기 편한지 물어 시각자료를 보완해 최종 완성했다.
연구를 통해 완성된 시각자료는 총 661건이다. 징역, 집행유예, 구속 등 형사재판에서 널리 쓰이는 대표적인 단어들과 기각, 각하, 진술의 일관성, 반의사불벌, 서증 진정성립 등 법률가가 아니라면 생소한 단어까지 이지리드 문장과 시각자료로 완성됐다.
특히 차이를 쉽게 알 수 없는 기각과 각하의 경우 그림과 글로 풀어쓰려 노력했다. 재판을 진행할 수 있는 법률적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뜻의 '각하'는 "이 소송은 받아주지 않는다"는 문장과 법원에 'X' 말풍선을 표시하는 것으로 표현했다. 요건을 갖춰 재판 진행은 가능하나, 심리 결과 청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기각'은 "원고가 원하는대로 해줄 수 없다"와 법관이 직접 'X'자 자세를 취하며 말풍선을 전하는 것으로 그려졌다.
단어만 보면 일반인들도 쉽게 의미를 이해하기 힘든 '서증 진정성립'도 "문서가 진짜라는 것이 확인되었다"거나 문서 그림 위에 '진짜' 표식을 붙여 직관적으로 표현했다.
정보약자들은 영화, 드라마, 예능 등 미디어에서 많이 다뤄졌던 가사, 형사 재판의 문장과 시각자료를 비교적 쉽게 이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직접 경험하지 못한 개념은 이해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조사됐다. 아울러 시각자료에 나온 인물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흘러가듯이 사건을 이해하는 경향이 있었다.
책임연구원인 백정연 소소한소통 대표는 "이지리드 특성상 모든 사람에게 동일한 이해도나 높은 정보 전달력을 발휘하기 어렵다"며 "특히 사회·경제활동 경험이 많지 않거나 법률적 개념을 다룰 만한 경험이 없는 사람이라면 더욱 낯설고 어렵게 느낄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원행정처 관계자는 이번 연구에 대해 "개발된 시각자료는 판결서에 사용되는 용어와 문장을 쉽게 이해하도록 하는 데에 도움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다만 삽화 유형 개발에 치중해 다양한 시각자료를 제시하지 못하고, 이지리드 전문성에 비해 법률적 전문성이 다소 부족해 연구기간이 비교적 장기화된 점은 아쉽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번 연구가 향후 이지리드 판결문 작성·제공 촉진에 기여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법원행정처는 지난 8월에도 '발달장애인·언어장애인의 사법접근권 강화를 위한 알기 쉬운 자료와 보완·대체 의사소통 개발방안 연구' 보고서를 발간한 바 있다. 이번 연구처럼 주요 법률 용어와 재판 절차 관련 내용을 쉬운 말이나 그림으로 풀어 쓰는 방안에 대한 연구가 담겼다.